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산이 많은 나라다. 그리고 그 산마다 산신이 있어서 산과 함께 마을을 지키는 수호신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크던 작던 산 중턱에 산신을 모시는 산신당, 혹은 산제당이 있기도 한데, 이 산신이 때때로 사람을 찾아와 어떤 사건을 만들기도 한다.
양주시에는 몇 개의 산세가 뛰어난 산이 있는데, 감악산도 그 중의 하나다. 2012년에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한국구비문학대계> 경기도 편을 제작할 때 채록한 설화에 감악산에 얽힌 설화도 몇 편이 전해지고 있다.
남면 황방리 주민 김상옥씨가 들려준 이야기에 따르면 지금 감악산에 있는 산신비가 원래는 다른 곳에 있었다고 한다. 오래 전부터 동네 노인들 사이에서 전해지는 이야기라고 한다.
어느 날, 동네 사람들이 밤에 잠을 자는데 꿈에 처음 보는 어떤 노인이 나타나서 소를 좀 빌려달라고 말하기에 빌려주겠다고 대답을 했다고 한다. 빌려준다고 해도 꿈이니 무슨 일이 일어나겠느냐는 생각까지도 했다고 한다. 그런데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서 보니 이상한 일이 벌어져 있었다. 외양간에 묶여 있는 소가 온 몸에 땀을 흠뻑 흘리고 힘든 일이라도 한 것처럼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또 하나 이상한 일이 벌어져 있었다. 동네 다른 집 소는, 어제까지만 해도 멀쩡하게 먹고, 일하고, 쉬던 소였는데, 아침에 보니 갑자기 죽어 있더라는 것이다. 마을 사람들은 한꺼번에 일어난 이런 일들을 요상하게 생각하고 있는데, 오래 전에 마을에서 세워놓은 감악산 산신비가 없어졌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산신비가 있던 장소에 가보니 정말 산신비는 감쪽같이 사라졌고, 근처에 없던 길이 생겨 있었다. 길은 마치 소가 많이 다니다가 생긴 것처럼 보였고, 사람들이 그 길을 따라서 가보니 감악산 정상에 산신비가 떡하니 세워져 있었다.
그제야 사람들은 꿈 이야기를 했는데, 노인에게 빌려준 소는 온 몸에 땀을 흘리면서 살았지만, 빌려주지 않은 집의 소는 죽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꿈에 나온 그 노인이 사실은 감악산 산신이었고, 소의 혼을 빼서 산신비를 산 정상으로 끌어올렸다고 믿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 산제당이 있는 자리는 소가 비를 끌고 올라가다가 쉬었던 자리라고 한다.
바로 그 산제당에 얽힌 이야기도 김상옥씨가 전해주었는데, 비교적 최근에 벌어진 일이다. 한국전쟁이 끝나고 60년대에 감악산 근처에 군부대가 들어섰다. 그런데 군인들이 감악산 산제당을 헐어서 불을 때었는데, 이후 자꾸 군부대에서 막사가 무너지고 총기사고까지 나는 등 사고가 계속 일어나는 것이었다. 대대장은 산제당을 다시 짓고 제를 올려야 한다는 마을 노인들의 말에 따라 그렇게 했더니 이후로는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다고 한다.
또 다른 이야기는 인근 적성에서도 전해지는데, 감악산 정상 원래 비석이 서 있던 자리에 헬기장을 닦으면서 비를 밀어버렸다. 그러자 공사기간 내내 사고가 났다. 그때 무속인들이 비를 건드려서 그렇다고 말하면서 원래의 자리로 옮겨 놓으라고 해서 그렇게 했더니 사고가 더 이상 생기지 않았다고 한다.
명주꾸러미 하나가 다 들어갈 정도로 깊다는 감악산 임꺽정굴도 유명하다. 산신굴이라고도 부르는 이 굴은 한 여름에도 서늘한 바람이 불어나오기도 하는데, 얼마나 깊은지 돌을 던지면 한참 있다가 첨벙하고 물소리가 난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