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적 54만 3천965㎢. 영국의 2.5배, 독일의 2.2배, 이탈리아의 1.8배로 러시아를 제외하고는 유럽 최대 국가. 인구는 독일·이탈리아·영국에 이어 4번째(6천여만명). 국기는 청(靑)·백(白)·적(赤)의 3색기로, 자유·평등·박애를 상징한단다. 자유·평등·박애사상에 입각한 시민혁명으로 ‘인간과 시민의 권리’를 선언하고 정치적 자유를 확립, 19세기 유럽문화에 결정적 영향을 끼쳤단다. 노트르담대성당, 에펠탑, 개선문, 베르사유, 생드니, 퐁텐블로, 세느강, 샹송, 샤넬…. 문화와 혁명, 인권의 나라 프랑스 공화국(French Republic)이다.
최근 프랑스 도심 방화시위로 세계가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프랑스의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사태가 오늘도 벌어지고 있다. 남민전 사건 때문에 프랑스로 망명, 고초를 겪던 홍세화씨가 정치격변기였던 1995년 <나는 파리의 택시운전사>라는 책을 통해 ‘다른 사람이 생각하고 행동하는 방식의 자유 및 다른 사람의 정치적, 종교적 의견의 자유에 대한 존중’을 뜻하는 ‘똘레랑스’(관용)를 소개했을 때의 전율. 프랑스 치안당국은 8일 밤 자정부터 소요지역에 야간 통행금지령을 발동하는 사실상의 비상사태를 선언했다. 대체 노동력으로 흡수된 북아프리카계 등 해외이민자 2·3세대들의 심각한 실업률과 오랜 차별대우가 속사정이다.
프랑스는 현재 본토 이외의 해외 현으로는 마르티니크·과들루프·레위니옹·프랑스령 기아나·생피에르에미클롱, 해외 영토로는 남방남극령·프랑스령 폴리네시아·왈리에푸투나제도·뉴칼레도니아·마요트를 지배하고 있다. 영국과 프랑스 공동통치령인 뉴헤브리디스제도도 빼놓을 수 없다. 식민제국주의 종주국의 또다른 얼굴이다. 지난 7월 발생한 영국 런던 연쇄폭탄테러, 2001년 미국 뉴욕 9.11 테러 등도 이같은 제국주의들의 근성에 기초하고 있다. 제국주의들은 또다른 얼굴인 신자유주의로 화장하고 먹잇감을 찾아 세계를 배회한다. 기독교문명과 이슬람문명의 전면적인 충돌이 불가피하게 됐다고 헛소리를 일삼는 하버드대 교수 새뮤얼 헌팅턴의 ‘문명충돌론’도 화장발의 중요 소재다. 경제 군사력으로 세계를 짓밟고 있는 제국주의는 자국의 ‘진성국민’을 위해 흡혈귀처럼 ‘2등국민/이민족’과 해외 ‘2등국가’의 피를 빨아왔다. 그것이 일련의 세계 사태의 원인이다. 세계화를 화두로 하는 신자유주의를 흡입한 해외 ‘2등국가’에서도 양극화 문제로 ‘2등계층’이 양산되고 있다. 미국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우리나라에서 비정규직은 2등계층으로, 외국인노동자들은 3등계층으로 전락된지 오래다.
사정이 이럴진대 최근 우리나라 일부 정치인과 국가정보원은 9.11 테러 이후 각종 테러를 빌미삼아 국정원을 ‘브레이크 없는 권력기관’으로 만들기 위한 테러방지법 제정을 위해 안달이다. 고름은 안짜고 겉피부만 치료해서는 우리도 제2의 프랑스 폭동이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그 때 테러방지법으로 국가보안법처럼 ‘2등국가’의 ‘2·3등계층’을 때려잡을 것인가. 세계가 제국주의의 힘의 논리에 따라 질서정연하고도 더럽게 돌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