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소통이라는 말을 많이들 하는데 우리 프로만큼 참가자, 진행자, 시청자가 하나되는 무대가 또 있을까 싶어요. 빈부격차, 지역갈등, 세대단절을 다 뛰어넘은 게 전국노래자랑입니다. 노래란 위대한 겁니다. 우리 사회의 그늘진 곳에서 제대로 된 대접을 못 받던 분들이 여기 나와 그 응어리를 노래로 풀고 가실 때 정말이지 보람을 느끼죠.”
우리나라 방송역사상 최장기 장수프로그램인 전국노래자랑의 사회를 40년 가까이 보고 있는 송해씨의 말이다.
그는 올해 우리나라 나이로 94세다. 키 162㎝의 자그마한 키에 약간 검게 그을린 얼굴, 다소 통통한 몸매에 애교스럽게 나온 배, 여지없이 촌 할아버지 모습이지만 남녀노소 누구하고나 그 눈높이에 맞춰 구수한 대화를 하는 모습이 그의 특기다. 그는 그야말로 소통의 달인이다.
송해씨는 누구와 만나도 자연스럽게 소통하며 금세 친구가 된다. 그에겐 소통의 리더십을 굳이 들먹일 필요가 없다. 그 자신이 허물없이 사람을 대하고 상대방 눈높이에서 겸손한 모습으로 마음을 녹이고 그들을 보듬어 안는 특별한 재주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그에겐 5살 애기들도 초등학교 아동들도 젊은 아가씨나 청년들도 아줌마나 아저씨 할머니 할아버지가 모두모두 친구인 것이다.
송해씨는 1927년 황해도 재령 출신이다. 해주예술학교에서 성악을 전공했다. 학교 졸업 후 황해도립악단에 들어갔다가 조선국립극단 단원이 되어 북한 곳곳을 다니며 순회공연에 참여하기도 했다. 한국전쟁 이듬해인 1951년에 그는 혈혈단신 월남했다. 본명은 송복희인데 월남하던 배 안에서 망망대해를 바라보며 ‘꿈을 잃지 않고 넓은 바다같은 세상을 가슴에 품겠다’는 생각에서 이름을 송해로 바꿨다고 한다.
월남 후 3년8개월 동안 군예대에서 군복무를 하며 전후방을 누비며 위문공연을 다녔다. 제대 후 1955년 창공악극단에 들어가 가수생활을 시작했으며 ‘남자 미용사’, ‘단벌신사’, ‘내 팔자가 상팔자’, ‘운수대통 일보직전’ 등 희극영화 10여편에 출연하기도 했다.
1970~80년대에는 텔레비전으로 자리를 옮겨 유명했던 ‘웃으면 복이와요’라는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구봉서, 서영춘, 배삼룡, 이기동 등과 함께 코미디 전성시대를 열기도 했다. 1970년부터는 TBC 동양방송에서 ‘가로수를 누비며’라는 교통 프로그램을 17년간 진행했다.
교통사고를 줄이자고 늘 호소했던 그는 24세 된 외아들이 자동차 사고로 사망하는 바람에 더 이상 마이크를 잡을 수 없는 자괴감과 인생의 상실감으로 스스로 하차하기도 했다. 그의 시골 할아버지 같은 너털웃음 뒤에는 인생의 쓴맛 단맛 다보고 산전수전 다 겪은 달관의 경지가 숨어 있다고 보여진다.
송해씨는 동으로 서로 남으로 북으로 진보로 보수로 서로 찢기고 상처 입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너털웃음과 노래로 마음을 녹여주는 피스메이커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택시를 타면 “고맙고 좋은 일하는 분에게 택시요금을 받을 수 없다”고 실랑이하는 운전기사를 만나 택시 안에 돈을 던져놓고 거스름돈도 받지 못한 채 도망가듯 뛰쳐나와야 하는 일도 다반사라고 한다. 식당에 가서도 밥값을 받지 않으려는 식당 주인이 많은데, 그 때는 식당주인에게 “밥값을 안받으시면 제가 밥벌이를 못하는 게 되니까 받으셔야 합니다”라고 말하며 굳이 내고 나온다.
겉보기에는 화려해 보이고 남에게는 부러워 보여도 사람들 앞에서 무대에 선다는 것은 참 힘들고 또 외롭고 고독한 일이기도 하다. 그는 이렇게 외롭고 고독한 무대 위에서 죽는 날까지 국민과 함께 할 것이라고 다짐한다. 그래서 94세의 고령인데도 아직 왕성한 현역으로 뛰고 있는 것이다.
송해씨 다음으로 전국노래자랑 사회자가 누가 될 것인가 하는 논란이 많이 있고 유명한 연예인들이 서로 자신이 맡아야 하는 이유를 홍보하고 있는 현실이다. 그는 요즘 세대에 대해 특유의 너털웃음으로 일침을 가한다.
“바닥부터 제대로 배우고 익혀야 하는데 다들 너무 급해요. 하루아침에 반짝 스타가 되는 것으로 착각해요. 그러나 진정한 스타는 오랜 단련과 기다림 속에서 나오는 것이지요. 계산서가 나중에 다 그대로 나온다는 것을 알아야지요.”
인생은 흘러간다. 흘러가는 인생 속에는 고난과 슬픔과 고독과 기다림이 녹아 아름다운 강이되어 바다로 흘러간다. 그 모든 것이 녹아있는 삶의 모습이 송해씨의 너털웃음이다. 송해씨의 너털웃음에는 그의 간단치 않은 삶의 연륜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고 할 것이다.
하하 웃음행복센터 원장, 의정부제일간호학원 원장, 웃음치료 전문가(1급), <웃음에 희망을 걸다>, <웃음희망 행복나눔>, <15초 웃음의 기적>, <웃음은 인생을 춤추게 한다>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