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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명에 간 버지니아 공대생들의 명복을 빌며
  2007-05-04 10:01:18 입력

버지니아 공대가 안정을 되찾고 다시 수업을 재개했다는 소식에 김가다는 겨우 가슴을 쓸어내리며 하나님께 감사했다.

일주일전 그날아침 김가다는 TV를 틀자마자 쏟아지는 아나운서의 흥분된 목소리에 경악하고 말았다. 미국역사상 최악의 총기사건인 버지니아 공대 살육의 주인공이 한국인 조승희라는 사실에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가 않았다.

순간 김가다는 코리안 드림을 안고 미국에 건너가 살고있는 수백만 한국인 동포와 유학생들, 이런저런 문제로 여전히 껄끄럽기만 한 주한미군과의 관계. 아직도 뜨거운 감자로 웅크리고 있는 FTA문제 등등 마음이 몹시 어두워지는 느낌이었다.

몇 년전 훈련중이던 미군탱크에 무참하게 목숨을 잃은 미순이 효순이 사건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연일 미대사관으로 달려가 격렬한 데모를 벌이며 미군은 물러가라며 목젖이 빠지도록 외쳤던가.

밤마다 시청앞 광장에 수많은 인파가 몰려들어 촛불시위를 하며 미군은 물러가라며 눈물지으며 울먹였었다. 그건 이번처럼 미리 계획한 살인이 아니라 훈련중에 일어난 사건이었다.

그때 견디다 못한 미국의 하원의원 누군가가 당장 한국에서 미군을 몽땅 철수시키자며 목소리를 높혔었다. 아내와 함께 가게로 출근하면서도 김가다는 내내 말한마디 않았다. 아무래도 LA폭동에 버금가는 엄청난 보복이 한인동포들과 한미관계에 폭풍처럼 불어닥칠 것이라는 암담한 염려때문인듯 했다.

장똘뱅이차 가방을 챙겨들고 부랴부랴 올라탄 전철속에서 노인들이 그 이야기로 갑론을박 중이었다.  한 노인의 가슴에 달린 뱃지를 보니 전쟁 영웅인듯 했다.

“그러게 사람은 항상 제 누울자리 보아놓고 흰소리 쳐야 하는거야 이런젠장...”

“말이야 바른말이지 미국 아니었음 이 나라가 지금 이까정 왔겄어?”

“요즘 젊은것덜 배고파 봤어야지? 아, 6.25전쟁때 미국젊은이들이 수만명이나 죽었어. 수십만명이 불구자가 됐구, 아이고, 전쟁이 끝나고도 얼마나 배가 고팠던지 허구헌날 산나물로 끼니를 때웠지. 뭐 먹을것이 있어야지 글세.”

“말해뭐해. 그래두 당시에 미국사람들이 보내준 옷가지랑 학용품으로 공부했구 그거알지? 커다란 통에 하나가득 담긴 가루우유말야. 아, 그 우유덕분에 굶어죽지 않은거여. 도시락 뚜껑에 그 가루우유를 담아서 쩌갖고 그걸 주머니에 넣고 다니며 하루종일 먹었어.”

김가다는 그 노인들의 말을 눈을 감은채 귀담아 들으면서 소리없이 깊은 한숨을 전철바닥에 쏟아부으며 ‘그래, 그랬었지’ 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얼마나 이를 악물고 굴왕신처럼 처절했던 가난을 치열하게 이겨내며 살았던가. 꽃다운 나이의 형들과 누나들은 즐풍목우하며 서독광부와 간호사로, 젊은 사자들은 목숨을 담보로 총알과 폭탄이 빗발치는 듯하는 월남의 저쟁터로 너도나도 앞다투어 달려갔었다.

“비록 불귀의 객이 될지도 모르지만 요행 살아서 돌아오면 꼬박꼬박 모아둔 생명수당으로 부모님 편안히 모시고 동생들 고등학교 대학교 보낼수 있겠다는눈물겨운 소망 때문이었지.”

조상 대대로 물려받은 이 저주스러운 가난을 벗어나 보려고 김가다의 아버지와 엄마도 이를 악물었고 자식들에게 따뜻한 옷한벌 사 입히려고 한강이 꽁꽁얼어 붙을만큼 살인적인 추위를 온몸으로 버티며 이겨냈었다. 뱃가죽이 등에 달라붙는 한이 있어도 자식들은 공부시켜야 했고 당신들은 굶어도 자식들 입에는 쌀밥을 넣어주며 한많은 세월을 숙명처럼 견디어 내었었다.

어쨌거나 그렇게 미국국민이 십시일반 모아서 보내준 옷가지와 학용품으로 공부했고 우유가루를 먹고 간신히 목숨부지하며 키워온 자식들이 지금은 늙은 부모를 대책없는 황량한 거리로 내어몰고 있다. 아직도 등허리가 굽어진 채로 하루 몇푼이라도 벌어 자식들에게 부담을 주기 싫어 애쓰는 부모들의 고독한 그림자 저 편에서 말쌀스런 자식들은 실컷 먹고 마시면서 밤새워 촛불시위를 벌이며 미군은 물러가라고 부르짖는다.

