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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창민/외과전문의 |
불과 몇주일 전만해도 스산한 늦가을처럼 서늘한 날씨가 옷깃을 여미게 하더니 이제는 느닷없이 성급하게 찾아온 초여름 날씨가 사람들로 하여금 얇은 옷을 꺼내게 한다. 올해 여름 더위도 만만치 않으리라는 조짐일까. 그렇게 여름은 다가오나 보다.
날이 더워지면 자연스럽게 우리는 땀을 흘리게 된다. 땀의 양이 많아질수록 몸 여기저기가 은근히 가려워지기도 하며 그에 따라 우리의 손은 자연스럽게 가려운 부위를 긁게 된다. 하지만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대놓고 긁기가 민망한 부위가 있기 마련이다. 항문의 가려움증이 바로 그러하다.
항문가려움증은 흔한 질환은 아니지만 이 질환에 걸린 사람들은 매우 괴롭다. 항문이 워낙 예민한 부위이다 보니 다른 부위와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심한 참을 수 없는 가려움을 호소하게 되고, 더군다나 다른 사람들의 이목을 의식해야 하므로 더욱 괴롭다고 표현하며 이러한 항문가려움증은 항문 주위에 습기가 많아지는 여름철에 더욱 심해진다.
항문가려움증의 원인은 매우 다양하나 뚜렷한 원인을 알 수 없는 경우가 더 많다.(전체 항문가려움증 환자의 절반 이상은 원인을 알 수 없다.)
현재까지 알려진 항문가려움증의 원인은 황달, 당뇨병, 백혈병, 갑상선 기능 이상, 기생충 감염, 음식물에 의한 알레르기 반응 등의 전신 질환과 항문 부위의 국소적인 질환인 진균감염, 치질, 변실금, 세균 감염 등이 있다. 따라서 항문가려움증이 장기간 지속된다면 병원에서의 진찰 및 검사가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
대한대장항문학회에서는 항문가려움증 환자가 명심해야 할 다음과 같은 원칙들을 제시하고 있다.
1.비만에서 탈출하라. 2.섬유소를 충분히 섭취하라. 3.항문소양증을 유발하는 다양한 음식들을 피하라. 4.화장실에서 장시간 앉아 있지 않도록 하라. 5.색깔 있는 화장지를 사용하지 말라. 6.비누를 이용하여 지나치게 항문을 청결하게 닦지 말자. 7.화장지 대신 물로 씻고 드라이어로 잘 말리자. 8.내의를 합성세제로 씻지 않는다. 9.함부로 피부연고를 사용하지 않는다.
또한 우리가 섭취하는 음식 중 맥주, 우유, 감귤 쥬스, 카페인 함유음료(커피, 콜라, 초콜릿 등), 토마토, 토마토케첩, 견과류 및 팝콘 등도 항문가려움증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항문가려움증이 장기간 지속되는 분이라면 이러한 음식들을 선별적으로 가려서 섭취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