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김가다(金家多)는 한 10년 전쯤부터 다니던 교회에서 알게 된 박 집사를 엊그제 전철에서 만났다.
그는 예나 지금이나 교회 문턱이나 밟고 다니는 땡집사였다. 그런데 느닷없이 그가 입에 거품을 물고 늘어놓는 말이 사실인지 헛소린지 확실하게는 몰라도 만에 하나 그게 사실이라면 진짜 마른하품만 입이 찢어지게 해 대다가 뒤로 벌렁 나자빠질 일이었다.
“양주시 K아파트 말이유. 아 그 아파트에 사는 유부녀 10명중 8명은 죄 애인 두세명씩 거느리고 산답디다. 내가 아는 최○○의 마누라는 애인이 30명도 넘어요, 쭉쭉빵빵에다 미모가 빼어나갖고 좌우지간 자기남편 회사 간부에서부터 내리닫이로 말단사원, 형님도 잘 아는 택시 운전기사 김○○놈. 주공아파트 ○단지 부동산업자, 금방주인에다 슈퍼마켓 지배인에다 그뿐이 아니구 환경미화 반장도 있구 심지어는 자기네 아파트 관리소장이랑두 붙어먹구 변호사 사무장이랑두 모텔에서 질탕질하다가 남편한테 들통나갖고 두 연놈이 떡이 되도록 맞았거든. 뿐만 아니라 자기딸이 다니는 고등학교 교사랑두 이러쿵저러쿵 말이 많구. 뭐 남자란 남자는 그냥 용가리 뺨칠 정도로 와작와작 닥치는대로 먹어치운다니깐?”
김가다는 가납사니 박 집사의 말을 다 듣고나서 대체 여자 혼자서 남자를 30명씩이나 거느린다니 현대판 측천무후도 아니고 그게 어디 말이 되는 소리냐고 귓등으로 웃어넘기고 말았지만 박 집사는 바둑알 같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더욱 입에 거품을 폭팍거리며 말했다.
“허어! 형님 여태껏 모르슈? 세상 여자덜 어떻게 되어가는지?”
“내가 그런 걸 어떻게 알아? 하긴 뭐 오늘 아침 뉴스 보니깐 마포 어느 동네에 사는 바람난 여자가 맞바람난 자기 남편이 술에 취해 골아떨어져 있는 사이 똥에다 농약을 타서 남편 아구에다 마구 쏟아부었대누만. 애인이랑 놀아나는데 남편이 눈엣가시가 돼서 그랬다나.”
“그래서 죽었대요?”
“살긴 살았는데 제 정신이 아니라데. 자네는 그딴 정보에 어찌 그리 바다이야기처럼 넓어?”
“헤엥! 내가 누구요. 양주시에서 첫 손가락 가는 정보통 아뇨. 좌우지간 우리나라 유부녀들 50%가 애인을 데리고 논다 이거 아뇨. 그건 유력한 정보기관에서 조사한 결과요.”
“그럼 두 여자중 한여자는 애인을 따로 차고 산다 이거야?:”
“아 그렇다니까요오. 형님두 그렇게 맘 턱놓구 있지마슈. 형수님은 뭐 별 수 있는지 알우? 여자들 그거 천의 얼굴을 갖고 사는 구미호유!”
박 집사의 말은 김가다의 심사를 여간 불쾌하게 만드는게 아니었다.
“이 사람아, 그딴 소리말어. 내 마누라야 말로 이 시대 최후의 열녀중에 열녀라구. 나 말구는 다른 남자 거들떠 보지도 않어. 김새는 소리 말라구 진짜.”
그렇게 쏘아부치는 김가다의 말에 박 집사는 고개를 외로 돌리고 끼들끼들 웃어대는 것이 김가다는 더더욱 분하고 불쾌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이봐, 박 집사. 내 마누라 걱정말구 자네 마누라나 단속 잘해. 가끔씩 남자들이랑 이야기할 때 눈꼬리가 게슴츠레 늘어지는 꼴두 예사롭지 않두만.”
“헤엥! 형님. 우린말요. 결혼 30년 동안 딴남자 딴여자 쪽으로는 가재미눈 한번 떠 본적 없는 찰떡같은 궁합이외다. 형님두 남아있는 세월 편히 보내려면 형수님 신상에 신경 팍팍 써야 할겁니다. 아 생각해봐요. 형님이랑 형수님이랑 나이 차이가 12년 아뇨. 게다가 형수님은 비록 동두천에서 사업하지만 전국에서도 알아주는 한복전문가에다 똑소리나는 미녀아뇨? 여태까지 아무 탈없이 지내온 것도 큰 다행이죠. 진짜 하나님이 돌보신 덕택이지.”
그런데 박 집사와 그런 불쾌한 대화를 나눈지 몇 달이 지난 작년 여름이었다.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