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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승우/미디어오늘 논설실장 |
‘영포회 사건’은 지금까지 드러난 윤곽만 보아도 끔직하다. 국무총리실 ‘비밀 조직’이 청와대의 비호 아래 불법 민간인 사찰 등 공포정치의 핵심역할을 자행했다는 것인데 이는 이미 의혹 단계를 벗어났다.
공조직 속의 청와대 비선조직이 불법을 수년간 저지른 것은 실제 상황이다. 이 조직이 청와대에만 은밀히 보고해 왔다는 것은 민주국가에서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신종 권력형 범죄행위다.
아직 빙산의 일각이지만, 정부 조직 속에 정부 예산이 투입된 사조직이 대통령 비서실의 비호 아래 가동되면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른 것으로 드러났다. 국무총리실은 사건이 터지자 자체 조직인 공직윤리지원관실이 무슨 일을 하는지 몰랐다면서 허둥대는 모습을 보인다. 국무총리실은 5일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과 관련해 이인규 공직윤리지원관 등 관련 직원 4명에 대해 국가공무원법상의 복무규정 위반을 확인하고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공직윤리지원관실은 불법사찰 말고도 공직사회에서 ‘관가 저승사자’로 불려왔다는 것인데 총리실 관계자들만 아무 것도 몰랐다고 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 소리다. 전형적인 오리발을 내미는 식이다. 정상적인 정부라면 한 부처에서 ‘한 지붕 두 가족’이라는 변칙적인 사조직 가동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총리실을 포함해서 청와대 등 전 정부가 총체적인 공모를 하지 않으면 존재할 수 없는 행정조직체제다. 총리실 해명은 눈감고 아웅하는 식의 국민 기만술이다. 독재국가에서도 이런 식의 공작정치는 하지 않았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민간인 불법사찰을 주도한 국무총리실 이인규 공직윤리지원관에게서 보고를 받아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청와대 관련 부분도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청와대의 책임 사실이 밝혀진다면 이 대통령의 책임론도 생략될 수 없다. 이번 사건은 청와대가 총대를 메고 관련 행정부처나 공무원들이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거나 외면한 결과다.
특히 학자 출신의 정운찬 총리가 최소한의 양식조차 저버린 눈뜬장님의 역할을 해왔다는 것이 확인되는 결정적인 사례다. 이달 보선에 출마하는 이재오씨가 기관장으로 있던 국민권익위원회 또한 국민 기만적인 기구였다는 것도 입증되었다고 할까? 이 기구는 공직자의 비리나 불법 행위를 솎아내는 작업에 앞장선 것으로 대대적으로 선전되어 왔다.
영포회 사건은 이명박 정권의 뻔뻔스런 실체를 상징한다. 현 정권은 지난 2년 반 동안 불법과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해왔고 하부 구조가 이번에 드러난 것이다. 이번 사건은 현 정권의 비민주적이고 부도덕한 정치의 검은 속이 구체적으로 확인된 것에 불과하다. 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 난다는 격이라 할까?
이명박 정권은 민주주의 탈을 쓴 체제 속에서 인권과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반 민주주의적 삽질을 지속해왔다. 쇠고기 퍼주기 협상에 반대하는 촛불을 가혹하게 진압하면서 친북 좌파 행위로 몰고, 생존권을 주장하는 철거민을 도시 게릴라로 규정했다. 시민사회단체에 대해서는 군사정권의 공작정치를 자행해 탄압했다. 방송 선진화를 말하면서 대선 캠프 참모를 낙하산 사장으로 투하했다. 언론인들의 저항은 무더기 해직 등으로 잠재우려 시도했다.
현 정권은 특히 청와대와 정부 부처가 앞장서서 과거 정권에서 임용된 공직자를 불법으로 쫓아내는 파렴치한 짓을 뻔뻔스럽게 저질렀다. 법원에서 불법으로 단죄가 되어도 정부 차원에서 눈 하나 깜박하지 않는 철면피와 같은 모습을 보였다. 정부는 불법을 저지르면서 국민에게 준법을 외치는 꼴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이번 사건에 대해 철저히 진상을 규명하라고 지시했다지만 그의 정치 스타일이 이번 사건과 같은 비리의 멍석을 깔아준 셈이다. 이 대통령이 집권 이후 4대강, 세종시 문제 등에서 지속적으로 거듭한 말 바꾸기, 행동과 말 따로 하기 등을 보아 온 측근들의 과잉 충성경쟁이 이번 사건으로 터지고 만 것이다.
공직윤리지원관실은 현 정권 실세그룹인 ‘영포 라인’과 관련이 있다는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영포라인’은 이 대통령 고향 지역 출신으로 청와대와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고위공직자 집단이다. 이들은 주로 청와대의 하명을 받아 조사활동 따위를 벌여 정권 보위를 위한 별동대라는 의혹이 제기된다.
정석을 벗어난 정치는 반드시 화를 부른다. 이 대통령과 청와대가 이런 역사적 교훈을 망각했다가 결국 큰 일이 터지고 만 것이다. 현 정권은 시민사회의 민주주의 의식이 하루가 다르게 진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거나 알려고 하지 않은 채 과거 독재정권 시절의 방식에 매달리는 한심한 짓을 지속해왔다. 그 결과가 영포회 사건의 돌출이다. 현 정권은 대오각성, 환골탈태의 뼈를 깎는 노력으로 국민에게 봉사하는 정치로 돌아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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