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30일 MBC가 전국 11개 지방자치단체 부단체장들의 관광성 해외연수 출국현장을 보도했다. 29일 이들은 한국지방자치 국제화재단이 주관하는 9박10일간의 일정으로 미국, 캐나다를 다녀올 예정이었다. 명목은 기업투자유치 전략과 지역경제 활성화 방안 모색을 위한 북미 연수다.
그러나 이들은 MBC가 인천공항에서 카메라를 들이대자 줄행랑을 쳤다. 떳떳치 못했기 때문이었다. 일정은 30일 토론토 시내 관광, 31일 나이아가라 폭포에서 유람선 타기, 6월1일 뉴욕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관광, 2일 그리니치빌리지 방문, 3일 마이애미 해변의 호텔 투숙, 4일 마이애미 시내 견학, 5일 스톤마운틴 관광 등이다. 비용은 직급에 따라 1인당 544만원에서 993만원. 일행 중에는 양주 유정인 부시장이 포함되어 있었고, 유정인 부시장은 “놔두세요”라고 말하며 카메라를 피해 도망가는 장면이 방송됐다.
이번 사건은 사실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재수 없게도’ MBC라는 전국 지상파에 포착됐을 뿐이다. 지난 4월 임충빈 양주시장은 역시 한국지방자치 국제화재단 주최로 8박9일간 열리는 ‘인도의 관광 및 IT산업 발전방안 정책연수’에 참가하기 위해 인도를 방문했다. 이 행사에는 임 시장 등 지방자치단체장 18명과 수행공무원 16명 등 38명이 참여했다. 그러나 주요 일정은 다멕스투파, 녹야원, 고고학박물관, 겐지즈강 일출, 두르가사원, 타지마할, 아그라성 관광 등으로 채워졌다.
양주시의회의 경우 2006년 동유럽, 2007년 서유럽, 2008년 북유럽 등 해마다 유럽 연수를 다녀오는 것도 모자라 예산을 불법으로 전용하기까지 했다. 이같은 관광성 연수는 동두천시의회, 의정부시의회 등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경기도의회는 2006년 놀자판 해외연수를 떠났다가 방송을 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충주시의회는 얼마전 KBS가 보도한 해외 원정 ‘성매매 연수’ 의혹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한마디로 우리나라 국회의원, 광역의원, 기초의원, 지방자치단체장 등 정치인은 물론 고위 공직자들의 관광성 해외연수는 근절되지 않는 뿌리 깊은 ‘관행’이다. 여기에 일부 기자들까지 편승하여 취재수첩 대신 여행가방을 들고 나선다. 철저한 목적의식 없이 그저 여행사 또는 국제화재단 같은 곳에 몸을 의탁해 ‘바다 건너 바람이나 쐬고 오는’ 식의 현재 관행이라면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은 핑계에 불과하다.
비일비재한 관광성 연수는 주민 혈세를 물쓰듯 하는 그릇된 사고방식과 이를 강력하게 견제하지 않는 사회분위기, 엉성한 연수제도 등이 부추긴 일로, 이를 근본적으로 뜯어고치지 않고는 절대 뿌리 뽑을 수 없다.
관광성 해외연수 비판보도에 대해 “작년에도 썼고, 올해도 쓰고, 내년에도 쓸 내용”이라는 우스개 소리가 정치인이나 공무원들의 입에서 나올 정도로 지금의 ‘혈세 낭비’ 관행은 매우 심각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