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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과 전문의 |
며칠을 아무 생각 없이 놀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신났던 철없는 어린 소년의 추석. 부모님 따라 내려간 시골 큰집. 해마다 별 생각 없이 봐왔던 옆집 소녀를 본 순간 까닭 없이 얼굴을 붉히며 부끄러워하는 자신을 발견하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사춘기가 된 소년의 추석.
어린 시절 자신을 그대로 빼닮은 아들을 데리고 올해도 어김없이 시골 큰집으로 향하지만 이런저런 걱정에 어깨가 무거워 이젠 예전같이 마냥 즐겁지만은 않은 아버지가 된 소년의 추석. 할아버지 산소에서 억센 두 팔로 능숙하게 벌초를 하는 모습이 든든하기만 하던 아버지. 이제는 그 아버지를 위한 제사상에 정종을 올리며 눈시울을 붉히는 노년에 접어든 소년의 추석….
이렇게 추석에는 개인과 한 집안의 역사와 추억이 고스란히 배어 있다. 그래서인가. 연어가 물살을 거슬러 고향으로 돌아오는 것처럼 사람들은 항상 추석 즈음에는 고향 생각에 벅차오르는 가슴을 주체할 수 없게 된다. 우리는 매년 추석을 맞이한다. 하지만 해마다의 그 느낌은 조금씩 다르다. 추석 그 자체는 밤하늘의 보름달처럼 변화 없이 한결 같은 모습으로 매년 우리를 찾아오지만 추석을 맞이하는 사람들은 그 추석을 매번 조금씩 다르게 느낀다.
추석이 얼마 남지 않았다. 성묘하랴, 등산하랴, 여행 가랴, 무엇을 하든 앞으로 며칠간 우리는 바쁘게 야외활동을 많이 하게 되리라. 이렇게 야외활동이 많아지게 되면 외상을 입게 되는 기회도 많아지기 마련이다. 이번 회에는 외상을 입을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외상과 떼어놓을 수 없는 관계인 파상풍에 대해 알아본다.
파상풍은 상처를 통하여 체내에 들어간 파상풍균의 독소로 인해 증상이 일어나는 전염병을 일컫는다. 파상풍균은 흙속에 존재하는 균으로 다행히 혐기성균의 특성상 공기 중에는 생존할 수 없기 때문에 공기를 통해서는 전염되지 않고 상처를 통해서만 체내에 침입할 수 있다. 일단 파상풍균이 체내에 침투하면 평균 4일 내지 14일 전후의 잠복기를 거친 후 신경독소를 분비하여 신경과 관련된 증상을 나타낸다.
즉, 국소적으로는 상처부위의 근육 통증 및 수축이 되는 증상이 나타나기도 하며 전신적으로는 턱 근육이 경직되어 음식을 먹기 힘들어지고 등, 목, 배 등 몸통의 근육이 점차로 뻣뻣해지며 심한 경우 질식사할 수도 있다. 이처럼 파상풍은 사람의 생명을 앗아갈 수 있을 정도로 무섭다.
따라서 파상풍은 예방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다행히 현대사회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출생 후 5회에 걸친 파상풍 예방접종을 받은 후 11~12세에 추가로 예방접종을 받는다. 다만 우리가 간과하는 것은 성인에 있어서의 파상풍 예방접종이다. 파상풍 예방주사의 효력은 10년이 경과되면 많은 양이 소멸되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10년에 한번씩은 특별한 사고를 당하지 않더라도 파상풍 예방접종을 받는 것이 좋다.
특히 파상풍은 토양이 풍부하고 고온다습한 지역에서 흔히 발생하므로 이러한 지역으로 여행하려는 경우에도 사전에 예방접종을 받는 것이 좋다. 또한 일단 상처가 발생하였을 경우 가능하다면 최대한 상처부위를 흐르는 물이나 소독약으로 즉시 소독하도록 하고, 상처가 비교적 깨끗하면서 자신이 최근 5년 이내에 파상풍 예방접종을 받은 경우가 아니라면 일단 병원에 방문하여 의사의 판단에 따른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좋겠다. 최소한 최근 10년 내에 파상풍 예방접종을 받은 적이 없고 상처가 깨끗하지 않다면 무조건 병원으로 달려가는 것이 필수적이다.
파상풍이 대단히 무서운 질병인 것은 분명하지만 다행히 우리나라에서는 파상풍 환자 발생률이 매우 적다. 따라서 상처를 입었다고 파상풍에 대해 과도하게 걱정할 필요는 없겠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최근 파상풍 발생률이 매우 적은 이유는 파상풍균 자체가 사라진 것 때문이 아니라 범국가적인 예방활동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항상 파상풍균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에 상처가 발생하였다면 병원에서 적절한 처치를 시행 받는 것이 바람직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