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태조 왕건은 타협과 포용의 대명사로 잘 알려진 대통합 군주다.
왕건은 포악한 군주 궁예의 폭정에서도 묵묵히 자신의 역량을 키우며 자신의 시대를 기다렸다. 궁예 측근들의 갖은 견제에도 불구하고 궁예의 의심을 사지 않기 위해 절대 복종하는 자세를 지켰다.
유금필, 신숭겸, 박술희, 복지겸 등 당대의 명장들이 왕건을 따르며 자신의 주군이 큰 뜻을 펼칠 결정적 순간을 기다렸고, 마침내 역성혁명을 성공시켰다.
태조는 전국의 호족들을 포용하기 시작했다. 신라 경순왕의 귀순은 태조의 포용정책의 백미로 평가받는다. 마음을 여니 한 국가를 얻었다.
태조는 가장 강력한 라이벌인 견훤의 마음을 얻었다. 견훤은 왕위 승계로 촉발된 자신의 맏아들 신검의 쿠데타로 유폐됐다.
견훤이 누구던가? 지난 날 공산전투에서 태조의 의형제인 신숭겸을 비롯한 여덟명의 맹장들을 죽음으로 내몬 적국의 수장이다. 어찌보면 철천지 원수가 따로 없다.
하지만 왕건은 견훤이 귀순을 원하자 그를 아무 조건 없이 받아들이고 상보라고 호칭하며 형님으로 모셨다. 그 결과 견훤은 자신이 평생 일군 후백제를 멸망시키는데 앞장서 고려의 후삼국 통일에 기여했다.
태조 왕건은 후삼국 통일 이후에도 오랜 전란으로 피폐해진 민생을 돌보고자 자신에 적대적인 호족들도 포용하는 대통합 정치로 진정한 민족통일을 이룩했다.
요즘 대한민국 정치권은 정치보복과 적폐청산이 맞붙어 대혼란에 빠졌다. 태조 왕건의 대통합 정치가 필요한 시기다.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