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낮은 회색 구름이 깔리고, 거친 바람에 빗방울이 섞여들 무렵 곽인수(72) 할아버지는 노상에 깔려있던 물건들을 주섬주섬 정리한다.
“날씨가 이래서…일찍 들어가야겠어.”
마지막 손님이 가져온 옥수수를 넣은 기계는 구수한 냄새를 풍기며 돌아가고 있다.
“회사 다니다가 퇴직 후 여기로 이사왔지. 나이 먹어서 아프고 공공근로 자리도 없는데 이거라도 해서 생활에 보태는 거야.”
그렇게 말마따나 별 동기없이 시작한 뻥튀기 장사가 어느덧 4년을 넘었다. 가족관계를 묻자 “마누라랑 나 둘뿐이야. 자식들은 결혼했고.”
자식들에 대해 묻자 다른 곳에서 산다고만 말한다.
뻥튀기 기계를 열자 특유의 폭음과 함께 노랗게 튀겨진 옥수수들이 쏟아져 나온다. 곽인수 할아버지는 손님에게 담아주면서 말한다.
"소원, 소원이랄 것도 없고 단속 좀 덜 당하고 장사 잘 되어서 마음에 맞게 물건 팔리면 되는 거지.”
체력이 예전같지 않아 어떤 때는 이틀 삼일 쉬었다 나와야 하고, 어떤 때는 단속 나온 사람에게 몇 번씩 붙들려가기도 한단다. 그러나 뻥튀기는 자신의 유일한 일이라는 곽인수 할아버지. 무거운 하늘 아래서도 그의 허리는 꿋꿋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