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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정부여고 졸업 고대 법대 졸업 고대 법학연구원 연구원 본지 자문변호사 |
해마다 추석이면 괜스레 바빠지고 마음이 설레였는데, 한 살 두 살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어렸을 적의 그 마음이 사라지는 것 같다. 그런 마음의 변화가 한 편으론 아쉽기도 하지만, 어른이 된다는 것이 그런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어렸을 적엔 추석 연휴 전에 송편을 빚고 전을 부치는 어머님의 모습을 보면서 명절이 온다는 것이 너무 너무 기쁘고 마냥 좋기만 했었다. 덤으로 부모님께 새 옷을 얻어 입거나 용돈을 받을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했으니까 어린 마음에 그 기쁨은 이루 말로 다 할 수가 없었으리라.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는 명절이 예전만큼 흥분되거나 설레이지 않고, 며칠 연속 쉴 수 있는 날의 의미가 점점 강해졌다. 요즘처럼 경기가 어려운 시기에는 명절이 다가오는 것이 고통인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설과 더불어 민족의 최대 명절인 추석이 경제상황 때문에 명절 분위기를 맘껏 내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많이 든다.
필자도 경제적인 여파를 많이 타게 되는데, 상황이 어려울 때 명절이 다가오면 기분이 마냥 좋을 수가 없고 심적인 부담이 커진다. 그래도 필자보다 더 어려운 상황에 있는 사람들도 많기 때문에 좋은 생각을 하려고 노력을 많이 하는 편이다.
더욱이 추석은 계절도 좋아 먹거리가 풍성할 때라 그 넉넉함이 다른 명절에 비할 바가 아니라서 필자는 어렸을 때부터 명절 중 유독 추석을 좋아했었다. 경제가 어렵다고 움츠러들어 있으면 한 없이 움츠러들 것 같아서 이번 추석은 마음을 좀 더 너그럽게 갖고 명절 분위기에 일부러라도 빠져볼 생각이다.
어머니는 연세가 드셔도 오로지 자식 생각들뿐이시라, 이번 추석 때 어떤 음식을 먹고 싶은지 벌써부터 추천메뉴를 물어보셨고, 필자는 어렸을 적부터 명절 때 꼭 먹어왔던 어머니표 갈비찜을 이야기했다. 필자는 고기류를 그닥 즐기지 않지만, 어머님께서 명절 때마다 해주시는 갈비찜을 너무 좋아한다.
어려운 경제상황으로 너도 나도 모두 힘이 드는 이 때에, 어머님이 갈비찜을 해주신다는 이야기에도 힘이 나는 것이 느껴진다. 어렵다고 움츠러들지 말고 올 추석 때는 부모님께 용돈을 더 두둑이 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울하고 어려운 생각은 잠시 접고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은 풍성함과 여유를 맘껏 즐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