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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 MBC 경영진 사퇴요구는 법치무시
대통령의 입 대변인의 부적절한 언론단죄
  2009-06-22 16:32:19 입력

▲ 고승우/미디어오늘 논설실장
청와대 대변인은 대통령의 입이다. 그가 하는 말은 대통령을 대신해서 하는 것이다. 청와대 대변인의 말은 대통령의 말이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19일 검찰의 MBC <PD수첩> 수사결과 공표 뒤 MBC 경영진의 총사퇴를 공식적으로 요구했다. 이동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검찰의 MBC <PD수첩> 수사결과와 관련해 “이것이 외국에서 일어난 일이면 경영진이 국민한테 사죄하고 총사퇴해야 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동관 대변인이 검찰의 수사결과와 관련해 경영진 사퇴를 언급한 것은 민주국가에서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다. 우선 검찰의 수사결과 공표 문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가 검찰의 피의사실 공표와 직결되어 있다는 것이 중론인데 검찰은 여전히 동일한 과오를 되풀이 했다. 검찰은 이날도 기자들 앞에서 피의사실을 몽땅 까발렸다. 무죄 추정의 원칙에 입각해서 법원에서 형이 확정되기 이전에 피의사실이 공표되는 것은 실정법에 저촉되는 일이다.

청와대가 법치를 앞세운다면 검찰의 거듭된 과오에 대해 문제를 삼는 것이 정상이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다. 청와대는 검찰이 공개한 <PD수첩> 수사결과가 마치 최종적인 법의 판단인 양 받아들여 대변인이 청천벽력과 같은 브리핑을 한 것이다.

검찰 수사결과는 재판 과정을 통해 시시비비가 가려지게 되어 있지만 청와대의 이날 태도는 그런 법적인 필수 절차를 완전히 무시했다. 검찰 수사결과를 바탕으로 해당 언론사 경영진의 퇴진을 주장했으니 이는 앞으로 전개될 사법절차를 깡그리 무시하는 태도다. 청와대가 사법권을 침해한 것과 같은 짓을 한 것이다. 더욱이 검찰의 <PD수첩> 수사결과에 대한 문제제기가 엄청난 상황이다. 검찰이 억지 짜맞추기 식으로 수사를 하면서 <PD수첩>의 정상적인 보도 등을 무시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PD수첩>에 대한 정식 재판이 진행되면서 검찰 수사가 심각한 문제라는 쪽으로 결론이 날 가능성도 존재한다. 그런데 청와대는 이를 철저히 무시하고 대변인을 통해 ‘유죄’로 단정하면서 경영진 책임이라는 그 후속조치까지 언급했다. 청와대는 법에 의해 국정을 하는 곳이다. 청와대가 법을 외면하거나 법을 짓밟는 언행을 한다는 것은 청와대라는 헌법기구의 위상을 청와대 스스로 허무는 것이다. 민주국가에서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는가?

이동관 대변인이 이날 기자들 앞에서 한 말은 청와대 주인인 대통령의 말이다. 그가 만에 하나 대통령이 아닌 자기의 견해를 말했다면 그는 직무를 제대로 수행한 것이 아니다. 그는 청와대의 입이 된지 벌써 1년이 넘었으니 직무규정을 위배하는 짓을 했을 것으로 추정키 어렵다. 이런 추정을 할 것도 없이, 청와대 대변인이 이날 한 모든 말은 대통령의 견해를 대변한 법률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런 점을 전제로 해서 이 대변인이 <PD수첩> 수사결과와 관련해 한 말은 소름끼친다.

그는 PD저널리즘에 대해 비판하면서 “심하게 비유하면 음주 운전하는 사람에게 차를 맡긴 것이나 같은 것이다. 그것은 사회의 공기가 아니고 흉기다”라고 주장했다. 정치와 언론은 건전한 긴장관계가 최선이다. 정치와 언론의 영역은 다르다. 정치권력이 언론의 영역에 대해 음주운전, 사회적 흉기 운운하는 것은 단순한 언어폭력이 아니다. 최고 권력자 대통령이 이런 언론관을 가지고 있다면 그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정치권력이 언론과의 정상적인 관계를 부인하는 것은 언론탄압과 같은 결과를 가져오기 십상이다.

이동관 대변인은 또한 방송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막장 드라마 논란과 관련해 방송사 경영진이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공영의 간판을 걸고 있는 방송이나 그렇지 않은 방송이나 아침부터 저녁 때 가족이 모이는 시간까지 거의 패륜에 가까운 수준의 막장 드라마로 시청률 경쟁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 대변인의 이런 발언이 이명박 대통령의 견해라면 이 또한 대단히 심각한 문제다.

드라마의 저질성 여부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문제가 될 때마다 심의를 하게 제도화 되어 있다. 현재 방송되고 있는 드라마들은 시각 차이에 의한 다양한 문제제기가 가능하다. 하지만 그것은 방송의 자율성과 창의성 등은 존중되어야 한다는 선을 침범할 수는 없다. 청와대는 전문적인 드라마 심의기구는 아니다. 전문성을 무시한 채 싸잡아서 드라마 분야를 모욕하고 경영진 책임을 거론하는 발언을 하는 것도 정상적인 민주국가에서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이 대변인은 이명박 정부의 언론탄압 논란을 일축했다. 그는 “지난해 촛불시위 때 중고생들도 영어로 MB Out인가 하는 것을 들고 나와서 시위를 벌였다. 조문방송 때는 국가원수를 욕설하는 내용까지 생방송으로 그냥 나왔다. 언론탄압 하는 나라에서 그게 가능한 일이겠는가”라고 말했다. 이 대변인의 이런 언급이 이 대통령의 견해를 반영하는 것이라면 극히 염려스럽다. 지난해 ‘촛불’이래 국제 언론 및 인권기구들은 이명박 정부 들어 언론자유와 인권이 침해받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해외의 시각으로 볼 때 선진국의 수준에 비춰 한국의 언론과 인권문제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줄을 잇는데도 청와대는 딴 소리를 하고 있는 셈이다.
 
청와대는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현 정권이 집권한 이후 짓밟고 있는 언론자유와 인권은 과거 시민사회와 청년 학생들이 피로써 쟁취한 민주화의 결과물이다. 현 정권이 법치를 앞세운다면 솔선수범해서 그런 정치를 해야 한다. 모든 법률적 강제력을 행사할 권한이 부여된 대통령이 청와대 대변인의 입을 통해 언론을 적대시하는 태도를 보여서는 안 된다. 청와대가 법치를 짓이기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것이고 국민을 협박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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