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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의사 생활
  2020-06-09 10:01:43 입력

얼마 전 종영된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 생활’이 최고 5.9%로 지상파 포함 전 채널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차지했다고 해서 몰아보기로 주말을 보냈습니다. 공감을 느끼는 스토리와 여러 주인공들의 캐릭터 조합이 완벽함을 선사한 드라마라는 느낌과 여태껏 동일하게 의학 드라마 마다 등장하는 고독한 천재 의사의 출현이 없어서 무척 다른, 그래서 더 맛깔 나는 유쾌한 웃음과 따뜻한 감동 드라마였습니다.

99학번 의대 동기 5인방으로 분한 조정석(익준 역), 유연석(정원 역), 정경호(준완 역), 김대명(석형 역), 전미도(송화 역)는 대학 시절 밴드를 결성해서 음악을 통해 감정을 공유한 사이였고, 각각 신경외과, 산부인과, 흉부외과, 소아외과, 간담췌외과 등을 전공해 다 같이 율제병원에 근무하면서 소소한 일상과 더불어 의사로서 사명감을 가지고 진심으로 환자를 대하는 모습을 진정성 있게 담아냈습니다. 많은 배경 음악이 주옥 같이 흘러나와 그 음악을 아는 이로서는 옛 추억이 떠올라 가슴 뭉클하는 느낌까지 선물했습니다.

의사가 아닌 분들이 보면 조금은 다른 시각이겠지만, 필자가 보는 시각에서는 자극적이지 않았고, 현실과 많이 동떨어진 이야기가 거의 없고, (과거 응급실에서 심폐 소생술을 하면 거의 다 살려내고, 수술실에서는 주인공 외의 의사들은 꼭 실수를 하고, 주인공 의사가 천재적이고, 기발한 실력으로 환자를 살려내는 이야기, 현실에서는 수술 집도가 계획된 수순으로 진행되고, 거의 문제가 안 생기고 제 시간에 마칩니다. 현실에서는 심폐 소생술의 성공률도 높지 않습니다. 과거 80~90년대만 해도 수련의는 거의 폭력에 노출되어 있었지만, 요즘은 육체적 뿐만 아니라 언어 폭력에도 사회적인 질타가 무서워서인지 거의 없습니다. 의료진들끼리의 불륜의 장소로 병원이 사용된 최근의 드라마도 의사를 부정적으로만 비추는 경향을 가지게 하지만, ‘슬의’에서는 그런 불륜도 없었습니다.) 의사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 냄새 나는 그런 의사 이야기로 감동을 주었습니다.

환자의 고통과 슬픔에 함께 아파하고 슬퍼하는 의사들의 모습을 현실만큼이나 잘 보여주었습니다. 다만, 주인공 모두가 우리 사회에서 선망받는 학력과 직업, 재력을 모두 갖춘 금수저들의 배경에서 국민들이 느끼는 감정은 어떨지 궁금합니다.

인문학 시간에 교과서적인 내용으로 나올법한 감성과 공감 능력으로 환자를 대하고 치료하는 주인공들을 보면서, 현실에서는 모자라는 필자의 인성, 환자와의 소통, 협력으로 인해 힘겨운 느낌으로 인한 차이가 가슴을 찌르는 통증으로 다가왔습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의료진에게 감사하다는 플랭카드를 보며, 의사라는 직업이 돈을 버는 수단이라고만 치부했던 국민들의 생각이 조금은 바뀌었을까? 우리 사회를 유지하는 한 부분으로 의료가 있고, 의사라는 직업군이 나름 열심히 살면서 지탱하고 있다는 시각으로 바뀌어 가고 있으면 좋겠습니다.

드라마에서처럼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고 밤을 꼬박 새는 게 일상이 되어버렸던 시절, 응급이라면 잠들어 누워있다가도 숟가락을 들고 있다가도 언제든 뛰어가고, 쌓아놓은 논문과 의료 서적들과 사투를 벌이며 공부하던 시간들, 하루 종일 수술방에서 생활해야 하기 때문에 속옷을 갈아입고 샤워하는 게 소원이었던 20~30대 내 젊은 날들이 더욱 더 소중해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양주예쓰병원 원장

경기북부시민신문(hotnews24@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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