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범석 한나라당 양주시장 후보가 전국을 뒤흔든 한나라당 ‘광풍’을 등에 업고도 패퇴되는 지독한 수모를 당했다. 이범석 낙선자측은 그동안 양주시민을 우롱하는 파렴치한 행각을 벌였다. 이범석 낙선자는 지극히 상식적이고도 당연한 유권자들의 심판을 받아 이제 오갈데 없는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됐다.
그는 출발부터 이해못할 일을 벌였다. 수십년을 의정부시에서 생활하며 정치적 야망을 불태웠던 그는, 의정부 집을 처분하지 않은 채 선거를 코 앞에 둔 지난 3월 고작 4개월짜리 월세로 양주시에 이사를 와 근본적으로 ‘지역일꾼’ 되기를 포기했다. 게다가 가족 모두 양주시로 전입신고를 했음에도, 의정부 집에 가족 일부가 기거하는 것이 발각돼 위장전입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그것도 모자라 이같은 사실을 보도한 본지를 부인, 딸, 형, 형수, 조카, 조카딸 등 온 가족이 ‘도둑질’했고, 선거캠프의 핵심인 선거사무장 등 선거조직도 동원돼 신문 절도행위를 벌였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이같은 반사회적 범죄행위에 대해 이렇다 할 사과나 해명도 없다. 당선을 위해서는 못할 일도 없다는 무시무시한 목적의식 앞에 우리는 할 말을 잊는다.
그는 4년 전 의정부시장 출마를 준비하다가, 당시 한나라당 의정부지구당 위원장인 김문원 현 시장이 시장후보로 출마하고 지구당은 홍문종 현 경기도당 위원장에게 맡기겠다고 하자 이를 ‘밀실야합 사기·패륜정치’라고 규정한 뒤 당사에서 보름 가량 단식농성을 벌였던 장본인이다. 꽤나 원칙과 소신 있는 정치인 이미지로 포장됐던 그는, 그러나 4년 뒤 자신이 당했던 정치술수를 양주시에서 그대로 재연했다. 불과 올 2월까지만해도 의정부시장에 출마하려 했다가 불현듯 양주시로 날아온 배경에 의혹이 증폭되지 않을 수 없다.
이같은 ‘철새정치인’을 당선시키기 위해 정치적 신뢰와 인간적 의리를 땅바닥에 내팽개치고 다닌 지역 정치인들의 비열함도 손가락질 거리다. 그들은 이범석 낙선자의 공천을 극렬 반대하더니, 정작 이범석씨가 공천을 받자 그의 ‘총알받이’처럼 행동했다. 비록 한나라당 ‘광풍’ 덕분에 당선됐지만, 그들의 정치적 생명이 어디까지 이어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열린우리당 출마예정자로 경선까지 벌인 사람도 한나라당 이범석씨의 당선을 돕기 위해 물불 안가리고 뛰어다닌 현실을 곱씹으면 ‘정치철새들’의 몰락은 비참하기 짝이 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