한 여름이다. 장마와 무더위, 복날까지 겹치니 어김없이 찬반논쟁이 벌어지는 개고기 식육과 여름철에 회를 먹는 것이 안전한 것인지 갑론을박 하는 가운데, 갑질의 중심에 선 치킨까지 새롭게 등장해 먹거리를 둔 논란은 끊임없이 생기고 또 생긴다.
이런 문제가 아니어도 먹는 것을 조심해야 하는 시기가 있다. 보고, 듣고, 먹는 것까지 모두 아기에게 영향을 준다고 해서 임신한 여성의 태교는 세상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었다. 이 일은 아주 오래전부터 유난히 조심하기를 강조했고 그 점은 지금까지도 변함이 없다.
양주시 지역에서도 이와 관련된 이야기가 전해진다. 임신한 여성이 먹은 것으로 인해서 아이에게 벌어진 일은 참으로 기괴하지만, 아이를 품고 있는 어머니이니 아무 것이나 먹지 말고 조심하라는 뜻인 것만은 확실하다.
어떤 여자가 임신을 했다. 사는 것이 팍팍했던 것인지, 어쨌든 고양이 고기를 먹었다. 그런데 나중에 태어난 아기가 고양이처럼 울고, 고양이 세수를 하는데, 걸어 다닐 때가 되자 고양이처럼 높은 나무 위에도 훌렁 훌렁 올라가곤 했다.
주변 사람들이 아이를 임신했을 때 뭘 먹었느냐고 묻자 “고기가 너무 먹고 싶은데, 고기 살 돈이 없어서 고양이를 잡아먹었다”고 말했다. 그러자 사람들은 그것 때문에 아이가 고양이처럼 되었다고 했고, 그 아이는 좀 더 자라다가 그만 죽고 말았다. 임신했을 때는 모든 것을 조심해야 하는 시기인 만큼, 태어날 아이를 위해 음식도 잘 가려서 먹어야 한다는 말을 절실하게 알게 해주는 이야기이다.
‘고양이를 먹고 낳은 자식’ 이야기는 양주시 은현면 도하1리 주민 김분자씨가 2012년 <한국구비문학대계> 채록 사업에서 들려준 설화다. 이때 들려준 이야기가 또 하나 있다. 임신했을 때 아무 것이나 먹으면 장애를 가진 아이를 낳는다는 이야기이다.
엄마가 아이를 임신을 했을 때 닭고기를 먹었는데, 아이를 낳으니 장애가 있었다. 나중에 또 딸을 낳았는데, 그 아이도 역시 장애를 가지고 태어났다고 한다. 둘째를 임신했을 때도 엄마는 닭고기를 먹었다는 것이다. 가만히 보니 두 아이의 몸에 이상한 뼈가 있는데, 자세히 보니 닭뼈가 끼어 있더라는 이야기이다.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두 아이가 모두 평생 동안 장애를 가지고 살 수 밖에 없었다는 설화다.
고양이는 옛날부터 우리나라에서는 부정적으로 묘사되었다. 밤에 우는 소리가 아이의 울음소리 같아서 섬뜩한 느낌을 주기도 하고, 특히 검은 고양이는 죽음과 불길함을 연상하게 해 가까이 하지 않았다.
날카로운 닭뼈를 잘못 삼켰을 때 몸속에서 벌어지는 무서운 일이 뱃속의 아기까지 위험할 수 있으니, 가능하면 임산부에게 먹지 못하도록 한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임신 중에 닭고기를 먹으면 아이 피부가 닭살이 된다던지, 손가락과 발가락이 이상하게 굽는다던지 하는 이야기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두 이야기가 전해주고자 하는 것은 결국 하나다. ‘먹지 말라’가 아니라 ‘가려서 먹어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