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인이 침습적인 의료 행위를 시행하기 전에 의료 행위의 방법, 질병의 유무 및 종류에 대한 진단 결과, 질환의 예후, 합병증과 부작용 등을 설명하는 것은 의무입니다. 설명의 의무는 환자의 자기 결정권 보호라는 환자의 입장에서 파악해야 합니다.
즉, 의사에게는 일상적이고 잘 아는 내용이며 향후 과정 및 결과가 잘 그려지지만, 질병의 유무와 내용을 알게 되어 충격을 받은 일반 환자 입장에서는 불안감과 두려움, 향후 생명 내지 안전에 대한 걱정으로 제대로 상황 판단이 안되는 상태입니다. 이럴 때 전문가인 의사가 환자에게 정확한 정보와 예후를 알려줌으로써 본인이 의지를 가지고 구체적인 치료 방법을 확인하며 치료에 대한 동의나 거부를 표시할 수 있게 됩니다.
설명을 해야 할 주 내용을 보면, 첫째는 환자에게서 발생하거나 발생 가능한 증상의 진단명, 둘째는 수술 등의 필요성과 방법 및 내용, 셋째는 환자에게 설명하는 의사 및 수술에 참여하는 의사의 서명, 넷째는 수술 등에 따라 전형적으로 발생이 예상되는 후유증과 부작용, 다섯째는 수술 등 전·후 환자가 준수해야 할 사항입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환자의 자기 결정권이 보호되도록 해야 하는 것이 관점이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설명할 의무는 의사들한테 있고, 그것을 증명하는 것도 의료인한테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환자 측이 설명을 못 들었다고 하면, 설명 여부를 환자 측이 입증하는 것이 아니고 의사들이 입증해야 한다는 것이 법원 판례입니다.
그래서 수술이나 시술 전에 동의서를 읽고, 설명을 듣고, 서명을 하게 합니다. 실제로 의사가 사전에 중요한 부분을 설명하지 않으면 진료 과정에서 의사의 설명 의무 위반으로 봐서 법원은 민·형사상 책임을 의사에게 묻고 있기 때문에 동의서를 받는 과정은 매우 중요합니다. 또한 최근 의사의 설명 의무를 중요하게 보는 재판 결과들이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럼 의료진의 설명 의무는 어디까지 필요할까요? 환자의 알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의료진이 치료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설명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모든 부작용을 완벽하게 설명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결국 의료 분쟁을 줄이기 위해서는 의료진의 충분한 설명과 환자의 이해를 돕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합니다. 법적 판단에 앞서 서로의 입장에서 보고, 의료진과 환자 간 원활한 소통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의료 현장에서 더욱 세심한 노력이 요구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런데 최근 의료진의 설명이 막중한 법적 의무라는 사실과는 다르게 보호받지 못하는 의료 외적인 행위라고 판단되는 판례가 발생해서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권역외상센터에서 외상 외과 교수가 폭행당한 사건과 관련해 경찰, 검찰이 응급의료법 위반이 아닌 단순 폭행죄를 적용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검찰은 단순 폭행으로 판단해 벌금 100만원의 약식 명령을 청구한 데 반해, 폭행 피해자인 외상 외과 교수가 응급의료법을 적용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수사기관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경찰은 교수에 대한 폭행이 가정폭력 가해자이자 환자 보호자인 가해자에게 환자 상태를 설명하고 치료 방법, 향후 과정 및 예후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이뤄진 것에 주목해서 ‘응급환자에 대한 구조·이송·응급처치 또는 진료’의 과정에 발생한 폭행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단순 폭행죄를 적용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응급의료법 제12조 1항은 ‘누구든지 응급의료종사자와 구급 등의 응급환자에 대한 구조, 이송, 응급처치 또는 진료를 폭행, 협박, 위계, 위력, 그 밖의 방법으로 방해하거나 의료기관 등의 응급의료를 위한 의료용 시설, 기재, 의약품 또는 그 밖의 기물을 파괴, 손상하거나 점거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의료계는 응급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응급의료종사자를 상대로 한 폭행임에도 응급의료법이 적용되지 않은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입니다. 과거에도 응급실에서 발생한 의료진 폭행 사건과 관련해 수사기관이 단순 폭행죄를 적용하는 건 드물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응급의료를 더 두텁게 보호하겠다는 응급의료법의 입법 취지를 상기해서, 설명의 의무를 소홀히 했다고 의료인의 처벌은 강하게 법적인 책임을 지우며, 정작 폭행당할 때는 의료행위가 아니라고 단순 폭행이라고 하는 이중 잣대를 갖고 사건을 처리하면 형평성에서 논란이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양주예쓰병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