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 행정학 박사 출신 교수임을 자랑하던 안병용 의정부시장이 의정부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정치·행정적인 위기상황에 빠졌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의정부시의회가 이른바 ‘안병용 측근인사’를 문제 삼아 감사원, 행정안전부, 경기도에 감사를 청구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그를 감싸기 위해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반발하는 등 구태의연한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의회는 4월29일 제201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국은주 의원이 제안한 ‘감사원 등 감사청구의 건’을 기립 표결을 거쳐 통과시켰다. 표결에서는 한나라당 소속 이종화 안정자 빈미선 강세창 구구회 국은주 김재현 의원이 찬성한 반면, 민주당 소속 조남혁 강은희 윤양식 이은정 의원은 반대했다. 민주당 노영일 의장은 기권했고, 최경자 의원은 병가 중이어서 참석하지 못했다.
의회가 문제삼은 이른바 ‘안병용 측근인사’는 모두가 민주당원이었거나 선거캠프 관계자, 대학 제자 등 안 시장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사람들로 ▲의정부시 무한돌봄행복센터 사례관리전문가 김모씨 ▲의정부체육회 사무국장 박모씨 ▲의정부시설관리공단 이사장 윤모씨 ▲의정부시설관리공단 본부장 이모씨 ▲의정부예술의전당 본부장 백모씨 등 5명이다.
안 시장은 이외에도 본인에게 서예를 가르친 서예가를 위해 예산 8천만원을 지원하며 느닷없는 서예공모전을 강행하고 있으며, 그 서예가와 친구이자 본인이 자주 찾는 양주시 백석읍 전통찻집에 공무원이 출장을 나가 나무심는 것을 도와주는 등 ‘지인챙기기’가 극에 달하고 있다.
의회는 그동안 이같은 문제를 여러차례 지적했지만 안 시장은 눈썹 하나 움직이지 않고 있다가 결국 상당한 타격을 받게 됐다. 우선적으로 받게 될 타격은 체면이며, 다음으로는 도덕적이고도 정치적인 위상이다.
의회를 업신여기던(?) 21년 행정학 박사가 행정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고 감사청구를 당한 사건은 그의 학문적 생명과 연결된다. 게다가 선거캠프 등 측근들을 사실상 낙하산식으로 줄줄이 채용하면서 도덕성에 금이 갔다. 이에 따라 정치적 위상도 땅에 떨어지고 말았다.
우리는 안 시장 측근들이 법과 기준에 따라 합법적으로 채용됐는지는 두 번째 문제라고 생각한다. 측근이라고 해서 기준에 맞는 사람들까지 취업의 기회를 박탈당하는 것은 역차별이라는 일부의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 감사원 등의 감사에서 안 시장이 법과 기준을 어기면서까지 측근들을 취업시켰다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측근이라 하면 오히려 ‘오이밭에서는 신을 고쳐 신지 않으며, 배나무 아래에서는 갓을 고쳐 쓰지 않는다’는 옛말을 가슴 속 깊이 새겨 시장 주위를 맴도는 것 자체를 금기시하는 게 옳았다. 결과적으로 안 시장 스스로 감사청구를 부추긴 꼴이 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