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나라가 파란 물결로 출렁인다. 한나라당이 이번 5.31지방선거를 말 그대로 ‘싹쓸이’하다시피 전국을 대부분 석권했기 때문이다. 이유가 무엇이건 정부와 열린우리당에 대한 민심이반이 극도에 달했다는 것은 다들 인정하는 점이지만, 이처럼 맹목적인 한나라당 표 몰아주기로 결과가 나오리라고는 믿지 않았다. 비판과 견제장치라는 민주주의 기본 시스템이 무너지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그동안 차떼기당, 성추행당, 부정부패당, 돈공천당이라는 추악한 오명을 받아온 정당이다. 그런데도 이같은 결과가 나온 것은 우리나라 국민의 정치의식이 얼마나 감성적으로 왜곡되어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정부여당에 대한 불만이 맹목적인 반발을 불러온 것이기 때문이다. ‘부패는 참을 수 있어도 무능은 참을 수 없다’는 말로 요약되는 저변에는, 돈을 싸들고 한나라당 공천만 받으면 능력도 자질도 검증할 필요없이 무조건 당선시켜주겠다는 반발심이 숨어 있었다. 이쯤 되면 막나가는 공천장사도 제법 괜찮은 대박 거리임이 분명하다.

이같은 일당 독주가 가져올 폐해는 지극히 예견되어 있다. 집행부와 이를 견제할 의회가 한통속이 되면, 여기에 독버섯처럼 기생하고 있는 부정부패의 유혹을 이겨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의정부시의 경우, 김문원 시장이 과거 지구당위원장 시절 공천장을 줬던 정치인들이 시의회에 들어간 뒤, 연일 구린내 나는 일들이 벌여졌다. 시장을 통제할 능력도 의지도 없이 정치적 야합을 의회가 일삼았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 결과 의정부시에서는 노영일, 김영민, 이민종 시의원 당선자, 양주시에서는 임충빈 시장 당선자, 박재일, 이종호 시의원 당선자를 제외하고는 모두가 한나라당 일색이다. 동두천시는 100% 한나라당 일당이 차지했다. 지팡이만 꽂아도 당선되는, 투표를 하나마나한 결과가 됐다. 한나라당 ‘광풍’에 인구가 많은 지역을 토대로 하는 지역주의 기생전략도 이번 선거의 또다른 변수였다. 정당공천제와 선거구 광역화가 초래한 풀뿌리 민주주의의 실종이다.

앞으로 4년간 당선자들이 부정부패 없이 정말 깨끗하고 진실된 마음으로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과 지역발전을 위해 일할 수 있도록 우리 모두 냉철한 관심을 보여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