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쑤~얼씨구나 좋다~”
경쾌한 꽹과리 소리를 시작으로 신명나는 사물놀이 한마당이 펼쳐진다. 흥이 절로 난 할아버지 몇 분이 부대 위에서 덩실덩실 어깨춤을 추고 별산대놀이마당을 가득 채운 사람들은 연신 엉덩이를 들썩이며 박수로 장단을 맞춘다. 10월2일부터 5일까지, 나흘 동안 전통의 고장 양주시는 축제로 뜨거웠다.
기대와 우려 속에 올해 처음 열린 ‘제1회 양주세계민속극축제’는 짧은 기획기간과 부족한 예산, 낮은 인지도에도 불구하고 나흘 동안 공연장을 뜨겁게 달구며 성황리에 끝났다.
“양주시가 생긴 이래 단일 기간에 한 곳에 이렇게 많은 인파가 모인 것은 처음”이라는 한 시민의 말처럼 인산인해, 공연장과 공연장 주변은 밤낮 없이 사람들로 북적였다. 잊혀져가던 조용한 ‘옛고을 양주’는 민속극축제로 새로운 경험을 했다.
▶ 신명나는 어울림의 한마당-별산대놀이마당을 가득 채운 관중
개천절이었던 10월3일, 별산대놀이마당 입구인 유양삼거리 주변은 물론이고 2㎞ 떨어진 양주시청 사거리에서부터 공연장까지, 도로 위는 거대한 주차장이었다. 메인 행사장이었던 별산대놀이마당을 비롯하여 풍류마당과 열린마당 등 공연이 벌어지는 무대는 연일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주최측 추산 15만명. 축제로 뜨거웠던 나흘 동안, 양주시민 스스로가 놀랄 만큼 많은 사람들이 축제를 찾았다. 개천절이었던 금요일과 주말 내내 하루 4~5만 명에 육박하는 엄청난 인파가 양주로 모인 셈이다.
개막식에는 평일 저녁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양주와 주변지역에서 모인 사람들이 별산대놀이마당을 가득 메워 새로운 축제의 시작을 축하했다. 화창한 날씨 속에 가족과 함께 의미 있는 개천절 연휴를 보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양주로 발걸음을 옮겼다.
중국 경극변검, 일본 도라인형극단, 태국 옹사실파(Ong sa silpa), 아프리카 코트디브와르 아닌카(Aaninka) 등 7개국 9개팀의 해외공연을 비롯하여 국내 50여개팀의 다양한 공연이 펼쳐졌다.
비싼 입장료를 지불해야만 볼 수 있었던 국내 공연들과 평소에는 보기 어려웠던 해외공연단의 수준 높은 공연들까지 한 번에 감상할 수 있었던 이번 축제에 공연장을 가득 메운 관객들은 환호와 박수로 답했다.
특히 이번 축제에는 아이들과 함께 한 가족단위 방문객이 많았다. 페이스페인팅, 비누방울 매직쇼, 석고인형 색칠하기를 비롯하여 양주 무호정 국궁체험, 전통염색체험, 도자기 체험, 탈그리기 등 양주가 갖고 있는 고유의 문화를 직접 느껴 볼 수 있는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이 준비되어 큰 호응을 얻었다.
▶ 무대 위로 올라간 시민-시민과 함께 하는 축제의 장
금화정 뒤 유양폭포 앞에 마련된 숲속극장에서는 시민참여 무대가 펼쳐졌다. 양주 각 지역에서 참가한 시민들은 포크기타, 아동 밸리댄스, 재즈댄스 등을 통해 그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유감없이 펼쳐보였다.
이번 축제에는 양주의 맛깔스런 음식을 직접 맛 볼 수 있는 ‘2008 양주 음식문화축제’와 방랑시인 김삿갓과 의적 임꺽정의 고향임을 기념하는 ‘제3회 양주 김삿갓 전국문학대회’, ‘제1회 양주시장배 씨름대회’가 별산대놀이마당 일원에서 펼쳐졌다.
이외에도 양주시장배 등산대회, 다문화가정 전통혼례, 양주 농산물 판매 등 다양한 부대행사가 펼쳐져 축제를 찾은 사람들에게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하기도 했다.
