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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은 화내도 되고 박근혜는 안돼?
고승우/미디어오늘 논설실장
  2010-02-24 09:28:02 입력

세종시 문제는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의 대결이 특히 두드러진다. 남녀가 정치판에서 한판 승부를 벌이는 양상이다. 두 정치인의 힘겨루기를 사람들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남녀 정치인을 바라보는 일반인들의 시선은 정치 선진국이라 해도 남녀 차별적이다.

미국의 경우, 여성이 대통령에 출마하거나 비서직을 구하려 할 경우 공개적으로 화를 내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금기 사항이다. 그것이 여성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반대로 남성은 대통령 후보로 나서거나 다른 직업을 구할 경우 화를 내는 것은 큰 흠이 되지 않는다. 그것은 남성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미국 사회에서 남녀를 바라보는 시선이 남녀 차별적이라면 한국은 어떨까? 미국보다 남녀 평등이 덜 실현된 사회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미국보다 그 정도가 더 심할 것이다. 미국에서의 연구 결과를 더 살펴보자.

남성이 화를 내는 것은 남성이 슬픔을 표시하는 것보다 더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여성이 화를 내면 부정적으로 인식된다. 여성에 대한 이런 인식은 여성 CEO 지망생이거나 여성 직업훈련생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된다. 여성의 감정적 대응은 여성의 개인적 성향 탓으로 인식하지만 남성의 그것에 대해서는 외부 환경 탓으로 인식한다(미국 예일대학).

여성이 화를 내는 것은 자질이 부족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남성이 화를 내는 것은 문제가 없다는 식이다. 이런 고정관념이 지배하는 미국에서 여성이 직장과 같은 공공장소 등에서 취할 최선책은 하나뿐이다. 즉 감정을 억제해서 절대 화를 내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것이다. 평온한 감정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공직 사회에서 여성이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만약 도저히 참을 수 없어서 화를 낼 경우는 그 자리에서 그 이유를 설명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연구팀은 조언한다.

미국에서 2008년 대통령 후보 경선에 여성 후보 힐러리 클린턴이 출마했을 때 여성 후보가 화를 낸다면 유권자들이 등을 돌릴까 하는 문제가 부각되었다. 연구 결과 그 대답은 절대적으로 ‘그렇다’로 나왔다. 여성이 화를 내는 것이 허용되는 것은 가족 가운데 한 사람이 큰 잘못을 저질렀을 때 뿐이었다.

클린턴 후보의 선거사무실에서 일한 경력이 있는 한 여성 정치인에 따르면 여성이 화를 내면 그 여성의 지위가 무엇이든지 간에 품위를 손상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여성은 자신이 화를 낸 것에 대해 대가를 치러야 했지만 남성은 그렇지 않았다.

남녀 취업 희망자가 화를 내는 것에 대해 어떤 평가가 내려지는가에 대한 실험 결과는 흥미롭다. 화를 낸 남성은 화를 낸 여성보다 취업이 더 잘 되고 더 높은 급여를 보장받았다. 그러나 남녀 취업 희망자가 슬픔을 나타냈을 때의 그들에 대한 반응은 화를 냈을 때와 달랐다. 즉 여성은 남성과 비슷한 직위를 보장받았지만 급여에서는 차이가 있었다.

남녀 취업 희망자가 화를 내고 난 후 여성이 자신이 화를 낸 이유를 설명하자 여성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의 강도가 약해졌다. 그러나 남성의 경우는 달랐다. 즉 화를 낸 남성이 그 이유를 설명했을 때의 반응은 차가웠다. 그런 태도는 허약한 표시로 인식되었기 때문이다. 이상에서 미국의 경우를 살펴보았는데, 미국보다 민주주의가 덜 발달하고, 남녀 차별이 더 심한 한국 사회에서도 더하면 더했지 못 할리는 없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는 TV 등 미디어를 통해 격전을 벌이고 있다. 두 사람은 TV 카메라 앞에서 이성적인 단어를 골라서 감정 표현을 최대한 억제한다. 이런 공인의 모습은 기초적인 것이다. 공인들은 누구나 마찬가지이지만 공개석상에서 화를 내거나 이성을 잃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치명적이다.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 두 사람은 어느 쪽도 뒤로 물러설 수 없는 입장으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어느 선에서 양보를 하고 타협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다. 두 사람의 힘겨루기는 야당의 존재조차 빛이 바래게 할 정도다. 이번 남녀 대결로 전체 정치 판도가 달라질 것이 확실하다. 두 사람의 힘겨루기가 어떻게 결말이 날지 아직 속단할 수는 없다. 그러나 속된 표현으로 하면, 공개석상에서 먼저 화를 내는 사람이 패배자가 되지 않을까.

미디어오늘(www.mediatoday.co.kr)과 기사제휴

경기북부시민신문(hotnews24@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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