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직장 다닐 때 회사 구매 팀에 있던 나는 중국으로 잦은 출장을 다녔었다. 회사 공장이 중국에 있어서이기도 했지만 싼 부품을 구매하기 위한 업체 개발이 중국 출장의 주요 목적이었고, 그런 이유로 한 달 이상씩 중국에 체류하면서 여러 지역을 돌아다니기도 했다.
그때 느꼈던 점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이 중국 도시 어느 곳을 가더라도 나부끼는 태극기였다. 태극기는 중국의 공장지대에 있는 한국 업체에서 게양해 놓은 것으로, 중국 제조업의 표준을 만들어 가는 한국 기업을 활약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였다. 나는 그러한 모습에 뿌듯한 느낌을 가진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고, 현지에 있는 중국 지도를 볼 때마다 중국 지도 오른쪽에 자그맣게 붙어있는 저 조그만 나라에서 어떻게 그런 저력이 나오는지 신기하기만 하여 지도 속의 대한민국을 멍하니 몇 분 동안 바라본 적도 부지기수였다. 좁은 국토와 부족한 자원, 강대국에 둘러싸여 있는 좋지 않은 환경 속에서 성실함과 근면으로 세계의 강대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우리나라가 난 자랑스러웠다.
세계 각국으로 꿈을 펼쳐가던 사기업 생활을 접고 공직에 입문한 나로서는 나에게 우리나라의 내실을 다질 수 있는 지위가 주어졌음에 다시 한 번 감사의 마음을 가지고 있다. 특히 나라를 위해 희생하고 공헌하신 분들을 예우해드리는 업무를 맡은 지금은 우리 보훈대상자 분들이 진정으로 대한민국의 자긍심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는 다짐도 해본다.
그런데, 조금 안타까운 것은 우리나라 국민들이 외국에 있는 재외민들보다 태극기에 대한 사랑이 적은 것 같다는 느낌이다. 올해도 많은 국경일을 지내왔지만 가로에 걸어놓은 태극기 외에는 각종 건물들에 걸린 태극기는 쉽게 찾기가 어려웠다. 그럴 때마다 우리들 스스로가 나라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것 같아 안타까왔다. 국민들이 국기에 대해 사랑하는 마음, 자긍심을 가져야 해외에서도 우리나라의 제품이나 국민들이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일텐데 말이다.
나는 이번 광복절에 집 앞에 태극기를 달면서 혼자서라도 만세 삼창을 해보았다. 우리 세살바기 아이가 무슨 일인가 하고 놀란 눈으로 쳐다보길래, “오늘이 이렇게 만세를 부르면서 나라의 광복을 맞은 날이야”하면서 자랑스럽게 얘기해 주었다. 그러니까 아이는 덩달아 즐거워하면서 같이 만세를 따라 불렀다. 재밌고 즐거우면서도 뭔가 뿌듯해지는 경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