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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바위의 갓을 없애서 망한 부자
살아있는 양주설화④
  2017-07-17 10:47:27 입력

어느 시대에나 부자가 있고 가난한 사람이 있다. 그리고 어이없이 망해버린 부자 이야기도 있다.

양주에는 손님을 막으려다가 폭삭 망해버린 천석꾼 혹은 부자 이야기가 전해진다. 하지만 부자가 복에 겨워 엉뚱한 짓을 해서 자기 손으로 집을 망하게 한 것이 아니다. 부자였기 때문에 겪어야만 했던 힘겨움과 고생으로 인해 집을 망하게 했다는 인상적인 이야기이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이 <한국구비문학대계> 출판을 위해 2012년에 추진한 지역자료 채록을 보면 양주에서는 크게 두 종류의 이야기가 수집됐다.

우선 남면 한산2리 김연분 주민이 제보한 ‘갓바위의 갓을 없애서 망한 부자’ 이야기가 있다. 어느 부잣집에 손님이 너무 자주 왔다. 사랑방에 모여드는 손님을 대접해야 하는 며느리는 무척 힘들어서 참을 수가 없었다.

하루 하루를 힘겹게 보내던 어느 날, 시주 온 스님에게 손님이 안 오게 하는 방법을 물었다. 그러자 스님은 아주 쉬운 일이라며 갓바위를 가리키면서 “저 갓을 비켜 놓으십시오”라고 했다. 며느리는 갓바위의 갓을 없애버렸고, 그 집안은 점차 망해갔다. 먹고 살기 힘들어지니 손님도 없어지게 되었다.

은현면 봉암리 남선휘 주민도 같은 지역에 대한 비슷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갓바위가 있어서 지역이름이 된 남면 입암리에 아주 큰 부자가 살았는데, 거지가 너무 많이 와서 구걸하자 제발 거지 좀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어느 날 찾아온 스님이 시주를 받고 “사람을 사서 갓바위의 갓을 벗겨버리면 괜찮다”고 해서 갓을 벗겼더니 망해버렸다고 한다.

한산리에도 아주 큰 부잣집이 있었는데, 거지가 하도 찾아오자 지나가던 스님이 갓바위의 갓을 벗겨버리면 된다고 해서 그 말을 따랐다가 집이 완전히 망해버렸고, 지금도 부잣집이 있던 터에서 벽돌과 기왓장을 찾을 수가 있다고 한다.

광적면 비암리 고정오 주민은 남양주 물꼬란이라는 곳에서 이어온 손님 오는 것이 싫은 며느리 이야기를 전한다.

남양주 어느 천석꾼 집안에 하도 손님이 많이 오자 며느리는 매일 쉬지도 못하고 손님 시중 드는 일에 시달렸다. 그래서 찾아온 스님에게 “시주는 얼마든지 할 테니까 손님만 안 찾아오게 해달라”며 쌀 한 가마를 시주하니 “뒷산에 올라가면 산허리가 잘록한 데가 있는데, 거기를 가래로 칼질을 하라”고 했다.

그렇게 했더니 그날 밤 그 자리에서 피가 터져 나왔고, 다음 날부터 손님이 한 명도 오지 않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 집은 망해버렸다고 한다. 그 집터에 깨진 기왓장이 아직도 발견된다고 한다. 그 집이 천석꾼이었으니, 천석이라면 쌀가마로 이천 가마다. 매년 쌀 이천 가마를 수확하던 집이니 그 집에 드나드는 사람이 얼마나 많았고, 그들을 챙겨 먹이는 며느리의 노고가 얼마나 컸을지는 짐작할 만하다.

다른 지역에서도 갓바위에 얽힌 비슷한 설화와 유래를 많이 찾아볼 수 있다. 매일 찾아오는 손님이나 거지를 먹여 살리면서도 천석꾼으로 살 수 있을 정도의 부자를 망하게 하는 주인공은 거의 대부분 며느리 몫이었다.

이 설화는 여자를 잘못 들여서 집안이 망했다는 것으로 끝날 이야기가 아니다. 오랜 시절, 며느리에게는 집안 남자들의 뒤치다꺼리가 가장 중요한 일로 치부되었고, 며느리가 겪는 힘겨움을 당연시 여겼다.

며느리는 단지 끝없는 노역에서 해방될 방법을 찾으려고 한 것뿐인데, 어떤 식으로든 가부장제 시대를 살아가던 며느리들이 집안 노역에서 탈출할 방법은 없었나보다. 끊임없는 손님으로 인해 재산을 탕진했을지도 모르는 일인데 가난은 며느리 탓이 되고, 손님이 없어진 가난한 집안을 다시 꾸려나가야 하는 일도 역시 며느리의 몫이었으리라.

2017-07-17 10:56:19 수정 이재희 기자(hotnews24@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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