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16세기 명나라는 북으로는 몽골족의 재기로 잦은 침략에 시달렸고, 남으로는 왜구의 창궐로 국력을 소모했다. 역사는 이들을 북로남왜라고 기록했다.
몽골은 한 때 전 세계를 무대로 역사상 가장 넓은 제국을 세웠던 원나라의 후예다. 14세기 말 명에 쫓겨 북쪽으로 패주했던 몽골은 15세기 초 오이라트부가 세력을 확장하며 주도권을 장악했다.
오이라트부의 세력 범위는 최대 장성 연변에서 카자흐스탄 남동부에까지 확대됐고, 명과의 전투에서 정통제를 생포하는 등 명나라를 위협했다.
오이라트부를 몰아내고 몽골의 패자로 등장한 타타르부는 명군을 대파하고 베이징 성문까지 진격할 정도로 위용을 떨쳤다. 명나라는 국고의 상당 부분을 몽골과의 전쟁 비용으로 사용해 재정난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명의 또 다른 골칫거리는 왜구였다. 왜구는 16세기가 되자 명나라의 저장, 푸젠, 광둥 등에서 약탈을 일삼으며 유구까지 침탈했다. 명나라의 국고는 왜구와의 전투에서도 낭비됐다. 명의 쇠퇴는 북로남왜에 의한 바가 크다.
물론 결정타는 임진왜란 당시 조선에 무리한 군사원정에 따른 후유증과 농민 반란에 기인했지만 북로남왜의 탓도 부인할 수 없다.
대한민국이 한반도판 북로남왜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6월30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판문점에서 극적인 만남을 가졌지만 북한의 핵 위협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일본도 우리 사법부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으로 7월4일부터 반도체 소재 한국 수출을 규제하기로 결정했다. 우리의 최대 주력산업인 반도체 산업을 뒤흔들겠다는 불순한 의도로 볼 수 있다.
문재인 정부가 21세기 한반도에 출현한 신(新) 북로남왜를 현명하게 대처하지 않는다면 심각한 안보와 경제 위기를 함께 겪을 수밖에 없다.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