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가 출범 석달도 못돼 위기상황을 맞았다. 위기의 뿌리가 경제, 건강에 닿아있어 쉽게 해소될 것 같지 않다. 매우 걱정스런 것은 미성년자들도 미친 소 공포에 질려 크게 동요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10대들이 ‘나는 죽기 싫다’는 공황상태에 빠져 집단행동을 보이는데 이는 전례 없는 현상이다. 새 정부가 당면한 가장 심각한 악재로 보인다.
10대들의 동요 자초한 이명박 대통령
이명박 대통령은 2만달러 시대의 민심이 선택한 지도자다. 그가 당선된 것은 그의 인생살이에서 드러난 여러 가지 흠집에도 불구하고 “경제는 제가 압니다. 확실합니다”라는 그의 장담 때문이었다. 그는 모두를 부자로 만들어줄 것처럼 장담했다. 그러나 그게 아니었다.
이 대통령의 경제 큰소리가 그의 발목을 잡고 있다. 경제적 희망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부자 정부의 이미지를 고착시킨 일련의 조치와 미국산 쇠고기 수입결정은 최악의 악재였다. 새 정부가 당면한 위기는 이 대통령이 자초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한미FTA 비준을 위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협상을 일주일 만에 끝내도록 해 조공외교라는 비난과 함께 광우병 쓰나미를 몰고 왔다. ‘광우병 공황사태’는 새 정부의 정치, 경제적 실책으로 누적된 분노가 폭발하는 기폭제가 된 꼴이다, 이 대통령은 쇠고기 수입 졸속협상이 절대 아니라는 말만 골라했다. 미친 소 수입이라는 비난에 대해 ‘먹기 싫으면 안 먹으면 그만’이라는 식으로 응대했다.
그의 경제 논리대로 하면 “광우병 걸릴 확률은 1억분의 1에 불과하다. 이런 희생이라 해도 한미FTA로 경제가 활성화된다면 그것은 남는 장사다”쯤으로 요약될 것이다. 그러나 국민적 감정은 그게 아니다. 비싼 한우고기는 사먹을 형편이 안 되고 결국 미국산 쇠고기를 먹어야 하는데 확률 1억분의 1이 자신에게 해당될지 모른다는 공포에 휩싸여 있다. 특히 어린 자녀가 피해자가 될지 모른다는 가능성 앞에 기성세대는 분노하고 있다.
죽음의 공포는 그 무엇으로도 가라앉히기 어렵다. 미성년자들은 광우병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거듭되면서 ‘먹으면 죽을지 모른다’면서 크게 동요하고 있다. 청와대 홈페이지의 어린이 글 마당에는 ‘대통령님 살려주세요, 저는 어린 나이에 죽기 싫어요’라는 글이 홍수를 이루고 있다.
경제에 대한 실망, 미친 소에 대한 공포 속에 국민이 정부로부터 듣는 소리는 너무 한심스럽다.
새 정부는 쇠고기 수입이나 한미FTA는 전 정부가 벌여놓은 일이라는 식으로 발뺌하는데 열중한다. 진심으로 국민적 어려움이나 공포 심리를 이해하고 어루만지려는 성의는 보이지 않는다. 그러면서 들리는 소리는 쇠고기 수입반대는 반미, 반정부라는 해괴한 논리다. 좌파의 선동이라는 것이다. 어느 수구 인사는 청계천 집회에 참가한 1만여명을 전부 사법처리하라고 악을 쓴다. 이명박 정부를 성원하면서 내놓는 보수세력이나 보수신문의 주장은 섬뜩하다.
박정희 시대 수법으로 입막음 돼나
사법당국은 법질서 확립을 공언하고 촛불집회가 정치집회로 변질되면 관련자는 처벌한다면서 으름장을 놓는다. 박정희 시대의 수법을 꺼내 쓰는 것 같은 모습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연의 일치인가? 이 대통령이 국정원을 찾아갔다. 국정원은 “앞으로 간첩·보안사범 수사를 강화해 안보수사 기관 본연의 정체성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그 자리에서 쇠고기 수입문제가 거론되었다는 보도는 없다. 그렇지만 불안하다. 쇠고기 수입 반대를 반미, 반정부, 좌파의 선동으로 낙인찍는 소리가 요란하니 쇠고기 수입문제를 안보적 차원에서 다루겠다고 나서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이 대통령이 오이 밭에서 신발 끈을 고쳐 맨 것인가? 그러나 지금 정부가 하는 방식으로는 광우병, 경제 문제로 폭발한 민심의 분노가 해소될 것 같지 않다. 정부가 아직 사태의 심각성을 모르는 것 같아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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