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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3인 구속 사태 이후 달라진 의사들의 자세
  2019-02-01 16:02:24 입력

93세 할머니가 방에서 넘어져 대퇴부 전자부(고관절)가 분쇄 골절되어 병원을 방문하였다. 1시간도 안 걸리는 골수강내 고정수술을 시행하고, 유합될 때까지 약 6주간 안정만 잘하면 다시 걷기 시작할 수 있는 상태로 보였으나, 워낙 고령이라 마취합병증 관련하여 심장내과, 환자의 과거력상 관련된 당뇨, 고혈압 때문에 내분비내과, 치매약물 관련 신경과 등을 컨설트( 전공 파트인 각 과에서 환자의 문제를 논의)해서 최종적으로 마취과와 상담하여 수술 일정을 잡았다.

보호자와 면담하여 수술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수술의 합병증과 수술 후 치료 및 관리에 대해 충분히 설명 후 수술 동의서를 받았다. 수술 및 검사 등을 시행할 때 합병증 위험을 알리고 사전에 피시술자의 동의를 거치게 되는 환자(수술) 동의서가 있고, 수술 등 의료행위 때 전신 마취 및 척추 마취, 부분 마취를 해야 하는 경우 당사자 및 보호자에게 마취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 및 치료 과정을 설명하고, 이를 동의하였음을 확인 받아 기록한 문서로 마취 동의서가 있다.

환자에게 마취를 하기 이전에 작성하는 것으로 환자 및 보호자는 반드시 의사의 충분한 설명을 듣고 이에 동의하였을 경우에 작성하는 것이다. 신해철 사건 이후 꼭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는 문서로써 환자 및 보호자들은 두 과정을 겪게 되면 수술을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굴뚝 같이 든다고 한다. 실제로 수술을 안 한다고 포기하고 돌아가는 환자분들도 많다고 한다.

그 만큼 환자에게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 및 경과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게 되면 두려움으로 인해 치료를 포기하게 되고, 너무 가볍게 이야기하면 수박 겉핥기 이야기가 되어 의미가 없어진다. 수술 및 수술 후 합병증 및 의도치 않은 결과에 도달했을 경우 도의적인 책임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책임까지 지게 되므로 신중하고 자세히 설명할 수 밖에 없다.

아니나 다를까 마취 동의서 작성을 거부하고 보호자들이 수술을 거부한다고 연락이 왔다. 다시 면담을 해보니 어차피 수술하다가 돌아가실 것 같은데 왜 수술을 하겠느냐? 보호자들의 한숨 섞인 원망을 들으며 처음부터 다시 설명을 해야 했다. 동의서는 합병증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다 설명해야 하고, 동의를 꼭 받아야 수술이 가능하다고, 그러나 실제로 안 좋은 합병증이 생길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고, 그 부담을 가지고 즉 위험성을 감당하더라도 수술 후 환자에게 훨씬 유리할 상황이라면 수술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보호자를 설득해서 마취 받고 수술하기로 결정하였다.

다행스럽게 환자가 잘 견디어줘서 마취 및 수술을 잘 마치고 회복실에 올라가 환자 상태를 살펴보고 내려오니 마취 전문의가 옆에 와서 묻는다. 왜? 잘 되어봐야 본전이고, 결과가 안 좋으면 사망하게 되어 보호자에게 멱살 잡힐 수술을 그리 힘든 과정 겪어서 하냐고? 본인 입장도 아무리 민사 과정은 병원과 보험회사에서 배경이 되어 봐준다고 해도 형사 소송은 감당하기 힘들다. 구속되기 싫다고….

나도 잘 모르겠다. 사실 너무 무모하기도 했다. 내 머릿 속에 맴도는 스승님의 말. “내 가족처럼 환자를 대하라.”

의사 3인 구속 사태 이후 우려했던 부작용이 급속도로 임상 현장에 파급되기 시작했다. 아직 항소심 판결이 남아있는 상황인데도, 의료 현장에서는 진료 패턴이 심한 변화를 보이기 시작했다.

