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스트가 창궐하던 중세도 아니고 장티푸스, 콜레라, 홍역처럼 오랫동안 인간을 위협하던 전염병도 다 이겨냈는데, 21세기에 백신도 없고 치료제도 개발하지 못하고, 바이러스에 이렇게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는 것이 참으로 답답할 노릇입니다.
세계적으로는 코로나19의 위세가 꺽이지 않고, 인류를 계속 공포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게 하고 있습니다. 중국에서 발생한 코로나19가 우한을 봉쇄함으로써 그나마 확진자와 사망자 증가세를 잡을 수 있었고, 그 통계의 진위를 믿을 수 없지만 중국 발표대로 8만명의 확진자와 3천명이 넘는 사망자를 낳았습니다.
그 위세가 유럽으로 전파되어 스페인과 이탈리아, 프랑스, 영국, 독일을 휩쓸었고 스페인은 16만 확진자에 1만6천명의 사망자를, 이탈리아는 15만 확진자에 1만9천명의 사망자를, 프랑스는 13만 확진자에 1만3천명의 사망자를, 영국은 7만8천 확진자에 9천800명의 사망자를, 독일은 12만 확진자에 2천700명의 사망자를 낳았습니다. 그 이후 세계 최강이라는 미국이 속수무책으로 당하며 52만 확진자와 2만명의 사망자를 낳았습니다.(2020년 4월12일 기준)
코로나19로 인한 전 세계 사망률은 평균 6.2%인데 이탈리아가 12.7%, 영국이 12.6%, 프랑스가 10.9%, 스페인이 10.3%, 미국이 3.9%, 독일이 2.4%이며 우리나라가 2%입니다. 사망률은 그 나라 의료 수준 및 시설, 체계를 설명합니다. 인권을 자랑하고 보장하며 선진 공공의료 및 최신 의료를 추구하는 유럽과 세계 종주국을 주장하는 미국의 의료 시스템이 무너짐을 바라보며 현재 우리나라 의료 시스템의 우월성을 확인합니다.
첫째는 병상입니다. 우리나라는 공공의료를 담당하는 보건소와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의료원이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병상은 민간에서 운영하는 사립병원 병상이며,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대부분의 확진자는 공공병원 병상에 입원하여 치료하였고, 중증 환자들은 사립병원 중환자실 및 음압 병상에서 치료받고 완치되어 퇴원하였습니다.
대구, 경북에서 엄청난 속도로 확진자가 쏟아져 나와 과부하가 걸리기는 했지만 많은 병상 덕분에 치료를 계속할 수 있었습니다. 시장경제주의를 바탕으로 공공병원과 사립병원들이 서로 치열한 경쟁 관계를 유지하며 행위별 수가제 체제로 진료를 시행하여 다소 병상 수가 많은 듯 하지만 이러한 펜데믹 감염병 발생시에는 유효한 효과를 보였습니다.
둘째는 의료 전달체계입니다. 민간병원에서 코로나19가 의심되는 환자들이 진료되는 동시에 즉각적으로 선별진료소나 안심병원을 통하여 진단 및 치료가 시작되었고, 중증 환자들은 가까운 3차 의료기관 중환자실 및 음압 병상을 이용하였으며, 특수한 경우 대구에서 서울까지 이송하여 수술을 시행하는 등 평상시에 유지되던 1,2,3차 의료 전달체계가 잘 유지되었습니다.공공의료만 시행되는 유럽의 경우에 비해 진료 받기가 용이하고 상급 병원에 전달이 쉬운 시스템이 사망률을 낮춘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그동안 의료 현장 경험은 없고 의료관리학만 공부했던 백면서생들이 주장하는 공공의료 위주의 문재인 케어가 이번 기회를 통하여 전면 수정되어 수십년간 대한민국 의료를 책임지고 지켜온 현 시스템을 잘 유지하며 발전해 나가길 소망합니다.
양주예쓰병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