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중기의 개혁가 조광조는 ‘위훈 삭제’ 논란을 일으켜 죽음을 자초했다. 하지만 조광조의 주장은 대의(大義)에 옳았다. 조선의 대(大)원칙주의자 조광조가 중종반정에 참여하지 않은 가짜 공신들이 국가의 혜택을 받아 재정을 궁핍하게 만드는 불의(不義)를 인정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조광조는 중종 14년 10월25일 대형 사고를 쳤다. <중종실록>에 따르면 이날 대사헌 조광조, 대사간 이성동 등이 합사(合辭)로 아뢰기를, “정국 공신은 세월이 오래 지나기는 했으나, 이 공신에 참여한 자에는 폐주(廢主)의 총신(寵臣)이 많은데, 그 죄를 논하자면 워낙 용서되지 않는 것입니다. 폐주의 총신이라도 반정(反正) 때에 공이 있었다면 기록돼야 하겠으나, 이들은 또 그다지 공도 없음에리까!”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조광조는 “대저 공신을 중히 여기면 공을 탐내고 이(利)를 탐내어 임금을 죽이고 나라를 빼앗는 일이 다 여기서 말미암으니, 임금이 나라를 잘 다스려지게 하려면 먼저 이(利)의 근원을 막아야 합니다”라며 “지금 상하가 잘 다스려지기를 바라는 때에 이(利)를 앞세워 이 일을 개정하지 않는다면 국가를 유지할 수 없을까 걱정스럽습니다”라고 간청했다.
중종은 자신을 왕으로 만든 반정의 주역들을 다시 검증하자는 조광조의 주청이 마음에 들지 않았으나 이를 수용했다. 결국 반정공신 117명 중 76명이 공신록에서 삭제됐다. 70%의 탈락율로 훈구대신들이 입은 정치적 타격은 엄청났다. 결국 조광조는 훈구대신의 반격으로 실각당하고 사약을 마시고 서른 여덟의 짧은 생을 마감한다. 조선 개혁에 한 평생을 바친 개혁가의 최후는 이렇게 비참했다.
최근 드루킹 댓글조작 연루의혹 사건으로 문재인 정부의 최고 공신인 김경수 의원이 정치적 위기에 빠졌다.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면 공신들이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조광조가 지적한 대로 가짜 공신들이 설칠 가능성도 높다. 문재인 대통령의 개혁이 성공하려면 가짜 공신들부터 처리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