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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덮어주는데서부터
  2011-08-16 09:42:27 입력

▲ 송일락/양주사랑교회 목사
얼굴도 몸매도 나무랄데 없는 한 여자가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그녀에게도 한 가지 콤플렉스가 있었는데, 그것은 머리숱이 너무 적다는 것이었습니다. 게다가 언제부터인가 눈썹이 조금씩 빠지기 시작하더니 아름다움이 절정으로 꽃필 처녀 때에 눈썹이 자취를 감춰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그녀는 항상 눈썹을 짙게 그리고 다닐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던 그녀에게 연인이 생겼습니다. 정말로 뜨겁게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애인은 그녀를 감동시킬만큼 깔끔한 매너로 친절과 사랑을 베풀어주었습니다. 둘은 마침내 결혼했습니다. 그녀는 머리숱이 적다는 것은 숨길 수가 없어서 고백했지만 눈썹만큼은 연애시절부터 숨겨왔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녀는 머리를 감을 때나 샤워를 할 때마다 눈썹을 신경 써서 그려 넣어야 했고 혹시나 들키면 어쩌나 항상 불안했습니다. 따뜻하기만 한 남편의 눈길이 경멸의 눈초리로 바뀌는 건 정말 상상조차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3년이란 세월이 무사히 지나갔습니다. 그러다가 이들 부부에게 예상치 않던 불행이 닥쳐왔습니다. 상승일로를 달리던 남편의 사업이 일순간 부도를 맞고 둘은 길거리에 나앉게 되었습니다. 밑바닥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습니다. 그들이 겨우 할 수 있었던 것은 연탄배달이었습니다. 남편은 앞에서 끌고 아내는 뒤에서 밀면서 열심히 연탄을 배달했습니다.

바람이 세차게 불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언덕길을 수레를 끌고 올라가는데, 저편에서 불어온 바람 때문에 리어카의 연탄가루가 날아와 여자의 얼굴은 온통 검뎅이가 되어버렸습니다. 눈물이 나고 말할 수 없이 답답했지만 여자는 얼굴을 닦을 수가 없었습니다. 혹시나 자기의 비밀이 탄로날까 두려웠기 때문이었지요.

그때 남편이 리어카를 한쪽에 세워놓고 아내에게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자기 수건을 꺼내어 아내의 얼굴을 닦아주기 시작했습니다. 거부할 수가 없었습니다. 아내는 갑작스러운 사태에 안절부절 못하고 가슴이 콩당콩당 뛰기 시작했습니다. ‘아, 이제 남편이 내 비밀을 알아버리고 말겠구나. 뭐라고 변명을 해야 하나. 몇 년씩이나 자기를 속였다고 노발대발하지 않을까.’ 그녀의 마음은 말할 수 없이 착잡해졌습니다.

그런데, 그런데 남편은 아내의 얼굴을 정성껏 닦아주면서 그녀의 눈썹 부분은 건드리지 않고 나머지 부분만을 깨끗이 닦아내는 것이었습니다. 그녀의 눈에는 이내 눈물이 고였습니다. 남편은 눈물까지 조심스럽게 다 닦아준 후 씽긋 웃으며 다시 수레를 끌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니까 남편은 이미 아내의 비밀을 알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렇지만 그것을 덮어주었습니다. 결정적인 순간에도 아내의 자존심을 지켜주었습니다.

비로 말미암아, 더위, 물가 등등 우리를 시원하게 하는 일은 눈을 씻고 돌아봐도 보이지 않습니다. 우리 주위에 위로와 격려가 필요한 삶들을 덮어주고 묻어주고 서로서로 상생하면서 이 어려움을 극복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경기북부시민신문(hotnews24@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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