음식문화축제와 다양한 행사에 직접 참여한 시민들은 또 하나의 주최자로서 축제의 성공을 위해 손님맞이에 정성을 다했다. 음식축제 부스에서 음식을 만들거나 나르고, 농산물 판매 부스에서 양주의 특산품인 부추와 배 등을 팔기도 했다. 지역을 대표해 씨름판에 나가 흥을 돋우며 축제의 숨은 주인으로서 바쁘게 움직이기도 했다.
▶ 거리에서 도로 위에서 흘리는 보이지 않는 땀방울-900여 공직자
이번 축제 성공개최의 이면에는 양주시 공무원들도 있었다. 양주시가 처음 치르는 대규모 행사에 900여명의 공무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축제를 일주일 앞둔 9월27일부터 개막 이틀 전인 9월30일까지 나흘간 양주시 공무원들은 어깨띠를 두르고 거리로 나와 시민들에게 직접 전단지를 나누어 주며 축제를 알리기 시작했다. 시민들은 정장 차림의 공무원들이 거리로 나서자 의아해 하면서도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공무원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시작된 길거리 홍보는 도봉산역, 의정부역, 창동역, 양주역, 불광역, 수락산역 등 전철역 주변과 북한산 입구, 도봉산 입구, 불곡산 입구, 사패산 입구, 소요산 입구 등 등산로 주변에서 펼쳐졌다.
축제 준비는 물론 축제기간 동안에도 공직자들의 노력은 계속되었다. 고유 임무를 나누어 맡은 양주시 공무원들은 유니폼과 모자를 착용하고 공연장 곳곳에서 축제의 성공개최를 위해 휴일을 반납한 채 본연의 임무 수행에 최선을 다했다.
부족한 주차공간과 비좁은 도로사정 때문에 교통 및 주차 혼란을 우려하여, 시는 주차·교통통제반을 운영했다. 남녀를 불문하고 250여명의 공무원들이 축제기간 동안 뜨거운 가을햇볕이 내리쬐는 도로 위에서 매연을 맡으며 관람객들의 주차를 도왔다.
제1주차장으로 사용된 양주시청을 비롯하여 덕정동, 삼숭동 등 양주 각 지역으로부터 방문객들을 실어 나르는 셔틀버스가 부족하자 공무원들은 자발적으로 배차를 받아 관람객들을 축제가 열리는 별산대놀이마당으로 이동시켰다. 시청 내 관용승합차량은 물론이고 산불예방 차량, 보건소 차량까지 총 동원되어 축제를 찾은 관람객들의 편의를 도왔다.
▶ 온고지신(溫故知新)-부족함을 나음으로
양주는 별산대놀이, 소놀이굿, 상여와 회다지소리, 양주 농악, 양주 들노래 등 우수한 무형문화재를 갖고 있는 고장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이를 잘 알리지 못해왔다. ‘양주’라는 오랜 이름조차 양주에서 분리된 남양주보다 덜 알려져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축제를 치르는 모습은 달랐다.
“이번 축제는 폐쇄적인 양주시만의 축제에서 전국적인 축제, 나아가서 세계적인 축제의 장으로 마당을 넓혔다는 점에서 커다란 의의를 지닌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번 축제의 축제위원장을 맡은 극단 미추 손진책 대표의 말처럼 이번 세계민속극축제를 준비한 양주시는 ‘양주문화축제’라는 지역축제의 틀을 깨고 새로움과 변화에 초점을 맞췄다.
이번 축제 성공의 중요한 원동력이 바로 ‘변화’라고 양주시는 평가하고 있다.
‘축제는 잔치, 함께 춤추고 즐기자!(Festival is party, Let's enjoy, dance!)’라는 주제에 맞게 주최와 주관을 맡은 양주시와 축제위원회는 이번 행사가 모두 함께 즐길 수 있는 잔치가 되기 위해 노력했다.
고루한 지역성을 과감하게 벗어던진 축제는 ‘그들만의 축제’에서 ‘모두의 축제’로 한 단계 올라설 수 있었다는 평이다.
물론 첫 대규모 축제라서 미흡한 부분도 많고 아쉬운 부분도 많았다.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찾다 보니 좁은 공연 인프라와 부족한 주차공간이 문제로 떠올랐다. 음식 먹는 공간도 부족했고 관람객들이 쉴 수 있는 공간이나 만남의 장소도 마땅치 않아 불편했다는 지적이다.
훌륭한 공연, 멋진 무대도 중요하지만 향후 보다 많은 이들이 찾는 대표적인 문화축제가 되기 위해서는 관람객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자세는 물론 부족한 부분들에 대한 적극적이고도 신속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