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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선택
  2018-11-23 14:08:33 입력

호주의 유명한 생태학자 데이비드 구달 박사는 2018년 5월10일 아침, ​스위스 베른의 한 병원에서 104세 생일 축하연을 한 뒤 이렇게 이야기했다. “나의 장례식을 치르지 말아라. 나를 기억하려는 어떤 추모 행사도 하지 말아라. 그리고 내 시신을 해부용으로 기증하라.”

그리고 이날 정오쯤 구달 박사는 가족과 손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치사량에 해당되는 신경안정제가 들어 있는 정맥 주사 밸브를 스스로 열었다. 베토벤 교향곡 ‘환희의 송가’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구달 박사는 돌아오지 못할 먼 죽음의 여행길을 떠나간 것이다. 안락사를 통해 스스로 삶을 마치겠다고 평소에 선언해왔던 그는 안락사를 인정치 않는 호주를 떠나 스위스의 한 병원으로 긴 여행을 한 뒤 생일날 스스로 먼 길을 떠난 것이다. 모든 과정은 영상으로 녹화되었다.

안락사 지원단체 ‘엑스트 인터내셔널’ 창립자 필립 니슈케는 이렇게 이야기했다. “내가 아는 범위 내에서 구달 박사는 불치병이 아니라 고령이라는 이유로 안락사를 택한 최초의 사례이다.”

전날 구달 박사는 기자들과의 회견에서 “6년 전부터 시력이 몰라보게 떨어졌습니다. 더 이상 삶을 이어가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고 말한 뒤 “이제 삶을 마감할 수 있어서 행복합니다”라고 했다. 취재진이 죽기 전 마지막으로 듣고 싶은 노래를 묻자 베토벤 교향곡 대합창에 나오는 환희의 송가를 꼽으며 마지막 소절을 흥얼거렸다.

구달 박사는 1914년 영국 런던에서 태어났다. 1948년 호주로 건너가 생태계 연구에 빠져들었고, 1953년 멜버른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후 호주, 미국, 영국 등 5개 대학에서 교수생활을 했다. 36권이라는 방대한 분량의 ‘세계의 생태계’ 시리즈를 출간하며 식물생태학의 권위자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대학에서는 1979년 퇴직했지만 호주의 오지 곳곳을 찾아다니며 더욱 더 활발한 연구를 이어갔다.

90세가 되어서도 테니스를 할 만큼 건강한 체질을 타고 났지만, 100세 무렵부터 건강이 악화되었다. 독극물 주입처럼 인위적으로 죽음을 앞당기는 안락사는 스위스, 네덜란드, 룩셈부르크 등 소수 국가에서만 허용되기 때문에 구달 박사는 호주에서 스위스까지 죽음을 위한 먼 길을 온 뒤 아주 영원한 여행길에 스스로 오른 것이다.

그럼 그는 왜 이런 방법으로 죽음을 맞이했을까? 그는 84세에 운전면허를 취소 당해서 더 이상 혼자 다닐 수 없었다. 누구의 도움이 없이 마음대로 다닐 수 없었던 점이 그의 삶을 지루하게 만들지 않았나 싶다. 행복의 반대는 지루함이라는 말도 있듯이 다른 이의 도움을 받아야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삶이 무기력했을 것이다.

104세로 남들보다 장수를 누렸고 훌륭한 과학자로 업적을 남겼지만 이제는 더 이상 좋아질 수 없고 나빠지는 일만 남은 그는 삶에 대해 무기력함을 견디기 힘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결심했다. 후회 없이 삶을 마감하고 멋지게 인생을 끝낼 수 있는 때를 항상 생각해왔고, 바로 104세 생일날을 품위 있게 죽는 날로 선택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그것이 옳은 일일까? 어느 누구도 나이가 많다고 자신의 생명을 포기할 자격은 없는 것이다. 단지 노화 때문에 스스로 운전을 못하고 남들의 도움으로 살아가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고 스스로 날짜를 정해 삶을 포기하는 행위는 아무리 생각해도 일종의 만용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심각한 질병을 가지고도 가족의 사랑과 돌봄을 받으면서 끝까지 삶을 포기하지 않고 하루라도 더 사랑하는 사람 곁에 남으려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는 선택이 아닌가 한다. 그리고 구달 박사의 안락사를 아무 비판 없이 ‘웰 엔딩’으로 아름답게 포장해서 대중들에게 전달하는 언론의 심각성도 큰 문제라고 생각된다.

우리나라 노인 자살율은 10만명당 80명으로 OECD 국가 중 최고이다. 노인 자살은 우리 사회에 가장 심각한 현상으로 부각되고 있다. 날로 사회는 각박해지고 이기주의는 팽배하고 가족이라도 점점 더 서로를 돌보기 힘든 사회가 되어가고 있다. 질병으로 몸이 쇠약해지고 기본적인 삶을 유지하기 힘들어도 자신이 자신의 목숨을 끊어버릴 권리는 없다. 천하보다 귀한 생명을 스스로 끊어버리는 행위는 천륜을 저버리는 범죄행위이다.

영국에서는 외로움 장관에 이어 자살예방 장관을 임명하였다고 한다. 영국처럼 자살예방 부처를 신설하든지 자살예방 장관을 임명하든지 극단의 조치가 필요한 대한민국이 된 것 같다.

노인 자살 예방을 위해 대한민국 박장대소 운동이 필요하다. 웃으면 그날 자살하려던 마음을 뒤로 미루고 그 사이 긍정의 마음, 희망의 마음으로 바꿀 수 있다. 노인들에게 적극적으로 웃음을 전파하는 것이 중요하다. 삶은 내 스스로 선택하는 것이지만 죽음은 내 스스로 선택하는 것이 아닌 것이다.

하하 웃음행복센터 원장, 의정부제일간호학원 원장, 웃음치료 전문가(1급), <웃음에 희망을 걸다>, <웃음희망 행복나눔>, <15초 웃음의 기적>, <웃음은 인생을 춤추게 한다> 저자

2018-11-23 14:20:33 수정 경기북부시민신문(hotnews24@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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