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성리학은 가스라이팅의 전형이다. 민생을 위한 성리학이 아닌 성리학을 위한 민생일 뿐이다. 성리학을 프레임으로 삼은 조선의 권력자들은 백성들을 대의명분으로 가스라이팅해서 권력을 독점했다.
조선 후기 치졸한 정쟁인 ‘예송’ 논쟁은 성리학적 프레임 정치를 제대로 보여줬다. 상복 착용 기간을 놓고 ‘효’와 ‘불효’ 프레임을 만든 기획자들은 역사에 길이 남을 모사꾼들이다. 결국 성리학적 예의와 체면에 가스라이팅을 당한 선비들은 목숨을 초개처럼 버리고 권력 투쟁의 희생자가 됐다.
숙종은 교활한 군주다. 드라마 ‘동이’에서 지진희가 분한 숙종은 사랑꾼이 아니라 자신의 권력 유지를 위해 여성들을 악용한 나쁜 군주다. ‘악녀’ 희빈 장씨와 ‘비련의 여인’ 인현왕후는 숙종의 정치적 장난감일 뿐이었다. 선과 악이 아닌 남인과 노론의 대리인일 뿐이었다.
숙종은 이들의 질투심을 유발해 ‘권력 암투’ 프레임으로 자신의 권력을 즐겼다. 워낙 잘생긴 지진희에게 가스라이팅된 시청자들이 또 워낙 예쁜 박하선과 이소연, 그리고 한효주의 연기 때문에 선과 악의 이분법 프레임에 갇힌 것뿐이다.
권력은 비정하다. 자신의 이익을 선과 악으로 잘 포장해 국민을 가스라이팅한다. 민생도 ‘낚시밥’일뿐이다. 숙종의 잦은 환국으로 정권이 바뀔 때마다 수많은 희생양이 양산됐다.
분열된 2025년 한국은 선과 악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얼마 전만해도 ‘차악’의 다툼이었는데 요즘 보니 ‘최악’의 전쟁이다. 어쩌다 이런 비극을 초래했는지 국민이 먼저 반성해야 한다. 나부터 석고대죄한다.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