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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한 죄
문희상 국회 부의장/노무현 전 대통령 초대 비서실장
  2009-06-02 10:30:27 입력

독재 나치의 광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을 때, 독일의 한 신부가 있었다. 신부는 처음에 유대인들이 끌려가 처형되는 모습을 외면했고, 뒤이어 목사들이 끌려가는 모습을 보고도 ‘내가 아니라 다행이다’는 생각으로 못 본 척 외면했다. 결국 그 독일 신부도 나치에 끌려가 사형대에 섰고 그 자리에서 신부는 ‘나의 죄는 침묵한 죄’라고 말했다.

노무현 대통령님이 서거한 후 믿을 수 없는, 믿고 싶지 않은 일주일이 지났다. 아침에 눈을 뜰 때마다 악몽이길 바랬지만 현실이다.

오늘 아침에도 또 한번 이루 말할 수 없는 슬픔과 마주했다. 하루에도 몇 번씩 황망하고 비통한 눈물이 쏟아졌다. 슬픔과 분노가 뒤섞여 들끓어 오른다. 노무현 대통령님을 못 지키고 이렇게 떠나보낸 내 자신에 대한 분노, 무섭고 잔인한 이 시대에 대한 분노다. 한없이 후회스럽고 부끄럽고 부끄럽다. 이 애통한 심정을 어떻게 추슬러야 할지 모르겠다.

500만이라는 전무후무할 조문객들과 서울시청에서 서울역까지 눈물로 노무현 대통령님을 따르던 사람들을 보았고 그 속에서 함께 걸었다.

생각해보면, 노무현 대통령님은 지난 일주일 함께 했던 그들과 나의 대리인이었다. 사회적 약자, 소외된 서민, 학벌·재산·인맥으로 차별받는 보통사람들을 대신해 지배세력과 싸웠다. 나약하고 소심한 정치인들을 대신해 언론, 재벌, 검찰 등 한국사회의 거대권력과도 정면 대결을 마다하지 않았다. 우리를 대신해 싸워줄 사람의 갑작스런 부재... 희망이 꺾이고 좌절이 몰려든 일주일이었다. 우리는 모두가 ‘나를 대신해 싸워줄 위대하고 따뜻한 전사’를 잃었다. 

운구차의 행렬 속에서 문득 한 사람의 외침이 들려왔다. ‘검찰에서 조사받을 때는 뭐하다가 죽고 나서...’ 비수 같은 그 말에 귀가 아팠고, 머리가 아팠고, 심장이 찢어지는 듯 아팠다. 혀를 깨물고, 입술을 깨물며 걸었다. 복받쳐 오르는 회한과 자책에 눈앞이 가물거렸다. ‘죄송합니다’라는 말 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반칙과 특권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던 노무현 대통령님은 결국 ‘반칙과 특권’의 비겁한 반격에 벼랑으로 몰렸고, 죽음으로 저항했다. 언론의 반칙, 검찰의 반칙, 정권의 서슬퍼런 특권이 결국 우리의 대리인을 죽게 만들었다. 하지만, 나의 침묵이 그 안에 있었다는 것도 사실이다.

주제 넘게 우리의 죄가 ‘침묵’이었다는 말은 할 수가 없다. 하지만, 적어도 나의 죄가 침묵한 죄라는 것은 말을 해야겠다. 침묵한 죄... 다시는 비겁한 침묵으로 반칙과 특권에 희생되는 제2의 노무현을 만들지 않을 것이라 다짐에 다짐을 한다. 이것이 결코 끝이 아니고 패배가 아닐 것이다. 

그리고 통합과 화합, 용서라는 말은 아직 쓸 수가 없다. 국민의 분노와 슬픔이 가라앉기도 전에, 그 원인이 해결되기도 전에 통합과 용서를 말하는 것은 위선일 뿐이다. 특히, 자신들이 가진 특권을 이용해 반칙을 일삼았던 일부 언론과 현 정권측의 발언은 더더욱 그렇다. 그 사람들만큼은 ‘원망하지 마라’는 대통령님의 유언을 더 이상 인용하지 않았으면 한다. 

지난 1주일 우리는 살아있는 민주주의의 상징 한 분을 잃었지만 이제 우리 곁에서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민주주의와 양심의 상징을 보았고, 영원한 우리의 대통령을 만났다고 억지로 억지로 유일한 위안을 마음에 새기려 한다.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님이 서계시던 부엉이 바위가 세상의 끝이 아니라, 꿈꾸고 바라던 ‘사람사는 세상’의 입구가 되길 매일같이 기도한다. 

“노무현 대통령님! 지켜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용서하세요.”

2009. 6. 1 국회부의장 문희상

2009-06-02 10:36:01 수정 경기북부시민신문(hotnews24@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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