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규모 건설현장에서의 안전모 미착용은 경기도 노동안전지킴이의 현장 점검 시 주된 지적사항이며 늘 구설에 오르고 있다. 특히 여름철에는 안전모 미착용 빈도가 확연히 증가하는데, 이번 여름은 유례없이 고온다습한 날씨에 근로자들이 안전모를 벗거나 정글모 같은 챙 있고 가벼운 작업모로 바꾸어 쓰는 일이 다반사였다.
올여름 관내 중소 건설현장 방문 시 근로자의 거의 90%는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고 있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지적이나 계도를 해도 그때뿐, 며칠 뒤 그 현장을 다시 방문하면 안전모 미착용은 여전히 반복되고 있었다.
경기도 노동안전지킴이의 지적에 근로자들은 마지못해 안전모를 착용했다가 이들이 돌아가면 다시 벗는다. 심지어는 현장을 벗어나는 순간 등 뒤에서 안전모를 벗어 버리는 경우도 허다하다. 중소규모 건설현장에서 이러한 행태가 결코 빠른 기간 내에 개선될 것이라고는 보이지 않는다.
어느 몹시 무더운 날, 뙤약볕 아래 땀을 흘리며 거푸집을 설치하고 있는 근로자 몇 분이 있었는데 모두 정글모나 작업모를 쓰고 있었다. 내가 안전모로 바꾸어 쓰라고 요구하자 그분들은 “안전모를 쓰면 열사병으로 아마 쓰러질 겁니다”, “종일 쓰고 있으면 목이 너무 아파요”라고 말했다.
나는 다시 피크 시간대를 피하고 충분한 휴식과 수분을 섭취하라고 권하자 그들은 고개를 저으며 ‘비현실적’이라고 한다. 제시간에 퇴근도 못하고 그들에게 주어진 공기를 맞추기도 어렵단다. 혹서기 근로자 온열 질환 대책은 권고로 그치므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출처: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통합자료실
더위 다음으로 안전모 착용을 불편하게 만드는 것 중 하나는 안전모의 무게다. 현재 건설현장 대부분에서 ABE 등급 안전모를 일률적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KCS 안전 인증된 투구형 안전모의 무게는 380~410g 정도이나 이것도 오랫동안 쓰고 있으면 꽤 무게감을 느끼게 된다.
안전모는 반드시 KCS 인증 제품을 사용하도록 법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추락이나 감전의 위험이 없고 물체의 낙하나 비계의 위험만 있는 곳에서는 ABE 등급 안전모 대신 A등급의 경량 안전모를 착용할 수 있다.
현재 시판 중인 A등급 경량 안전모의 무게는 250~270g 정도이며 안전모 모체 양측 면에 통풍구가 있어 더위와 함께 무게감에서 오는 불편함을 어느 정도 경감시킬 수 있다. A등급 경량 안전모를 확대 사용할 수 있도록 관계기관은 사용조건에 대한 세부기준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대형 건설현장에서는 안전 규칙 위반 근로자에게 삼진 아웃제나 원 아웃제를 채택하고 있으나 이것마저 중소규모 현장에서는 실시할 여건이 못 된다. 대부분 근로자는 단기 사용하는 경우이고 사람 구하기 힘든 공종의 경우 등 근로자가 안전 규칙을 수차례 위반해도 현장소장이나 안전관리자가 그 근로자를 퇴출시킴이 쉽지 않다. 흔히 근로자가 부당해고라고 주장하면 조직적으로 대응할 힘이 미약하고, 당장 공사에 지장을 주게 되므로 사업주나 사용자가 원칙대로 하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그래서 근로자 개개인에 대한 교육과 계도가 필요하고, 중소규모 현장에서도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TBM을 반드시 실시해야 하며 신규 작업자 교육 및 정기 교육 시 안전모 착용 교육을 진행해야 한다. 중소규모 현장에서 노동안전지킴이의 역할은 현장에 따라서 계도를 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이기도 하다. 현장 곳곳에 안전모 착용 타포린을 설치하고 스티커와 포스터도 활용하도록 하자. 산업일꾼들에게 ‘무덥고 불편하더라도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안전모를 꼭 쓰십시오’라고 당부와 격려를 해 드리자.
지난 9월11일 구리시에서 안전모 착용 캠페인을 실시하였다. 안전지킴이들이 안전모 턱끈을 교체하는 시범을 보이고 관련 시·군 공무원은 근로자들에게 안전모를 씌워주는 퍼포먼스도 하였다. 그리 많지 않은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하였으나 안전모 착용 캠페인은 참여자에 있어서는 안전의식을 고양하는 좋은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이런 안전모 착용 캠페인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꾸준히 지속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