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진족은 고려시대 이래 우리의 북방을 위협하는 주적이었다. 고려 건국 초기 윤관 장군이 별무반을 조직해 동북 9성을 구축하며 여진족의 발호를 무너뜨린 바 있다. 하지만 여진족이 세운 금은 거란을 몰아내고 북방의 강자로 등장하며 중원의 송을 위협했다.
당초 송은 오랜 숙적 거란을 몰아내고자 금과 손을 잡았다. 송의 의도대로 거란은 멸망했지만 금은 곧바로 본색을 드러냈다. 송은 금을 이용해 연운 16주를 되찾으려고 했지만, 금은 냉정했다. 금은 송이 약속한 세폐와 군량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자 군대를 일으켜 송의 수도 카이펑을 함락했다.
송의 휘종과 흠종은 금의 포로가 되는 치욕을 감내할 수밖에 없었다. 역사는 이를 ‘정강의 변’이라고 기억하고 있다. 황제를 잃은 송의 황족들과 사대부들은 수도를 항저우로 옮겨 남송시대를 열었다. 하지만 금의 침략이 두려운 남송은 금에게 막대한 물자 제공을 약속하고 군신관계를 맺는 굴욕을 자초했다. 결국 송의 전략적 실패는 국운을 해치는 단초가 됐다.
중국 역사상 송나라처럼 북방민족에게 굴욕을 당한 왕조는 거의 없다. 이는 송 태조 조광윤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고자 절도사의 권한을 대폭 축소하는 문치주의를 채택한 결과로 볼 수 있다. 문치주의는 송의 군사력 약화라는 적폐를 초래했다.
이달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다. 핵을 가진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세계 최강대국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의 담판을 통해 자신의 정권 유지를 위한 협상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하원을 민주당에게 뺏긴 상황에서 정국 주도권 회복과 재선 준비를 위해 협상에 나선다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한반도 비핵화가 아닌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 강화를 위한 정치 협상에 나선다면 우리 대한민국은 송나라와 같은 비참한 처지에 빠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하노이 정상회담은 한반도 비핵화의 기회이면서 금의 군사력에 굴복한 송의 치욕을 초래할 수 있는 위기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