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이렇게까지 망가져야 하는가. ‘한나라당식 뉴타운 재개발’을 강행하는 안병용 민주당 의정부시장이 정체성 상실에 이어 신뢰까지 저버리는 씻을 수 없는 행동으로 서민들의 피눈물을 짜고 있다. 20여년 넘게 강단에 선 학자적 양식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최근 안병용 시장은 스스로 폴리페서(polifessor·정치지향 교수)였음을 뻔뻔하게 고백했다. 서민 눈물을 닦아주겠다는 안 시장이 뒤에서는 서민들을 우롱하는 참담한 행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안 시장은 지난 1월10일 경기도에 금의·가능지구 뉴타운 결정고시를 신청하려 했다가 10시간이 넘는 반대 주민들의 거센 항의를 받고 신청계획을 잠시 보류했다. 뉴타운 반대대책위에 따르면 안 시장은 1월11일 대책위와의 면담에서 검토위원회 구성 및 주민의견 수렴 가능여부를 둘러싸고 논의를 하다가 결정신청을 미루고, 해당 국·과장들과 1월12일 추가 실무협의를 하기로 흔쾌히 동의했다고 한다.
이날 의정부시는 경기도의 뉴타운 심의기간이 2달 이상 걸리기 때문에 4월6일 결정고시까지 시간이 부족하다고 주장했으나, 대책위는 경기도에 알아본 결과 최소 한달 보름이면 심의 및 결정고시가 가능하다는 확답을 받았다며 신경전을 벌였다.
그런데 1월12일 주민들은 공무원들과의 실무협의 과정에서 11일 안 시장이 결재하여 경기도에 뉴타운 결정고시를 신청한 사실을 밝혀냈다. 한마디로 협상을 하는 척 하면서 여지없이 주민들의 뒤통수를 때린 격이다. 겉으로는 웃으면서 속으로는 비웃는 전형적인 기만술이었다. 상식적으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안 시장의 기만적 행동에 주민들은 물론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등도 분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1월10일 주민들은 안 시장을 항의방문한 자리에서 “여기서 죽나 쫓겨나서 죽나 마찬가지다. 뉴타운을 취소하면 의정부시장이 없어지냐”고 반발하며 “더 이상 속지 않겠다. 여기서 한발짝도 움직이지 않겠다”고 절규했다. ‘더 이상 속지 않겠다’는 절규가 현실이 되면서 안 시장은 ‘신뢰할 수 없는 사람’으로 낙인 찍힌 꼴이 됐다.
차라리 “뉴타운 추진할테니 협상 안한다”고 했다면 정책적 판단에 따른 시시비비로 끝났을텐데, 이런 식이라면 더 이상 신뢰를 갖고 대화를 할 수 없는 형편이 된 것이다. 소통, 섬김은 폴리페서의 화술에 불과한 것인가? 정체성과 신뢰 모두 잃는 최악의 수를 두고 있는 안 시장은 비판 받아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