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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아파트 아이들과 어울리지마!”
[기획르포]빗나간 어른, 새싹이 죽어간다
  2005-12-02 19:01:00 입력

아파트가 들어선 곳에 최근 주민들의 갈등이 심각해지고 있다. 아파트별, 단지별 이익이 상충되면서 지역이기주의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 ‘내 뒷 마당에는 안 된다’는 님비현상과 함께 ‘경제적 부’를 기준으로 주민들이 갈라져, 보이지 않는 ‘대립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사례1 가난하면 문제아? -제2의 강남

▲ 민락동 임대아파트(오른쪽)와 분양아파트(왼쪽). 길만건너면 되는 가까운 거리에 있지만 마음의 거리는 멀기만 하다.
“유치원이 가깝고, 주공아파트 학부모들은 만나기 쉽고 모임도 많아 아무래도 선생님들이 무시하기 어렵겠죠. 요구하는 것도 많고. 부모들끼리 친하니까 아이들도 자연스럽게 부모따라 끼리끼리 친해질 수밖에 없어요. 저도 빨리 큰 아파트로 이사가고 싶어요.”
6세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고 있는 양주시 회천금용아파트 학부모의 말이다.

양주시 회정동 한 유치원. 아직 5~6세 밖에 안 된 어린 아이들이지만 벌써부터 ‘끼리끼리’ 집단이 형성됐다. 이 ‘끼리끼리’ 집단을 나누는 기준은 일명 ‘주공아파트파’와 ‘변두리파’.

이 학부모는 “아이들이 은근히 소외되는 것보다 어른들의 기준으로 어려서부터 끼리끼리 파가 구분되는 게 더 큰 걱정”이라고 말한다.

양주시 덕정주공아파트 인근에 있는 어린이집은 이보다 더 심각하다. ‘끼리끼리’파의 기준은 바로 임대아파트와 분양아파트. 분양아파트 주공4·5단지 아이들과 나머지 주공임대단지 아이들로 나뉘어 집단이 형성됐다.

의정부시도 양주시와 다를 바 없다. 택지개발로 형성된 민락지구에 아파트가 늘어감에 따라 임대아파트 주민과 분양아파트 주민간의 갈등도 커지고 있다. 특히 민락동은 원룸촌까지 형성되어 있어 이 두 그룹에 원룸 주민이 더 구분돼 나뉘어져 있다.

초등학생 자녀를 두고 있는 주공임대아파트 한 주민은 “건너편 분양아파트 학부모들이 자녀들에게 임대아파트 아이들과는 사귀지 말라는 얘기를 하고 다닌다”며 “그 이유는 임대아파트 아이들이 질이 안 좋다는 것인데 자신보다 조금 못살면 질이 안 좋은 것이냐”고 반문했다.

또 다른 학부모도 “원룸에 사는 가정 중 ‘한부모 가정’이 많다는 이유로 학부모들이 잘못된 선입견과 편견을 갖고 아이들을 갈라놓고 있다”며 “여기가 강남이냐”고 비웃었다.

“분양아파트 학부모들이 유치원을 방문해 임대아파트 아이들을 받지 말라고 했다”, “임대아파트 아이들이 지나다니지 못하게 아파트 길을 막았다” 등 민락동 분양-임대-원룸 주민들과의 보이지 않는 갈등은 온갖 흉흉한 소문으로 이어져 ‘마음의 경계선’이 심하게 싹트고 있다.

#사례2 우리단지 다니지마-통행로 차단

▲ 양주시 삼숭동 GS자이아파트. 4단지와 5단지를 이어주는 출입로가 막혀있다.
아파트 외벽 그림(양주시 로고) 삭제, 축산농가 이전, 버스운행 확대 등의 문제를 해결하며 결속력을 과시, ‘압력단체 아닌 압력단체’로 떠오른 양주시 삼숭동 GS자이 아파트 주민들도 단지별 이익으로 갈라섰다.

지난 8월30일에는 자이아파트 전체 출입구까지 운행하던 7번버스가 5단지 앞까지 연장 시범운행하기로 돼 있었다. 하지만 당일 아침 아파트 전체 출입구에서 3단지와 4단지 주민 5명이 버스 출입을 막아 지금까지 연장운행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버스 연장운행을 막은 이유는 소음발생과 함께 5단지로 가는 길에 학교가 있어 버스가 다니게 되면 통학하는 아이들 교통사고 발생 위험이 커진다는 것.

5단지 주민들은 “3단지와 4단지 주민들은 전체 출입구 가까이 있어 버스를 이용하기에 불편함이 없지만 5단지 주민들은 버스 정류장에서 20분가량 걸어가야 된다”며 “이미 차가 통행하고 있는 4차선 도로에 버스만 통행하지 못하는 것은 부당한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5단지와 4단지의 갈등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4단지에서 ‘차량통행 증가로 인한 사고 위험’을 이유로 5단지와 4단지 사이에 있는 출입로 두 곳을 차단했다.

5단지 주민들은 “아파트 전체 출입구로 빨리 가기 위해 4단지를 거쳐 다녔는데 막아놓았다”며 “자신들 차는 통행해도 되고 다른 단지 차는 통행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바로 ‘님비현상’ 아니냐”며 반발하고 있다. 갈등의 골이 깊어지며 두 단지는 추운 겨울을 맞고 있다

유진선 기자(likeafil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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