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장이 무너질 정도로 슬픈 나머지 자기 이름도 잊어버린 슬픈 도시. 그 도시 깊숙한 곳에 하룬 칼리파라는 행복한 소년이 살고 있었다. 슬픈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하룬의 아버지를 ‘공상의 바다’ 혹은 ‘허풍대장’이라고 불렀다. 그래서 하룬은 슬픈 도시에서 서글픈 바다를 보며 살았지만 행복한 소년이 될 수 있었다.
어느 날 갑자기 아버지가 이야기하는 능력을 잃어버렸다. 잠이 들지 않아 뒤척이던 밤, 하룬은 너복설과(너무 복잡해서 설명할 수 없는 과정)에 의해서 아버지에게 연결되어 있던 이야기 물 공급이 끊어질 처지라는 것도 알게 된다. 간단한 일이었다. 더운물이 나오는 꼭지, 찬물이 나오는 꼭지 그 중간에서 위로 한 뼘 올라간 곳에 ‘이야기 꼭지’가 있는데, 아버지가 더 이상 물 공급을 요구하지 않아 연결을 끊는 사태가 발생한 것이었다.
하룬은 지금까지 아버지가 지어낸 이야기인 줄로만 알았던 이야기 바다, 지구의 두 번째 달 이바구에 간다. 이바구를 이루고 있는 이야기 물 속에는 10억하고도 한 개의 흐름으로 된 이야기 흐름이 있는데, 제각기 다른 색깔을 가진 흐름 한 가닥이 이야기 하나를 나타내고 있고, 바다는 지역에 따라 서로 다른 부류의 이야기를 내포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나온 이야기와 아직도 만들어지고 있는 많은 이야기를 모두 그 곳에서 찾아볼 수 있었기 때문에 이야기 바다는 우주에서 가장 큰 이야기 도서관이었다.
하룬은 황금빛 컵에 이야기가 담긴 물을 마시고, 이야기 속으로 들어간다. 탑의 돌벽을 기어서 올라가 괴물에게 사로잡힌 공주를 구해 석양 속으로 걸어 나와야 할 하룬은 커다란 거미로 변해버린다. 그때 물의 정령은 이야기 물이 오염된 것을 알아차린다. 뿐만 아니라 상상력을 봉쇄하려는 독재자가 뿌린 독 때문에 모든 이야기가 시작되는 ‘이야기 원천’이 심각하게 오염된 것을 본다.
이야기 바다에서 벌어지는 전쟁, 언론의 말놀이라고도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우리가 언론을 통해서 하루하루 접하는 수많은 이야기가 이제는 얼마나 오염이 되었는지 알 수가 없다. 인간을 위한 현대과학의 최절정에 달했다고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연구가 가십거리처럼 되어버린 상황에서,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부터 만들어진 이야기인지 도무지 알 길이 없다.
하루가 바뀌면 새롭게 들려오는 이야기에 이제는 혼돈스럽다. 이 이야기의 물줄기를 오염시킨 자의 정체는 무엇이고, 이유는 무엇일까? 더 궁금한 것은 어디에서부터 오염되었느냐이다. 연구과정에서 오염이 되었는지 결과에서 오염이 되었는지, 아니면 지금 벌어지고 있는 시끄러운 보도와 외국 과학계의 시기어린 행위가 오염인지 어지럽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