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왕설래 추측과 유언비어가 난무했던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이 헌법재판관들의 만장일치 의견으로 결국 인용되었고, 이제 두 달이 채 남지 않은 짧은 기간 동안 조기 대선이 치러지게 되었다.
이미 여야 잠룡 주자들의 치열한 각축전이 시작되었고, 각자 자신만의 대세론과 출마 명분을 내세우며 “내가 최적임자, 내가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는 유일한 후보”라며 자신만의 프로파간다에 열중하고 있다.
그러나 잠룡들의 주장과 명분들은 공허한 메아리로만 들릴 뿐, 거기에는 국민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통렬한 자기반성과 책임감, 대한민국의 미래에 대한 비전 제시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제임스 클라크의 “정치인은 다음 세대를 생각하고 정치꾼은 다음 선거를 생각한다”고 했던 명언처럼 가히 정치꾼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가 경제를 한순간 엉망으로 만들어 버렸고 전 세계적 망신을 사기에 충분했던 현직 대통령의 친위 쿠데타(비상계엄 선포 및 군대 동원)를 적극 두둔하며, 탄핵 저지에 그 누구보다 앞장서며 내란과 헌정질서 파괴에 적극 동조한 그들이 이제는 그 추종 대상이 탄핵되자마자 너도나도 할 것 없이 대선판에 뛰어들어 이전투구식 각축전을 벌이고 있으니, 내란 당일 민주주의를 지켜낸 일반 시민들의 시각에서는 그저 추태 그 자체로밖에 보이질 않는다.
어떠한 대가도 바라지 않고, 오직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자발적으로 뛰쳐 나와 대통령이 동원한 군경의 총부리 앞에 당당히 맞섰던 일반 시민들에게 정말 한 치의 부끄러움도 느끼지 못하는가?
비상계엄 선포 이후 헌재 탄핵 절차 및 수사과정에서 대통령과 그 내란 동조세력 무리들이 보인 추태와 망언들을 우리 국민들은 똑똑히 봐 왔고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다. 헌법학 최고 권위자들 앞에서 ‘계몽령’이라고 자신 있게 허언을 하고, “1년만 지나면 모두 잊힌다”며 국민들을 우롱하는가 하면, 탄핵이 기각되면 탄핵을 찬성한 국회의원들을 처벌해야 한다고 했던 그들이다.
헌법을 얼마나 우습게 봤으면 이런 언동이 나올 수 있는지 기가 찰 노릇이다.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을 지키기 위해 보란 듯이 안간힘을 썼던 그들이 이제는 윤석열의 뒤를 이어 당당하게 대선에 뛰어들겠다며 부끄러운 민낯을 포토라인 앞에 서서 뻣뻣이 쳐들고 있다.
윤석열이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었던 원인은, 이미 2022년 대선 전 그 정체에 대하여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던 여러 정황이 너무나도 많이 포착됐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스스로 선거에 무관심했거나 유권자 개인 차원의 제대로 된 후보 검증 없이 찍었기 때문일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당시를 우리는 반면교사의 기회로 삼지 못한 결과다.
이제 두 번 다시 부끄러운 대한민국을 만들 수는 없다. ‘정치꾼’을 심판할 수 있는 방법은 오로지 ‘선거’ 밖에 없다. 링컨은 “투표는 총알보다 강하다”고 했다. 총알보다 강한 한표 한표를 가지고 있는 우리가 저질스러운 그들에게 지배당해서야 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