필자가 운영하는 병원은 200병상 미만의 중소병원으로 지역내에서는 거점병원 및 응급의료기관으로 그 역할을 유일하게 감당해온 지역병원이다. 그런데 약 5년 전부터 소아과 전문의 결핍 현상으로 인해 소아과가 폐과된 상태다. 그러나 평소에 응급실로 소아 환자 내원이 잦고, 외래에서도 소아 환자 진료가 발생하면 ‘진료 거부’라고 보호자들이 항의하는 소동이 발생하기도 했다.

나름 3세 이전의 경우 완전 응급상태라면 필요한 처치를 한 후 이송, 그렇지 않으면 바로 상급 병원 이송을 원칙으로 해서 진료 중이었으나, 의사 3인 구속 사태 이후 자기도 자칫하면 구속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의료진에게 즉각 반영되면서 소아 환자 기피 현상이 유난히 심해져서 인근 대학병원까지 진료를 가야하는 보호자들의 불편함이 가중되고 있다.

다른 병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모든 일은 병원장이 책임질테니 응급실 소아 환자라도 받아 달라고 설득해도 안된다며, 민사는 합의금으로 해결보지만, 형사는 의사 개인의 몫이라고, 병원장이 ‘돌격 앞으로’ 했을 때 따라 올 봉직의사가 있겠느냐? 어떤 봉직의사가 감옥 갈 각오로 진료하겠느냐? 하며 봉직의사를 두둔하던 병원장도 있었다.

그러나 이 상황이 소아과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수술에 임하는 자세부터 분명 과거와는 큰 차이가 생겼다. 수술을 주로 하는 외과 계열 집도의 및 교수들 말을 들어보면, “솔직히 언제 어떻게 구속될지 모르는데 수술 및 진료에서 위축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냐”, “앞으로 중증도 높은 수술을 기피하는 현상은 두드러질 수밖에 없다”, “사실 지금까지 의료분쟁은 남의 얘기라고 생각했지만 의사 구속 사태 이후 나 또한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졌다”고 말한다.

또한 간단한 시술도 방어적으로 진료하게 되는 것은 물론이고 수술 기록이 누락된 것은 없는지, 설명의 의무를 다했는지 거듭 확인하면서 초긴장 상태로 진료에 임하면서 의료진의 피로감이 상당히 높아진 상태다.

다른 문제점은 방어 진료가 과잉 검사 혹은 과잉 진료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복통을 호소하는 소아 환자는 무조건 CT 검사를 실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대학병원도 이것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과거에 하지 않아도 되는 검사를 하도록 유도하게 되는 이러한 방어 진료는 결국 의료비 상승을 초래하여 건보 재정에도 영향을 미치고, 소아의 방사선 피폭도 걱정이 된다.

또 다른 방향의 변화는 대학병원 환자 쏠림 현상이 심해진 것이다. 이미 췌장암, 폐암 수술 현황을 보면 상당수가 ‘빅5 병원’ 등 수도권 대형병원 중심으로 쏠리고 있고, 의사 3인 구속 사태 이후 중증수술 기피는 가속화될 것이며, 만약 항소심 판결에서 유죄로 결론이 나면 이는 걷잡을 수 없게 확산될 것이 자명하다. 2018년 연말 통계에서도 대학병원 및 3차 병원 쏠림 현상은 심해져서 임상 교수들의 피로도가 심해지고, 진료를 못 받고 돌아선 환자들이 부지기수인 것도 사실이다.

“사실 의사들이 일평균 진료 환자수를 제한하고 꼼꼼하게 진료하면 의료사고를 크게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비용부담 등은 논의하지 않으면서 의사에게만 부담을 주고 있는 게 아닌가.” 대한병원협회의 지적이 해결 방향을 제시하지만, 국민적 합의까지는 멀어 보이기만 하다.

양주예쓰병원 원장

2019-02-01 16:11:08 수정 경기북부시민신문(hotnews24@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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