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가 최근 투명사회실천협의회와 공동으로 법조비리에 대한 국민 여론조사를 펼쳐봤더니 1천명중 무려 719명이 ‘유전무죄 무전유죄’ 주장에 동의하고 있다는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특히 민·형사 소송과 관련해 3.2%인 32명이 직접 청탁을 해봤고, 17.5%인 175명이 주변 사람의 청탁 경험을 들어봤다고 답한 가운데, 이들중 73.4%에 해당하는 152명이 “청탁 효과가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응답해, 법조비리의 현주소를 가늠할 수 있게 했다.
설문에서 ‘청탁 효과’란 사건을 유리하게 해결해주는 것뿐만 아니라 소송 절차의 편의를 봐주는 등의 광범위한 의미로 사용됐다. 더욱이 응답자의 76.4%인 764명이 법조비리는 ‘고질적인 문제’라고 생각하는 등 우리나라 법조계가 상당히 썩어있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이같은 조사결과가 말해주듯 최근 우리나라 법조계는 각종 법조비리로 홍역을 앓고 있다. 얼마전 나라를 통째로 뒤흔든 법조·건설브로커 윤상림씨 사건이 채 아물기도 전에 이번에는 법조브로커 김홍수씨 사건이 법조계를 중심으로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검찰이 사상 유례없이 현금과 고급 카펫 등 1억3천여만원어치의 금품을 받은 혐의를 사고 있는 전직 고법 부장판사의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하는가 하면, 전직 검사와 경찰 총경도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특히 전직 부장판사는 수사를 받고 있는 도중 2천여만원을 브로커 김홍수씨측에게 건네며 자신에게 유리한 진술을 하도록 증거인멸을 시도한 혐의도 사고 있다. 황당하기 짝이 없다.
과거 의정부나 대전에서 터진 법조비리의 경우 이른바 ‘동업자’들끼리 사건 수임 등을 위해 접대와 떡값 등을 돌리며 ‘부패의 향연’을 벌인 것이지만, 이번처럼 사건해결 청탁을 위해 경찰, 검찰, 법원까지 망라된 반사법적 범죄혐의가 드러난 것은 대단히 충격적이다. 전관예우라는 것도 이같은 부패지수를 높이는 원인중의 하나로 지목받고 있어 우리나라 사법개혁이 앞으로 갈 길이 멀다는 국민이 대다수다.
우리지역에서도 이른바 ‘돈이면 다 해결된다’는 흉흉한 법조비리 소문이 곳곳에 퍼져 있다. 5천만원이면 대충 다 해결되고, 1억짜리 변호사를 사면 사건 무혐의는 ‘식은 죽 먹기’라는 식이다.
삼성이나 두산그룹 등 굵직굵직한 사건들이 용두사미격으로 선고되고, 검찰은 아예 사건을 축소 기소하거나 기소하지 않는 등의 형평성을 잃어, ‘없는 자들만 때려 잡는다’는 비아냥을 계속해서 듣는다면 우리나라는 희망이 없다. 법조계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다시 태어나는 진실된 자정 노력을 보여줘야 할 이유다.