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을 밥먹듯 하는 정치인의 종말은 대부분 불행했다. 아무리 뛰어난 화술과 힘을 자랑한들 진실과 진정성을 이기지는 못했다. 멀리 갈 필요도 없다. 촛불 민심이 그것이었다. 민심의 바다는 배를 띄울 수도 있지만 뒤집을 수도 있음(수가재주 역가복주 水可載舟 亦可覆舟)을 현실로 보여줬다.
공무원이 올라갈 수 있는 최고 직급(1급 관리관)인 경기도 행정2부지사를 지낸 김동근 자유한국당 경기도당 변화와 혁신위원장이 2018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의정부시장 출마를 위해 더불어민주당 공천 여부를 타진했는지가 핵심이다.
엘리트 관료였던 김동근 전 부지사는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의 최측근으로 ‘김문수맨’으로 익히 알려진 인물이다. 그는 2014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도 한국당 홍문종 의원과 회동하는 등 의정부시장 출마설을 뿌린 바 있다.
이번에는 민주당 문희상 의원과 만났다. 지난 10월이었다. 그러다가 12월 한국당에 입당했다. 11월27일 명예퇴임한 ‘김문수맨’의 오락가락 행보에 대한 세간의 혹평이 나오게 된 배경이다. 민주당이 안 받아주니 한국당에 갔다는 식이다.
그런데 그는 이 만남에 대해 “현직 부지사일 때 여러 정치인을 만나 현안에 대해 상의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문희상 의원뿐만 아니라 정성호, 홍문종 의원도 만났다. 지난 추석 연휴 때 문 의원에게 인사드리러 간 것을 민주당에서 언론플레이 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12월27일 성대하게 열린 한국당 입당환영식에서다.
만난 것은 맞지만, 정치 관련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는 취지다. 그러나 그의 주장은 분명한 거짓말로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문희상 의원은 ‘민주당에 오는 것은 막을 수 없다. 다만 경선을 해야 한다’는 요지로 전략 공천을 거부했고, 정성호 의원조차 “그를 두 차례 만났고, 민주당 공천을 받으려면 경선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고 한다.
‘행정가 김동근’에서 ‘정치인 김동근’으로 변신한 그의 첫 단추가 괴상한 이유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는 법, 진실하지 않으면 존경받을 수 없다. 양파는 알멩이가 없다. ‘정치인 김동근’이 지역을 위해 실력을 뽐내는 진정성 있는 큰 인물로 거듭나면 좋겠다. 지금처럼의 언행이 계속된다면 끝내 실망으로 무너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