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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곡
  2007-10-18 13:49:12 입력

해마다 이맘때 쯤이면 어머니의 굽어진 등허리가 뇌리에 떠올라 가슴이 아프다. 옛날 시골에 살았을 때 김가다네집 주위로 울창한 잡목숲이 있어서 거기에서 날아든 낙엽을 긁어 태우느라 어머니는 종일 힘들어하셨다.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노부모 모시기가 몹시 어렵다고들 한다. 사람마다 성격도 다르고 살아가는 생활방식들도 각자 나름대로 독특하다보니 부모자식간에도 충돌이 없을 수가 없을것이다.

김가다 부부도 팔순이 넘은 홀어머니를 모시고 살았었다. 김가다의 어머니야말로 더덜믓한데다 워낙에 괴팍한 성격이어서 김가다도, 이웃사람들도 꽤나 속앓이 할 때가 많았었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보면 뭔가 잘 해보려고 하시는 일인데도 사사건건 결과적으론 낭패를 벌여놓는 바람에 죽을 노릇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해마다 가을이 오면 김가다의 어머니는 낙엽을 긁어 태우느라 종일 쉴 새가 없는 모습이었다. 낙엽이 어디 한두 그루 나무에서 떨어져야 말이지, 집 주위가 뺑 둘러 잡목으로 우거졌는데 거기서 떨어져 쌓이는 낙엽을 보는대로 긁어태우려면 그게 보통 힘든 일이 아니었다. 어머니가 낙엽 긁어 태우시는거야 일중에도 큰일중에 하나이긴 하지만 그 해 가을에도 그 낙엽이라든가 쓰레기를 모아 태우다가 산불을 몇 번이나 낼 뻔했다.
참으로 김가다는 가을만 오면 가슴이 조마조마했다. 김가다의 어머니는 또 고집이 여간 아니셨다. 개 좀 풀어놓지 말라고 그토록 신신당부를 드렸는데도 어느날 닭들이 너절하게 죽어 자빠져 있었다. 김가다는 허구한날 땅바닥에 주저앉아 복통을 두들겼다.

어머니가 살아계실 동안 김가다 부부는 뭘 좀 잘못했다 싶으면 어머니 앞에 꿇어앉아 용서를 빌어야 했다. 둘 다 울면서 용서해 달라고 빌었다. 그렇게 어머니에게 용서를 빌면 어머니는 마지못해 용서해주시곤 했는데, 그렇게 용서를 끌어내지 못하면 어머니는 몇날 며칠이고 식사를 마다하시고 화가 안 풀려 밤새껏 그릇이며 가재 집기 등을 마구 부숴대며 목이 쉬도록 욕설을 퍼대는 바람에 종일 고통스런 시간을 보내야 했다. 남편 된 처지로 아내에게 몹시 부끄러웠다. 요즘 시대에 김가다 마누라만큼 호된 시집살이 한 여자도 흔치 않을 것이다.

어느날엔가 서둘러 퇴근해 돌아와 보니 축사 앞에 세워둔 오토바이가 뼈다귀만 앙상하니 불에 타 있었다. 깜짝놀라 어떻게 된거냐고 물었더니 어머니가 지저분하다고 태워버렸단다. 그날도 김가다는 털썩 주저앉았다. 그 오토바이는 김가다가 무슨 어려운 입장 때문에 동네 사람한테 잠시 빌려다 놓은 것이었다. 또 쓰레기를 모아 태운다는 것이 하필이면 옆집에 유리창을 끼우러 온 트럭의 타이어 옆에다 불을 놓아서 트럭의 앞대가리가 새까맣게 타는 바람에 수리비 마련하느라고 죽을 똥을 싼 적도 있다.

또 어느날에도 김가다가 막 돌아와보니 마누라의 얼굴이 잔뜩 부어있었다. 말인 즉슨 오늘교회에서 효도관광 가는데 어쩌면 옷을 꼭 그렇게 걸치고 나서야 되는거냐였다. 해마다 남대문시장에서 옷장사하는 올케 언니가 갖다준 옷도 있고, 작년에 손수 바느질해 만들어 드린 한복도 있는데, 하필이면 몇십년 된 후줄근히 빛바랜 한복을 고집스레 입고 나서 자식들 입장을 민망스레 할 게 뭐냐는 푸념이었다. 듣고 보니 김가다도 몹시 심정이 상했다.

