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시장사(封豕長蛇)라는 말이 있다. 식욕이 왕성한 큰 돼지와 먹이를 씹지 않고 통째로 삼키는 긴 뱀이라는 뜻이다. 과도한 탐욕에 빠져 있는 악인을 일컫는 말로 유명하다.
돼지는 먹이에 과도한 욕심을 부리는 짐승이다. 하지만 악인의 욕심에 비하면 조족지혈이다. ‘말 타면 종 두고 싶다’는 기마욕설노(騎馬欲率奴)라는 말도 있듯이 한도 끝도 없는 사람의 욕심을 따를 존재는 없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뱀도 비슷한 처지다. 흔히들 잔인하고 비열한 존재를 뱀에 비유하곤 한다. 하지만 고금의 역사를 보면 인간만큼 잔인한 동물도 없다. 권력 찬탈을 위해 부모형제를 잔혹하게 살해한 역사는 비일비재하다.
북한의 김정은도 고모부 장성택을 형체도 찾아보지 못할 정도로 잔인하게 처형했고, 이복형 김정남은 독가스 테러로 살해했다. 김정은 개인의 잔인함과 권력욕에서 비롯된 비극이지만 김여정과 같은 측근들도 책임을 면치 못할 것이다.
최근 대한민국의 최대 이슈는 대장동 의혹이다. 불쌍한 원주민들에게 헐값으로 땅을 매입해 천문학적인 이익을 챙긴 ‘악당’들이 저지른 참사라는 의혹이다. 여야는 서로 범인이라고 싸우고 있지만 의혹 대상자들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사이좋게 포진됐다.
‘욕심에 여야가 따로 있겠냐’라는 조롱도 들린다. 잔인함도 빼놓을 수 없다. 원주민 중에는 조상 대대로 살아왔던 이들도, 평생을 살았던 이들도 있었지만 헐값으로 잔인한 악당들에게 삶의 터전을 강탈당한 셈이다.
우리 경기북부지역에서도 ‘제2의 대장동’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만약 의혹이 사실이라면 주범과 측근들은 봉시장사와 같은 악당들이다. 돼지와 뱀이 무슨 죄가 있어서 이런 악당들과 함께 거론된 단 말인가?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