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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와 마약
  2018-11-30 14:27:11 입력

진료와 수술로 인해 꺼놨던 핸드폰에 낯선 번호로 여러 번 부재중 전화가 들어와 있었다. 어지간히 급한 모양이네. 누굴까? 이렇게 전화하는 것을 보면 좋은 일은 아닌데…. 불길한 예감은 틀리지 않다고 다시 울린 전화를 통해 마약 관련 조사를 받으라는 통보를 받았다.

2016년 6월말 필자가 6.4지방선거에 출마했다가 낙마한 후 얼마 되지 않아 병원에 식약청, 경찰청, 보건소 3개 기관 합동 마약 단속이 나왔었다. 워낙 그 전부터 사회적인 이슈가 되었기 때문에 마약과 향정신성 의약품 관리를 철저히 해서 별 걱정 없이 조사에 임했었다.

철저히 장부와 마약 구입 서류 등을 비교하며 숫자를 맞추던 조사원들이 별 문제 없는 걸로 결론짓고 있을 때쯤 폐기 장부를 들여다보던 보건소 직원이 “폐기는 상부기관의 감독자 입회 하에 해야 하는데 왜 자체 폐기로 끝냈느냐?”고 하여 이로부터 문제가 시작되어 갑론을박하게 되었다.

요지는 관행에 의해 마약 책임자(약사), 관리자 2명이 사용하고 남은 마약이나 향정신성 의약품(주로 프로포폴)을 장부에 철저히 수량과 용량을 적은 뒤 폐기하고 소각하며 사진으로 증거를 남겼으나, 단속반 주장은 대학병원은 자체 페기를 할 수 있지만 병원은 보건소 감독자가 입회를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필자는 “1992년부터 24년간 여러 병원 근무 때나 본원에서도 마약 폐기시 공무원 입회 하에 한 적이 없었고, 그 많은 병원과 의원에 보건소 담당 공무원이 폐기 때마다 가서 확인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담당 보건소 직원은 1명인데, 서울의 그 많은 병원은 어찌한단 말이냐? 그리고 그동안 매번 점검 나올 때마다 지적이 없다가 어떻게 이번에 법이 개정되었다고 불법이라고 지적하며 행정명령을 내리려 하느냐? 계도와 교육이 필요한 곳이 의료기관 아닌가? 개정된 의료법을 통보받지 못한 점은 억울하다”고 사정하니, 사건의 심각성도 적고 고의성 또한 없는 일이라 확인서에 도장을 찍니 마니 하다가 철수했던 일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3년 가까이 지난 시점에 다시 조사를 한다니. 더군다나 마약류 유통과 사용 등을 투명하게 관리한다는 취지에서 마약류 취급자 또는 마약류 취급 승인자가 수출입, 제조, 판매, 양수, 양도, 구입, 사용, 폐기, 조제, 투약하기 위해 사용한 마약 또는 향정신성 의약품 취급정보에 관한 사항을 식약처장에게 바로 보고하는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이 시행되었고, 그로 인한 간소화 및 현실화 방안으로 원내 자체 폐기방식으로 법률이 다시 환원된 마당에 과거 단속된 내용에 대해 조사받으라고 하니 한숨이 나왔다.

마약에 관한 문제는 심각한 불법 유통이나 사용에 대한 실태를 조사해야 한다. 최근 국정감사에서 지적된 내용처럼 1855곳 한의원에 마약류로 분류되는 향정신성 의약품 프로포폴과 국소마취제를 비롯해 항생제 등 17억원 어치의 전문의약품이 흘러들어갔는데, 가장 심각한 문제는 납품된 의약품들이 어떤 경로로 얼마나 투약되었는지 보건당국이 전혀 알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마약류 및 향정신성 의약품은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과 ‘향정신성의약품관리법’에 따라 유통부터 폐기까지 매우 엄격하게 관리해야 하지만, 보건복지부는 한의원으로 전문의약품이 납품되는 것조차 모르고 있었다.

4시간 가까이 진행된 조사에서 원리원칙에 충실한 경찰 조사관은 필자의 심정을 이해하지만, 과거에 있었던 일은 과거법으로 판단해야 하기 때문에 관리의 책임을 물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올리겠다고 한다. 억울함은 둘째고, 앞으로 의료인에게 주어진 사회적 책임감과 고도의 윤리적·도덕적 의무를 다하기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할지 무거운 마음으로 경찰청 문을 나선다.

양주예쓰병원 원장

 

경기북부시민신문(hotnews24@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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