120년전, 복음의 불모지인 이땅에 성경책을 전해주기 위해 찾아왔던 선교사들을 무참하게 돌로 쳐죽이고 옥에가두고.....그래도 그들은 굴하지 않고 다시 이땅에 찾아와 교회를 짓고 학교를 세워 영어와 수학과 과학을 깨우쳐 주었고 병원을 세워 전염병과 가난에 시달리는 불행한 백성들을 위해 혼신을 다했었다. 수만명의 미국 젊은이들이 이땅의 평화를 위해 꽃잎처럼 목숨을 바쳤는데도 그들은 거리에서 데모와 촛불시위를 벌이며 이렇게 외친다.

“미군은 물러가라 이제 우리는 자주국방 할 수 있고 스스로 먹고 살수있다. 물러가라!”

오늘따라 물건이 가방에 넘치도록 많은것이 조금도 짜증스럽지 않은것은 아직도 수면위에서 망설이고 있는 한미군사동맹이라든가 FTA후유증이라든가 비자자유화 문제, 북핵문제등 한미간에 얽혀있는 여러 가지 사안들이 제자리로 돌아섰다는 고무감, 그리고 비로서 수백만 한국동포와 유학생들이 별탈없이 생업에 열중할수 있게 됐다는 안도감 때문인듯 했다.

많은 사람들이 조승희란 희대의 살인마 때문에 한미간의 민족적 갈등이 보복이란 차원으로 불거지지 않을까 전전긍긍했지만 미국인은 오히려 한국인을 위로했다.

“이번 총기사건은 총기 소지에대한 미국내법과 버지니아 대학 당국의 늑장대응 탓이지 결코범인이 한국인이란 이유로 Hate Crime등을 저지른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한 개인의 과대망상적 정신이상자의 광기로 빚어진 사건일 뿐 한국국민과 미 국민이 민족적 갈등으로 대립해서는 안된다. 한국국민은 더 이상 미국에 미안해 하지 않아도 된다...”

더욱이 김가다의 가슴이 뭉클하도록 뜨거워지는 것은 버지니아 공대에서 거행된 추모식 현장에, 비명에간 젊은이들의 사진앞에 끝없이 꽃송이가 쌓여가고 있었지만 유독 숫접어 보이는 조승희의 사진만이 쓸쓸하게 먼 산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사진 앞에도 한두송이 꽃을 바치는 젊은이들이 늘어나면서 그들은 울먹이는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네가 그토록 수많은 세월을 외로움에 몸을 떨고 살고있었는데도 우리가 좋은 친구가 되어주지 못한것이 너무도 미안해. 좀 더 사랑했어야 했는데. 우리가 좀더 빨리 너를 이해라고 가까이 다가섰어야 했었는데 미안해.”

김가다는 눈시울이 훅 뜨거워짐을 느끼며 가슴으로 감탄했다.

“저 전율할 만큼 성숙되고 저력깊은 미국인들의 의식수준이 너무도 부럽다...”

그리고 김가다는 얼핏 이런 생각을 했다. 만약 한국에서 조승희같은 미국인이 어느 대학교에서 저런 일을 저질렀다면 홑벌인간인 김가다 자신은 어땠을까. 아마도 담박길로 거리를 지나가는 미국인들을 향해 박치기를 날렸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FTA고 북핵이고 나발이고 다 때려치우라고 입에 거품을 물고 악을 바락바락 썼을지도 모른다.

“이 노랭이 양키들아! 살려내에! 살려내에! 왜 생떼같은 젊은 학생들을 쏴죽여! 왜쥑여! 이 천벌을 받을 코쟁이 눔덜아아! 이젠 니들도움 안받아도 먹구 살만하니까 다 싸 짊어지고 이제고만 니들 나라로 건너가 이 놈덜아아! 살려내놔, 이놈덜아아!“

그리고 어쩌면 그날 밤부터 촛불시위하자고 눈에 불을 활활 밝히고 서울시청앞 광장으로 달려 나갔을지도 모른다. 보따리를 주렁주렁 매달고 버스에 올랐을때 어떤 예쁘게 생긴 아줌마가 보따리를 받아주겠다며 손을 내어밀었다. 김가다가 후다닥 놀라며사양했다.

“하야튼 대가리에서 산삼이 자라게 해준다해도 예쁘게 생긴 여자는 무조건 경계해야해...”

그는 꼬리를 물고 달려가는 도시의 불빛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가슴으로 중얼거렸다.

“미국을 지탱하고 있는 저 뿌리깊은 시민의식이 있는 한 세계의 그 어떤 강대국도 미국을 섣불리 건드리지 못한다. 나의 잘못이지 결코 당신의 잘못이 아니라는 성서적 양심이 오늘날 미국을 세계 초강대국으로 키워 놓은것이야.

우리는 5천년 역사를 자랑하면서도 아직 요모양 요꼴인데 이제 겨우 300년 남짓한 역사밖에 안되는 미국은... 그나저나 요즘 한나라당 노는꼴이 가관이고나, 일부 공무원들 노는꼴은 또 어떻구. 애그 댁덜두 참 딱허우, 쯔쯔쯔....”

김가다는 비로서 창문에 머리를 기대고 지난밤에 못다이룬 잠의 수렁속으로 정신없이 빠져들고 있었다.
-끝-

경기북부시민신문(hotnews24@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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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근 얘... 2189 120/67 08-29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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