그렇게 속상하는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지만 그래도 김가다는 어머니의 고마움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시작부터 어려운 살림에 80이 넘도록 병치레 한번 안해주신 것만 해도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자식하나 성공시키는 게 제일 큰 소원이셨던 어머니는 꼭두새벽부터 머리에 무거운 짐을 이고 외판을 나가셨다. 어느날에는 종아리에 피를 철철 흘리고 늦은 밤에야 돌아오셨다. 화장품을 팔러 어느 부잣집 대문을 밀고 들어섰는데 송아지만한 세파트가 물어서 그렇게 되었다고 하셨다. 그날밤 김가다는 어머니의 상처에 약을 발라드리면서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아무리 어머니의 성격이 유별나다해도 아무리 이해할 수 없는 기억이 많이 있다해도 낳아주시고 길러주시고 공부시켜 주신 덕에 김가다는 오늘 그래도 이만큼 성숙의 길을 걸어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 어느 봄 날, 집 앞의 텃밭에 냉이꽃이 하얗게 깔려있던 어느날 김가다가 아내와 함께 나들이차 모양을 갖추고 현관을 나섰다. 산모퉁이를 마악 돌아서려는 김가다를 어머니가 큰 소리로 불러 세웠다.

“야 어데가니?”
“네, 서울 좀 다녀오려구요.”
“이리 와봐라.”

김가다가 어머니 앞으로 뛰어갔다.
어머니는 허리춤에서 어린아이 손바닥만한 지갑을 꺼내시더니 꼬깃꼬깃 접힌 십만원짜리 수표 한장을 김가다 앞에 내미셨다.

수표를 손에 쥐어주시는 어머니의 눈자위가 저녁노을에 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수표를 받아 넣고 버스정류장으로 걸어가는 동안 김가다는 내내 가슴이 쓰리고 아팠다.
‘오십여 평생동안 단 한번도 어머니께 효도를 못해드렸다...’

그런 어머니가 어느날 갑자기 실종되었을 때 김가다는 그만 하늘이 까맣게 내려앉는 느낌이었다. 아마도 어머니는 아들이 사기사건에 휘말린 와중에 들이닥친 집달관들이 가재도구 등에 딱지를 부치고 사라진 모습에 충격을 받고 집을 나선 모양인데 그 길로 감감소식이었다.

가슴 졸이고 애태우는 가운데 세월이 어느새 한달이나 흘러갔다. 어머니가 행불이 된지 꼭 한달째인 4월30일 그날은 주일날이었다. 저녁예배에 가려고 옷가지를 주섬주섬 걸치고 있었다. 전화벨이 요란하게 울렸다.
아내가 다소 긴장하며 전화를 받았다.

“예? 경찰서요? 네, 네 비슷한 할머닐...”
아내의 얼굴이 금방 납덩이처럼 굳어지더니 떨리는 손으로 남편에게 수화기를 건넸다.
“여보세요? 네, 네, 네, 그렇죠. 보라색 털고무신에다 검정 줄무늬 바지 맞습니다. 금목걸이...네 네, 어디요? 네, 네 곧 가겠습니다.”

수화기를 내려놓은 김가다가 와들와들 몸을 떨었다. 때마침 와 앉았던 고등학교 제자의 차를 타고 정신없이 달렸다. 땅거미가 거뭇거뭇 기어올 때쯤이었다.

“아! 어머니, 어머니 그럴 리가 없다. 어떻게 어머니가 9부 능선이나 되는 산꼭대기까지 올라갈 수 있단 말인가. 헬기가 집어다 놨다면 몰라도...”

조금 뒤 산꼭대기에서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내려오고 있었다. 하얀 천에 무엇인가를 싸든 채로였다. 김가다는 땅밑으로 잦아들어 버릴듯 온몸의 기운이 싹 빠져 나가는 듯한 현기증을 느끼며 땅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렇게 어머니를 잃고 나서부터 이렇게 가을이 깊어지면 낙엽을 긁어모아 태우시던 어머니의 늙은 등허리가 생각나서 김가다는 잔물잔물 눈시울을 적시고 만다.

그렇게 힘들게 공부시킨 하나뿐인 아들이 시골에 처박혀 돼지똥이나 친다고 생각하면서 얼마나 가슴에 멍울이 맺혔을까.

“나는 세상에서 제일 나쁜 축에 드는 불효자였어...”

김가다는 빨갛게 충혈된 눈두덩을 손등으로 훔치며 오늘도 장돌뱅이 가방을 끌고 전철역으로 향했다.
“어머니, 나이 7~80이 되든 90이 되든 반드시 노벨문학상을 타서 어머니의 영정 앞에 바치겠습니다...그토록 고생스레 공부시킨 아들인데요...” <끝>

경기북부시민신문(hotnews24@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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