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위정자들은 임진왜란의 참화를 겪고도 반성할 줄 몰랐고 백성들에게 미안한 마음도 갖지 않았다. 선조는 조일 전쟁의 책임을 통감하지 않았고 자신의 안위에만 몰두했다. 심지어 자신을 대신해 전장을 누비며 백성들과 함께 싸우던 광해군의 인기를 시기했고, 민족의 영웅 이순신 장군을 견제하는 데만 몰두했다.
광해군은 선조의 갖은 견제에도 불구하고 북인의 지지를 받아 집권에 성공했다. 하지만 권력에서 배제된 서인은 마음이 달랐다. 이들의 최우선 과제는 정권 탈환이었다. 서인은 집요하게 국정을 방해했다. 광해군의 중립외교를 배신의 정치라고 매도하며 사사건건 딴지를 걸었다.
광해군도 자신의 권력을 위협하는 인목대비와 영창대군의 존재가 거슬렸다. 결국 영창대군을 죽이고 인목대비는 폐비시켰다. 권력의 비정함을 잘 아는 광해군의 눈에는 이복동생의 생명 따위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북인도 권력 독점을 위해 광해군과 함께 똑같이 칼춤을 췄다. 민생은 무너졌다.
인조반정이 일어났다. 인조와 서인은 정치보복에 나섰고, 북인은 역사 속에서 사라졌다. 북인과 같은 뿌리인 남인은 서인과 적대적 공존관계를 유지하며 비굴한 정치생명을 이어갔다. 서인은 권력을 독점하자 중립외교를 내팽개치고 친명배금이라는 시대착오적인 대외정책을 펼쳤다. 임진왜란의 피맺힌 교훈을 잊은 조선은 정묘·병자호란을 자초했다. 역시 조선 위정자들의 마음에는 백성은 없었다.
4.15 총선이 끝났다. 역대 최악의 무능으로 무장한 보수 정치권은 몰락에 가까운 참패를 당했다.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이라는 참화를 겪고도 반성할 줄 몰랐고 국민에게 미안한 마음도 갖지 않았다. 황교안 전 대표의 무능과 리더십 부재, 김형오 공관위원장의 사천 논란, 차명진 전 의원 같은 이들의 막말 논란이 정권심판론을 압도했다. 국민은 민생고에 빠진 국민을 외면한 보수 야권을 심판했다.
전대미문의 포퓰리즘과 사상 초유의 비례위성정당을 내세워 이번 선거에서 압승한 문재인 정부와 여권도 국민이 보수 야권을 호되게 심판한 이유를 제대로 읽어야 할 것이다. 지난 2012년 총선에서 국민의 따끔한 심판을 받았던 적이 있지 않았던가? 국민은 오만한 권력에는 언제든지 심판할 능력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외면해선 안 된다.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