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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과 ‘5.18광주’,‘미친 소’ 파동
고승우/미디어오늘 논설실장
  2008-05-22 11:33:27 입력

이명박 대통령이 5·18민주화운동 28주년 기념식에 참석했다. 서울, 전주, 대전, 부산, 울산 등 전국 곳곳에서 ‘미친 소 반대’ 촛불집회가 열린 다음 날이다. 이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과거가 아니라 미래를 보고 창의와 실용으로 변화하고, 갈등을 벗어나 통합과 상생으로 나가야 한다”면서 쇠고기 정국에 대해 에둘러서 자신의 불편한 심경을 밝혔다. 그는 과연 광우병 쇠고기 수입문제를 둘러싼 갈등을 벗어나 통합과 상생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이날 5·18기념식장 주변에서 노동자와 대학생들 500여명의 미 쇠고기 수입 반대집회와 기자회견이 열렸다. 그들은 “정부는 쇠고기 협상에서 미국의 요구를 일방적으로 수용해 국민건강과 검역주권은 물론 우리 농촌을 완전히 포기했다”고 비난했다. 전날 전국 주요 도시에서 열린 광우병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의 열기가 ‘광주’에서도 이어진 것이다.

광우병 쇠고기 수입문제의 해결책은 딱 한가지다. 지난달 맺은 한미 쇠고기 수입 협상을 파기하고 재협상을 벌여 합리적인 조건의 결론을 도출해야 한다. 그래야만 광우병 공포와 ‘졸속협상’, ‘등신협상’으로 상처 난 국민의 자존심을 가라앉힐 수 있다. 이명박 정부는 미국 쇠고기를 먹어도 괜찮다고 국민에게 강변하면서도 미국쪽 눈치를 살피고 있다. 미국이 협상을 다시 하겠다고 나서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는 태도다.

이 대통령이 “쇠고기 안전 문제에 있어 우리 국민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미국 정부가 협조해 달라”고 미국 상무장관에게 매달리기까지 했다. 하지만 미국쪽은 ‘재협상은 없다’고 완강한 태도를 굽히지 않는다. 미국은 법적 구속력이 없는 듣기 좋은 말만 흘릴 뿐 한국 쪽에 별 신경을 쓰지 않는다. 한국은 애가 타지만 미국은 딴전을 펴는 모습이다. 창피한 광경이 눈 앞에서 전개되고 있다. 주권국가로서 이런 식으로 국제적 망신을 자초한 책임을 누군가는 져야 한다.

이 대통령이 이날 참석한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은 5공화국 신군부의 천인공노할 범죄를 되돌아보는 자리이기도 하다. 집권욕에 눈이 멀어 제 동포를 무참히 살육하는 만행을 저지른 정치군인들이 어떻게 양민을 학살하고 민주화운동에 불을 댕겼는지, 그리고 어떻게 역사의 뒤로 사라졌는지 확인하는 현장이다. 이날 행사장에는 전·의경 7천800명 등 대규모 경비 인력은 물론 살수차와 폭발물 탐지견까지 동원됐다. 가신님들을 기리는 현장의 삼엄한 상황은 새 정부와 국민간의 갈등이 매우 심각한 지경이라는 것을 드러낸다.

28년 전의 ‘광주’와 지금은 전혀 다르다. 하지만 적지 않은 사람들이 분노를 토해내면서 외치는 소리는 심상치 않다. 5·18기념식장 주변에서 노동자와 대학생들은 “정부가 공권력을 동원해 한미 쇠고기 협상 결과를 비난하는 국민을 협박하는 것은 총칼만 들지 않았을 뿐 5·18당시의 독재정권과 다를 바가 없다”고 주장했다. 5·18당시의 무지막지한 공권력과 현 정부의 그것은 전혀 동일하지 않은데도 정치권력의 국민에 대한 태도가 유사하다고 그들은 외치고 있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엄중한 경비 속에 열린 5·18행사에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는 과연 어떤 방식으로 이 난국을 풀어나갈 것인가? 그는 집권 전후해서 입만 열면 실용, 선진화를 앞세웠다. 그러나 그것은 말에 그칠 뿐 그를 중심으로 한 집권층이 보여주는 정치적 행동은 실용과 거리가 먼 60년대 방식이다. 쇠고기 협상에 대한 폭로기사가 꼬리를 물고, 촛불집회의 불빛이 점차 밝아지자 좌파와 반미세력의 선동이라거나 일부 방송이 사태를 악화시킨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찰과 교사를 동원해 청소년의 촛불행사 참가를 막으려 한다.

새 정부는 국민들이 가리키는 미친 소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의 손가락만을 바라보면서 헛소리를 남발하는 중이다. 쇠고기 수입과 관련해 미국 정부와 축산업자를 대신해서 대대적인 광고를 한다. 쇠고기 정국에 비판적인 언론매체에 불이익을 주려 한다. 이러니 대통령은 어린 학생들의 조롱거리가 되어 있고 우익들도 그를 맹공한다. 대통령의 지지율은 날만 새면 바닥으로 떨어진다. 그런데도 대통령은 ‘내 탓이요’라고 자인하는 대신 노무현 정부, 청와대 비서진 등의 책임을 거론하고 있다. 걱정되는 일이다.

만약, 쇠고기 파동이 아니었으면 지금쯤 한미FTA 비준이 이번 임시국회에서 결론 났을지 모른다. 하지만 지금처럼 사태가 악화되리라고 꿈에 생각지 못한 것 같은 정부, 지금도 헤매고 있는 정부는 무능의 극치를 보여준다. 한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소경 같은 정부다. 지금도 ‘시간이 약이겠지요’ 하면서 독재정권이 써먹던 것과 같은 방식을 꺼내들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허우적대고 있는 동안 지구촌은 바쁘게 달려 나간다. 일부 국가는 세계적인 무한 경쟁 속에 ‘실용적’으로 진화하고 있다. 중국의 경우 대지진 참사를 맞아 현장 상황을 신속히 보도하면서 과거와 확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도 북한을 몰아붙이다가 진지하게 대화하면서 식량 원조도 평양과 합의했다.

이런 국제정세 속에서 우리 정부를 보면 화가 치민다. 실용, 규제철폐 하면서 재벌과 자본가만을 배불리는 정책을 남발한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을 졸속으로, 굴욕적인 조건으로 해놓고 국민적 반발을 구시대적 수법으로 틀어막으려 한다. 청와대를 중심으로 한 집권층에게서 진지하고 설득력 있는 모습을 전혀 발견할 수 없다. 그들은 헛손질, 헛발질, 헛소리만 남발하고 있다.

미디어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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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5-23 12:24:11 수정 경기북부시민신문(hotnews24@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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