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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 저널리즘 파괴의 검은 노림수
MBC <불만제로> 수사·KBS <시사 360> 폐지 왜?
  2009-09-29 22:09:06 입력

▲ 고승우/미디어오늘 논설실장
검찰이 MBC <불만제로>를 수사하고, KBS 이병순 사장이 <시사 360> 프로의 폐지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언론의 비판 기능을 박탈하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MBC <PD수첩>에 대한 검찰 수사로 시작된 방송 비판 프로 죽이기 작업은 언론의 고유 기능, 즉 환경감시라는 제4부 기능을 유린하는 행위다.

이명박 정권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통해 정권이 기피하는 프로에 대한 외부 규제의 길을 터놓은데 이어 KBS 낙하산 사장은 자체심의위원회를 수구적 인사로 채워 자율심의라는 형식으로 공영방송의 비판 기능을 마비시키는 장치를 마련했다. MBC의 경우, 수구적 인물이 다수인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김우룡)를 통해 현 경영진에 압박을 가해 비판 기능을 약화시키는 쪽으로 유도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검찰은 유통기한이 지난 간식과 부실한 식단을 유치원생에게 제공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MBC <불만제로>에 대해 경찰의 무혐의 의견에도 불구, 수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검찰은 ‘몰카’ ‘위장취업’과 같은 취재방식을 문제 삼아 수사하려는 것으로 전해졌다. KBS 이병순 사장은 기존 언론의 사각지대를 누비며 약자와 소수자를 보호해 오던 <시사 360> 폐지를 추진해 내부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KBS 노동조합과 KBS PD협회 등은 “이병순 사장은 취임하자마자 <시사투나잇>을 폐지하더니 10개월 만에 또다시 칼을 빼든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MBC <불만제로>와 KBS <시사 360>은 MBC PD수첩과 함께 손꼽히는 탐사보도 저널리즘(investigative journalism) 프로다. 탐사보도는 중대한 범죄, 부패 등을 언론이 집중 추적해 수사기관보다 먼저 진실 추구를 시도하는 저널리즘의 한 형태다. 탐사보도를 통해 폭로된 문제점은 사법기관들이 수사를 벌여 진실을 가려내는 과정으로 연결된다. 탐사보도는 권력기구, 해당 기관 등의 취재 방해 속에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불가피한 오류가 발생하기도 한다.

탐사보도 취재 방식은 수사기관의 수사방식과 유사한 경우가 많다. 즉 감춰진 비리를 추적하기 위해 관련 서류나 통화기록, 주소록, 세금 납부실적, 면허증 등을 뒤지거나 익명의 제보자를 활용하고, 위장잠입도 불사한다. 탐사보도 전문기자는 취재에서 기사를 보도하기까지 최소 수개월 또는 몇 년이 걸리기도 한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탐사보도는 닉슨 대통령을 중도 하차케 한 워터게이트 스캔들이다. 탐사보도가 최고 권력자를 권좌에서 끌어내리고 미국식 민주주의를 발전시킨 것이다.

MB정권 들어 심화되고 있는 방송사의 탐사보도 기능을 약화시키려는 ‘삽질’의 하나는 자체 심의기구를 통한 통제다. 최근 공개된 KBS의 제20기 시청자위원회 명단을 보면 정권과 코드가 맞는 보수인사가 다수 포진했고, 방송과 직접 관련이 없는 생소한 인사들로 채워졌다. 언론개혁시민연대는 이를 ‘보수주도, 무색무취’ 인사로 평가하면서 현 정권의 방송장악과 KBS 프로그램의 관영화를 옹호하고, 합리화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MBC 내부에서도 방송의 비판 기능을 약화시키려는 움직임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는 최근 “엄기영 사장이 방문진 일부 이사가 요구하고 있는 PD수첩 재조사에 응하고, 극우 보수단체들이 문제 삼은 일부 프로그램 진행자를 사내 인사로 교체하겠다는 의사를 사내외에 수차례 표명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방문진의 김광동 이사는 지난 9월23일 열린 임시이사회에서 “MBC <시사매거진 2580>·<뉴스후>·<PD수첩> 등은 큰 차이가 없으니 통폐합이나 또는 다른 차원의 상징적, 과감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방문진이 MBC의 비판적 프로를 축소시키려는 움직임이 시작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KBS, MBC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탐사보도 기능 박탈 시도는 날이 갈수록 도를 더하고 있다. 현 정권이 공권력과 심의기구를 통해 방송의 비판 기능을 제거하기 위한 갖가지 방법을 총동원하고 있는 꼴이다. 이는 언론의 환경감시 기능을 박탈한 뒤 정부 보도자료를 충실히 전달하는 관제언론을 만들려는 노림수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언론이 사회의 목탁이 되기 위해서는 진실을 밝히고 부조리를 규명하는 작업이 강화돼야 한다. 언론의 비판 기능이 건전해야 사회 전체가 건강해질 수 있다. 탐사보도가 더욱 권장돼야 한다. 우리 사회가 87년 6월항쟁 이후 민주화가 진전되고 정의가 정착되는데 탐사보도의 역할이 컸다. 이명박 정권은 역사에 역행하는 방송 장악 행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

미디어오늘(www.mediatoday.co.kr)과 기사제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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