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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경기도 화성시 아리셀 리튬전지 공장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사고는 산업현장 안전 관리의 허술함을 여실히 드러냈다. 이 사고로 23명이 안타깝게 사망했는데, 그중 18명이 외국인 근로자였다.
유족들의 주장과 동료 근로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희생자들은 기초적인 안전교육조차 받지 못한 상태에서 작업에 투입됐으며, 비상구 위치도 몰랐고, 화재 대피 요령도 들은 적이 없었다고 한다. 심지어 대형 화재사고 발생 며칠 전에도 배터리 화재사고가 있었지만, 사업장 측은 이를 외부에 알리지 않기 위해 직원들에게 입단속을 시켰다는 주장도 제기되었다.
우리 산업구조는 이미 외국인 노동력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인력난과 내국인의 3D 업종 기피 등으로 인해 제조업, 건설업, 농축산업 등 고위험 업종에서 외국인 근로자의 비중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처한 작업환경은 열악하며, 고용 형태는 단기 파견이나 일용직이 많아 사고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아리셀 사례처럼 외국인 근로자가 사전에 작업환경에 대한 정보 없이 현장에 투입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외국인 근로자의 산재 사망률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2022년 외국인 산재 사망자는 전체의 9.7%, 2023년에는 10.5%, 지난해에는 15.5%로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반면 전체 취업자 중 외국인의 비율은 약 3.2%로, 산재 사망 비율이 내국인보다 최소 3배 이상 높다.
이처럼 높은 사고율의 주요 원인 중 하나는 실질적인 안전교육이 매우 미흡하다는 점이다. 특히 외국인 근로자들은 언어 장벽, 문화적 차이, 산업안전시스템에 대한 낮은 이해도 등으로 인해 재해에 더욱 취약하다.
산업안전보건법은 사업주에게 근로자에 대한 정기적인 안전교육을 의무화하고, 외국인 근로자에게는 모국어로 된 안전표지 제공을 요구하고 있으나, 현장에서는 여전히 형식적인 교육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정부는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외국인 근로자 전원에게 비자 종류와 상관없이 기초 산업안전보건교육을 의무화하는 법 개정을 추진 중이며, 다국어 안전 수칙 제공, 전용 교육 앱 개발, ‘외국인 안전 리더’ 제도 도입 등 다양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줄로 안다. 하지만 아직 현장에 체감될 만큼의 실효성 있는 변화로 이어지기에는 시간이 걸린다는 전문가의 평가도 나온다.
이제는 외국인 근로자의 안전을 ‘선택적 지원’이 아닌 ‘제도적 의무’로 바라봐야 할 때다. 사업주는 이들에게 실질적인 안전 정보를 제공하고 위험 요소를 충분히 인지시킬 책임이 있다. 동시에 외국인 근로자 역시 자국 언어의 교육 콘텐츠를 통해 스스로 재해 예방 역량을 높이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안전은 단지 규칙의 문제가 아니라 생명과 직결된 기본권이기 때문이다.
‘무재해’는 단순한 구호로 이뤄지지 않는다. 외국인 근로자들이 일터에서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는 것, 그것이 진정한 선진 산업사회의 시작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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