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이 지난 후 바로 오는 정월 대보름에는 정화수를 길어오는 용알뜨기, 다리밟기, 쥐불놀이와 그 외에 줄다리기, 차전놀이 등의 행사를 하고, 대보름 음식으로는 오곡밥, 약밥, 약식, 복쌈, 부럼, 묵은 나물을 먹는 풍습(진채식) 등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예로부터 정월 열 나흗날 저녁에 장수를 빌어 오곡밥이나 약식을 지어먹고 아침에는 귀밝이술(耳明酒)을 마시며, 새벽에 부럼을 까서 이를 튼튼하게 하고 종기를 예방한다는 풍습이 전한다.
이중 정월 대보름의 대표적인 음식인 오곡밥은 다섯 가지 곡식을 섞어 지은 밥으로 올해에도 모든 곡식이 잘 되기를 바란다는 뜻으로 먹는 음식이며, 다른 성을 가진 집의 밥을 세 집 이상 먹어야 하고 하루에 아홉 번을 먹어야 좋다고 한다. 이러한 오곡밥은 사상체질적으로도 각 체질의 음식이 골고루 섞여 있는 음식으로 잘 조화된 음식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민족이 가장 즐겨먹는 멥쌀은 성질이 평하고 맛이 달아 소화기를 따뜻하게 하고 살과 근육을 돕고 설사를 그치게 하는 효과가 있으며 어느 체질이나 먹어도 문제가 없다. 찰진 찹쌀은 성질이 따뜻하고 맛은 달며 소화기를 보하고 구토, 설사를 그치게 하는 효과가 있어 소화기가 약한 소음인에게 좋다. 노란 차좁쌀은 비위의 열을 제거하고 소변을 잘 나오게 하며 설사를 멎게 하는 효과가 있어 소화기가 약한 소음인에게 좋다. 곡물 중에 가장 크고 긴 수수는 소화는 덜 되지만 몸의 습을 없애주며 열을 내려주어 태음인에게 좋다. 고단백을 공급하여 주는 콩은 성질이 평하고 맛이 달아 오장(五臟)을 보하고, 십이경락의 순환을 돕고 장위(腸胃)를 도와주며 태음인에게 좋은 음식이다. 붉은 팥은 성이 평하고 맛이 달며 부종을 빼주고 이뇨작용을 도우며 종기와 농혈(膿血)을 배출하며 갈증과 설사를 멈추게 하여 화와 열이 많은 소양인에게 좋다.
묵은 나물, 말린 나물은 겨울에 부족하기 쉬운 비타민과 무기질, 섬유질을 보충하기에 안성맞춤이며, 정월 대보름에 아홉 가지 나물을 먹으면 더위를 먹지 않는다 해서 집집마다 빠뜨리지 않고 나물 반찬을 준비했는데 한여름 햇볕을 머금은 것들이니 겨울 막바지의 차고 넘치는 음기를 다스린다는 의미도 있었다.
우리 조상의 지혜가 담긴 이 풍습들을 옛 방식대로 그대로 재현해내기는 힘들겠지만 각 지역의 특성이나 가족의 식성에 따라 우리 땅에서 자란 안전한 먹거리로 올 한해를 시작한다면 건강한 몸과 풍요로운 마음의 한 해가 될 것 같다. 정월 대보름은 예부터 한해 농사의 시작이고 생명의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