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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자초한 중대 기로
고승우/미디어오늘 논설실장
  2009-06-10 17:06:28 입력

▲ 고승우 논설실장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벌어지고 있는 사회 여러 부문에서의 현상이 예사롭지 않다. 그것은 변화에 대한 갈망과 그것에 대한 저지의 형태다. 힘과 힘이 부딪히고 있다. 정당, 대학가, 시민사회가 변화를 요구하면 분출하는 에너지가 점차 강력해지면서 대폭발의 조짐을 예고한다. 하지만 청와대를 중심으로 한 검찰, 경찰 등의 권력기구는 법치를 앞세워 변화를 저지하려는 대항 에너지로 버티고 있다.

지난해 촛불에서 발생한 힘의 충돌 양상은 점차 그 속도와 파워가 거세지고 있다. 민주주의의 후퇴를 우려하는 쪽과 우리 사회를 과거 10년 전의 그것으로 돌려놓아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힘과 5공화국 백골단 진압부대로 상징되는 공권력이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서울 시청광장은 이 힘겨루기에서 상징적인 장소가 되었다. 시청광장은 표현의 자유, 집회 결사의 자유, 언론자유를 주장하는 시민사회에게 민주광장의 의미로 자리매김했다. 한편 청와대는 촛불과 노 전 대통령 서거에 대한 국민적 추모와 분노를 잠재우겠다는 권력의 의지를 과시하기 위해 시청광장을 차벽으로 차단하려 한다. 청와대는 광장의 공포증에 감염된 상태라는 것을 감추려 하지 않는다. 21세기 경찰국가가 되었다는 비판에 무감각할 만큼 정상적인 사고가 마비된 상태다.

대학교수, 대학생, 종교계, 시민사회 지도자들의 시국선언이 줄을 잇는다. 민주주의의 후퇴를 강력 비판하면서 원상회복을 촉구한다. 여당 내에서도 청와대, 한나라당내 개혁을 요구한다. 그러나 청와대와 여권 지도부는 요지부동이다. 청와대는 시청광장을 경찰차로 막겠다는 것, 경제위기 극복이 최우선 과제라는 것, 한나라당이 6월 임시국회에서 MB 악법을 강행처리할 것이라는 방침을 밝힌다. 민주주의의 진퇴를 판가름할 전선의 성격, 그 콘텐츠 등이 명확해지면서 폭풍전야와 같은 긴박감이 감돈다. 이명박 정권에 대한 변화 요구와 그에 대항하는 힘겨루기는 대회전을 앞둔 양상이다.

▲ 사진출처-청와대

이 사회가 당면한 거대한 갈등의 핵심부에 이명박 대통령이 존재한다. 그는 지난해 집권 1백여일 만에 촛불의 엄청난 위력 앞에 고개를 숙였지만 촛불이 약화된 후 촛불의 재발방지를 위한 다각적 작전을 전개했다. 그것은 촛불과의 전쟁이었다. 국민의 표현의 자유, 집회시위의 자유는 물론 언론의 자유를 짓밟는 일을 경찰, 검찰, 기타 정부기구, 낙하산 언론사 사장 등을 동원해 입체적으로 벌였다. 그것은 국민의 인격권을 처참하게 짓밟는 행위였다. 이 대통령은 권력기구를 몽땅 청와대의 하부기구로 전락시키고 정치권력이 유권자 위에 군림하는 비민주적 행태를 멈추지 않았다.

이명박 대통령은 촛불을 탄압하는 조치에 대한 우려와 경고의 목소리를 무시했다. 그런 와중에 남북문제는 최악의 상태로 치달았고, 전직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는 정도를 벗어났다. 남북문제는 이 대통령이 6·15공동선언과 10·4선언 준수를 외면하면서 벌어진 필연적 갈등이다. 전 정부와 북한이 맺은 협약을 외면한 것은 북한의 국격을 짓밟은 것과 같고,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저인망식 수사, 피의사실 중계방송은 전직 대통령에 대한 인권 타살이었다. 청와대의 일방주의는 재벌 프렌들리 정책으로 심하게 기울면서 언론악법, 대운하 등 국민적 반대가 심한 사안을 밀어붙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국선언 정국은 이명박 대통령을 향해 시민사회가 꺼내든 경고 카드, 퇴장 카드가 더 많아진 것을 의미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청와대가 국정쇄신을 해야 한다는 시민사회 등의 요구는 거센 물살이 되고 있다. 그것은 산을 무너뜨리고 들을 삼킬 것 같은 무서운 잠재력을 내뿜는다. 수구집단 내에서도 보수 공멸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높인다. 청와대는 1년여 만에 중대 기로에 섰다.

현 정권은 사회적 요구를 수용할 것이냐, 아니면 독선과 오만의 정치를 계속해서 더 많은 반발과 저항을 유발할 것이냐를 선택해야 할 처지다. 시민사회는 선거를 통한 평화적 정권교체를 가능케 한 저력을 지니고 있다. 현 정권이 시민사회의 변화 요구에 저항하거나 역행하려 시도하기에는 이미 때가 늦었다. 역사의 시계는 이미 청와대 편이 아니다. 지난해 촛불에 이어 발생한 조문 정국, 시국선언 정국은 이 사회가 거대한 변화를 이미 시작했다는 확실한 증거다. 그 변화는 이미 청와대가 제어할 수준을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오늘날 청와대를 겨냥한 변화의 요구는 그 원인이 현 정권에만 있지는 않다. 해방 이후 실시된 남한 정치의 연장선상에 있다. 시민사회의 정치적 성숙과 변화 실천의 역량은 이 나라 대의민주주의의 총체적인 변화를 요구한다.

시민사회의 눈높이는 저만큼 높아졌지만 정치권은 까마득히 거기에 미치지 못한다. 눈 앞에서 전개되는 거대한 변화의 요구는 이 대통령의 제왕적 통치 스타일에 의해 촉발되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촛불에서 사회적 경고의 의미를 읽었어야 했다. 그러나 그는 역주행을 했을 뿐이다. 오늘의 상황은 이 대통령이 자초한 것이다.

미디어오늘(www.mediatoday.co.kr)과 기사제휴

2009-06-10 17:12:31 수정 경기북부시민신문(hotnews24@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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