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밥그릇 작다고 남의 밥그릇을 빼앗다가는 어떻게 될까? 옛날부터 여자들의 고된 시집살이 때문에 생기는 일은 정말 다양했나보다. 며느리밥풀꽃, 며느리배꼽, 며느리밑씻개라는 토종식물 이름만 보더라도 우리나라 며느리들이 얼마나 고된 삶을 살았는지 알 수 있다.
방귀쟁이 며느리도 마찬가지다. 방귀를 많이 뀐다고 쫓겨났다가 방귀로 큰 재물을 손에 넣자 다시 집으로 데려갔다는 이야기는 며느리를 온전한 가족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던 잘못된 가족관을 살펴볼 수 있다.
고된 며느리의 삶에서 힘든 것은 며느리만이 아니었다. 2012년 양주시 은현면 도하1리 황골에서 조사한 <한국구비문학대계> 채록 과정에서 주민 김분자씨가 전한 이야기에 따르면, 배고픈 며느리와 배고픈 개의 원한이 최악의 상태로 치닫는 것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의 한은 결코 풀어지지 않고 끝나버려 허무한 면이 없지는 않다.
한 며느리가 시집살이가 얼마나 심한지, 밥조차 제대로 먹지 못하고 지냈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거의 매일 밥을 먹지 못하니 며느리는 늘 배가 고팠다. 그런데 며느리는 시집살이로 밥을 굶기면서 집에서 키우는 개한테는 밥을 주니까, 며느리는 바가지에 담긴 개밥을 몰래 먹으며 허기를 달랬다.
어느 날 시아버지가 밖으로 나가다가 자기네 개가 집 밖으로 덜렁덜렁 나가는 것을 보았다. 어디로 가는가 싶어서 따라가 보았더니 개가 갑자기 구렁이로 변하더라는 것이다. 시아버지는 개가 구렁이로 변한 이유를 알고 있었던 것이다.
“아이고, 우리 며느리가 개밥을 몽땅 뺏어 먹었는데, 이게 한이 되고 원이 돼서 이 개가 죽어서 구렁이가 되었구나.”
이 광경을 보고 급히 집으로 돌아와 며느리를 큰 독 안에 감춰 두었다. 구렁이는 스르르르 집으로 돌아와 둘러보더니 며느리가 들어있는 독을 칭칭 감았다. 한참 동안 독을 감고 노려보던 구렁이가 보이지 않자, 시아버지는 독의 뚜껑을 열어보았다. 그런데 그 안에 있어야 할 며느리는 보이지 않고 물만 가득 고여 있었다.
독을 감고 있던 구렁이는 어디로 갔고, 며느리는 왜 물이 되어 버렸을까? 이 둘은 피해자일까? 가해자일까? 구렁이와 며느리만 보자면 둘은 모두 피해자이자 가해자가 된다. 하지만 이 이야기를 좀 더 큰 그림에서 볼 필요가 있다.
며느리와 개를 모두 피해자로 만든 진짜 가해자인 시부모는 어디로 갔나? 그들은 왜 처벌은커녕 비난조차 피해가고 있는가? 시아버지는 며느리가 굶다 못해서 개밥을 훔쳐 먹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었다. 자기 개가 배고픈 며느리에게 매번 밥을 뺏겨 쫄쫄 굶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그 상황을 해결할 의지는 전혀 없이 남의 일처럼 구경만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최악의 상황에 가서야 인정을 베푸는 듯이 며느리를 독에 숨겨준다.
이제 눈을 크게 떠 제대로 보고, 귀를 열어 제대로 들을 줄 알아야 한다. 우리가 정말 가져야 할 것들 중에서 아주 작은 부분을 선심 쓰듯 던져주고는 그것을 서로 가지려고 싸우도록 획책하는 진짜 가해자가 누구인지 가려낼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진짜 우리 세상의 주인이 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